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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친구야, 우리 집 아이에게 읽힐 만한 좋은 책 있으면 몇 권 추천해줘라."

 "왜? 선영이 재민이가 책을 잘 안 읽나? 지난번 보니까 책을 끼고 있던데."

 "말도 마라. 녀석들 요즘은 아예 책과 담을 쌓고 지낸다."

서로 사는 게 바빠서 그런지 친구와 나는 마치 가뭄에 콩 나듯 전화하고 지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만큼 서로 사는 형편을 잘 모릅니다. 벌써 우리 집 아이들은 대학에 진학했으니까 그새 세월이 후딱 지나쳐 버렸습니다. 친구는 늦깎이로 결혼을 해서 자녀가 아직 초등학생입니다. 적어도 자식 교육에 관한 한 느긋했던 그가 불쑥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아이들 교육이 만만치 않은가 봅니다.

 

 

요즘 아이들은 누구 가릴 것 없이 책을 읽는데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은 편입니다. 그보다도 인터넷이나 컴퓨터오락에 더 쉽게 다가들기 때문이지요. 평소 아이들이 접해 있는 놀이문화를 보면 이해가 됩니다. 애써 책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컴퓨터 하나면 세세한 정보를 죄다 훑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부모세대와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틈만 나면 컴퓨터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을 뜯어말려 책을 가까이 하려고 하지만 실상 아이들 마음은 딴 데 가 있습니다.

 

  "친구야, 아이들이 크니까 걱정되는 게 많지? 하지만 너무 조급해 하지 마."

  "아니, 얘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는 아내를 보니 아이들이 하는 짓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아내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만큼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해 보렴. 너도 알다시피 요즘 아이들의 문화는 컴퓨터 인터넷을 끼고 사는 게 먼저야."

 

한참을 이야기하다보니 친구의 마른 한숨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들이 왜 책을 읽지 않을까요. 또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즐겨 책을 읽을까요. 무작정 다그친다고 아이들이 선 듯 책을 읽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방법이라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합니다. 부모의 애만 닳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즐겨 책을 읽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책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단순한 흥미를 주는 책입니다. 아이들이 부담 없이 책을 읽게 하려면 흥미 위주의 책을 골라 주어야 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책들이 다 좋은 것 같지만, 무거운 내용의 책은 아이의 마음만 답답하게 합니다. 또한 부모가 애써 좋은 책만 읽히겠다는 욕심을 가질수록 아이들은 그만큼 책과 멀어집니다. 아이들의 손을 떠나거나 책꽂이에서 잠을 자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닙니다. 아이의 마음을 살려내는 책은 언제나 아이들 손에 닿습니다.

 

때문에 아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책을 아무리 읽히려고 해도 아이들은 되레 텔레비전을 보려고 하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으려고 고집합니다. 어른들도 머리 아파가며 책을 읽는 것보다 마음 편하게 텔레비전 보고 컴퓨터 오락하는 것이 더 즐겁지 않습니까.

 

 

아이들 마음도 그러합니다. 애써 뜯어 말리려고 목청을 높일 까닭이 없습니다. 책 읽으라고 닦달하면 아이들은 책을 읽고픈 마음이 닫힙니다.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어른들도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갖가지 일들과 맞서 이겨 내야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해야 할 자잘한 것들이 많습니다. 부모의 바람대로 선뜻 따라하지 않는다고 해서 얼굴을 붉힐 일이 아닙니다.

 

  "친구야, 애써 책을 읽지 않는다고 다그치지 말고 애들이 책을 읽을 때까지 기다려 봐."

  "물론 네 생각에 동의한다마는 그게 잘 될까 싶다."

  "그렇더라도 아이들을 믿고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 봐."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읽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책 읽어라 닦달하는 것보다 먼저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따라합니다. 또한 부모가 직접적으로 읽을 책을 권하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읽어야할 책 목록을 뽑아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가를 파악할 수 있게 되고, 관심 있어 하는 영역을 캐어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란 세상에 대한 편견이 없는 책입니다.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닌 책이며, 어린이의 처지를 이해하는 책입니다.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일깨워줄 수 있는 책입니다. 글과 그림이 아름답게 쓰여 있고 그려진 책입니다. 내용이 새로워야 하고, 성실하게 공들여 만들어진 책이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설득력이 있으며, 감화를 줄 수 있는 내용, 일관된 주제가 있는 책이어야 합니다. 새로운 시도나 신선하고 의욕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은 책은 책꽂이에서 바쁜 책이어야 합니다.

 

  "친구 네 말을 듣고 보니 무작정 아이들만 다그친 것 같은 생각이 드네."

  "그렇지. 부모가 조금만 느긋하게 생각을 가지면 돼. 그러면 아이들 스스로 책을 읽어."

  "아내랑 의논해서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는 방법부터 새롭게 챙겨보아야겠어."

 

 

친구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명심할 것은 아이들에게 책 읽히려는 데 욕심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책을 읽고 반드시 독후감을 써야한다는 것과 같은 일련의 강요를 하지 않아야합니다. 자유롭게 책만 읽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책 읽기 방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독서, #독후활동, #책읽기, #독서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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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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