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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연석회의 등 100여개 인권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노동절 및 촛불 1주년 경찰 과잉진압 규탄' 기자회견을 갖던 중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하자 한 참가자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100여개 인권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노동절 및 촛불 1주년 경찰 과잉진압 규탄' 기자회견을 갖던 중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하자 한 참가자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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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4일) 오전 11시 서대문에 있는 경찰청 앞에서 지난 며칠간 있었던 경찰의 폭력 진압과 연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어제 밤늦게 연락을 받고 기자회견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부터 경찰들이 쫙 깔리더니 기자회견을 방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경찰들을 사이에 두고 격리되어 있었습니다. 계속해 항의를 해보았지만 경찰들은 막무가내였습니다. 경찰에게 막는 근거를 따져 물었지만, 묵묵무답이었고 자리만 피했습니다. 근거가 있을 리 만무하니까요.

그리고 경찰은 계속 정문 앞이 아니라 한 쪽 옆으로 가서 기자회견을 하라고 종용했습니다. 경찰에 밀려 할 수 없이 옆으로 밀려나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찰이 이 기자회견조차 방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적 발언을 삼가라더니 구호도 외치지 말라고 합니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을 두고 정치적 발언이라고 우기는 것도 우습지만, 정치적 발언이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입니까. 발언이 끝나고 짧게 구호를 외치는 것도 상식이 아닙니까.

이번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경찰이 구호를 문제 삼기에 대뜸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지난 4월 3일 경찰청 정문 앞에서 버젓이 열린 용산참사추모대회 참가자에 대한 경찰의 마구잡이식 소환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었습니다. 그때도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중간 중간 구호를 외치는 것에 대해서도 구호를 외치면 기자회견이 아니라 집회가 된다는 이유로 경찰이 방해를 했습니다. 소음측정기까지 갖다놓고 있었습니다.

4월 3일 경찰의 마구잡이식 소환을 규탄하는 경찰청 앞 기자회견
▲ 4월 3일 경찰청 앞 기자회견 4월 3일 경찰의 마구잡이식 소환을 규탄하는 경찰청 앞 기자회견
ⓒ 사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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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를 외치면 기자회견이 아니라 집회라는 주장에 법적인 근거나 판례가 있냐고 따져묻자 현장 지휘를 하고 있던 경찰 관계자는 "그런 것은 없지만 어쨌든 기준은 만들어야 하고 통상적으로 구호를 외치면 집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건 경찰의 자의적 판단 아니냐고 고쳐묻자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경찰이나 집회 참가자들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의적인 판단임을 경찰 스스로도 실토한 셈입니다. 입만 열면 법과 원칙을 되뇌이는 경찰들이 법과 원칙도 없이 자의적으로 막무가내로 공권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이는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명백한 헌법 파괴 행위입니다.

경찰의 훼방 속에서도 기자회견은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 시작할 즈음 이번에는 경찰이 갑자기 확성기로 발언하는 사람들 다 잡으라고 소리치더군요. 저는 기자회견을 빨리 끝내라는 경고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기자회견을 끝나고 흩어지려 하는데 경찰들이 참가자들을 에워싸더니 발언자들을 연행하려 했습니다.

몇 명 되지 않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사회를 본 인권운동사랑방의 명숙 활동가는 물론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는 이유로, 정의헌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연행되고 모두 6명이 연행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위의 두 사람을 뺀 나머지 4명의 참가자는 마이크를 잡은 적도 없었습니다. 그냥 대충 잡아들였다는 것 말고는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정말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백주 대낮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다니 말입니다. 말도 안 되는 법이지만 차라리 옥외 기자회견 금지법이나 만들어놓고 저런다면 손톱만큼이라도 이해는 해주겠습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힘으로만 밀어붙이면 된다는 저러한 공권력을 눈앞에 두고 우리는 정말 무엇을 해야 합니까.

분노가 치밀어 올라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무리 냉정해지려고 해도 불끈불끈 솟는 분노가 평정심을 밀어제칩니다. 경찰청장은 한 번 답해보십시오. 경찰청 앞 기자회견 가로막는 게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가능한 것입니까.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몇 번이나 외치면 갑자기 그것이 기자회견이 아니라 불법집회가 되는 것입니까. 그런 기준이 정말 있다면 어디 한 번 구경이나 합시다.

덧붙이는 글 | 최광은 기자는 사회당 대표입니다.



태그:#경찰청, #기자회견, #과잉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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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비교정치, 한국정치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에 적을 두고 있다. 에식스 대학(University of Essex, UK)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박종철출판사, 2011) 저자이고,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평생회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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