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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4시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런데 꿈에서 옛 어린시절의 고향마을이 보였다. 정겨운 마음에 깨어 출근을 했다. 밖은 훤했다. 시계의 큰 바늘만 보고 출근을 한 것이다.

시계의 큰 바늘이 꼭지를 찍었는 데도 직원들이 나오지를 않는 것이었다. 직원들은 이른 8시면 출근을 해서 사무실문을 연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출근이 늦다는 생각이 들어 시계를 보니 7시였다. 시계의 작은 바늘을 제대로 보지 않고 출근을 해서 한 시간을 먼저 나와 버렸다.

시간이 일러 벌교의 부용산자락이나 가보자고 양복차림에 구두를 신고 나섰다. 벌교의 상가를 벗어나서 벌교여중과 도서관 사잇길로 조금 오르니 호젓한 부용산 오리길이라는 임도가 나왔다. 산은 계절의 여왕답게 푸름으로 우거졌다. 나를 환영한다는 듯이 이름모를 새들이 우짖는다. 자연의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부용산 오리길 오르는 길에 이름모를 꽃들이 피였다. 파란 꽃잎에 노오란 꽃대들이 박혀있는 꽃, 그 꽃에는 청초한 아름다움이 있다. 민들레처럼 노오란 꽃도 있다. 모두 다 화사한 얼굴로 피어있었다.

부용산 오릿길에 아름다운 화사한 꽃들이 피었다.
▲ 부용산 오릿길가에 핀 꽃 부용산 오릿길에 아름다운 화사한 꽃들이 피었다.
ⓒ 조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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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산 용연사라는 절이 보였다. 아침의 절 분위기는 고요하고 엄숙하다. 이름모를 꽃들만이 화사하게 피어 이 남정네를 반겨주었다. 절에는 4월 초파일이 모레인데도 연등도 없다. 인기척이 있어서 그 쪽을 보니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쑥과 치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초파일에 쓰려고 다듬고 있다고 하신다.

"할머니, 4월 초파일이 모레인데 연등도 안 켜나요?"
"우리 절은 연등을 안 키고 안에다 촛불만 써놔라."

부용산 용연사의 정원
▲ 용연사의 정원 부용산 용연사의 정원
ⓒ 조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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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사 정원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었다
▲ 용연사 정원에 있는 꽃 용연사 정원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었다
ⓒ 조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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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나와서 부용산오리길을 따라 내려왔다. 우거진 숲, 새들의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눈과 귀, 오감을 상쾌하게 했다. 벌교 로타리클럽에서 95년도에 식수한 가로수들이 이제 다 자라서 우거졌다. 벌교로타리클럽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 때 그들이 이렇게 부용산에 나무를 심어서 내가 이 아름다운 부용산 산책길을 즐겁게 걷고 있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꿔야 한다. 그래야 내 뒷 사람들이 정신을 맑고 풍요롭게 할 것이 아니겠는가.

부용산 오릿길에서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던 다람쥐 한 마리가 돌 위에 올라서서 나를 빤히 바라다 보고 있었다
▲ 부용산 오릿길의 다람쥐 부용산 오릿길에서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던 다람쥐 한 마리가 돌 위에 올라서서 나를 빤히 바라다 보고 있었다
ⓒ 조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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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옆에 시비가 있었다. '부용산 오리길'이라는 시의 비다. 누이동생이 죽어 슬픈마음을 나타냈다는 시인데 빨치산들이 즐겨 불러서 한 때 묻혀 있었던 시이다.

'솔밭 사이 사이로 회오리 바람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만 가고 말았구나.'

이별을 노래한 시의 내용이 서글펐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 좌우익 대립과 갈등속에 얼마나 많은 슬픈 이별들이 있었겠는가.

부용산 오릿길 시비
▲ 부용산 시비 부용산 오릿길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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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벌교시가지와 벌교만이 보였다. 부용산에서 바라보는 벌교만은 아름답다. 일제시대, 저 벌교만을 통해서 일본놈들이 내륙에서 나는 곡물을 수탈을 해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그 때 의협심이 강한 벌교 사람들이 일본놈들을 혼내주었다는 데 '벌교에서 주먹자랑하지 마라'라는 말은 일본놈들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멀리 벌교만과 벌교시가지가 보인다
▲ 멀리 보이는 벌교만과 벌교읍 시가지 멀리 벌교만과 벌교시가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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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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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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