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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제주도가 국방부 및 국토해양부와 제주해군기지(공식명칭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관련 기본 협약서를 체결한 가운데, 이 협약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제주도 지역사회 전반에 번지고 있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협약 체결 과정에서 도내 사회단체는 물론이거니와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강정마을의 주민 및 도의회와의 사전 협의조차 거치지 않았다. 도지사의 일방독주 태도가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감수해야 할 희생에 비해 실익 없는 협약

대정읍 상모리에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이 주민들로부터 장제로 수용한 땅이다. 해방후 대한민국 국방부가 주민들에게 반환하지 않고 장기간 소유해왔다. 

주민들은 정부가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댓가로 알뜨르 비행장을 제주도에 되돌려줄 것을 기대했지만, 협약서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
▲ 알뜨르 비행장 대정읍 상모리에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이 주민들로부터 장제로 수용한 땅이다. 해방후 대한민국 국방부가 주민들에게 반환하지 않고 장기간 소유해왔다. 주민들은 정부가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댓가로 알뜨르 비행장을 제주도에 되돌려줄 것을 기대했지만, 협약서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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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의 건설로 주민이 감수해야 할 희생에 비해 제주도가 취하게 될 실익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도민은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게 되면, 국방부가 오랫동안 부당하게 소유해온 대정읍 소재 옛 알뜨르 비행장 부지를 제주도가 되찾아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협약서에는 이에 대한 '반환' 조항이 명시되지 않았다.

알뜨르 비행장은 원래 대정읍 주민 소유의 토지였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주민으로부터 강제로 수용해서 군사기지를 만들었다. 일제가 패망하자 주민은 토지를 되돌려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방부는 주민에게 반환시켜주지 않았고, 특별한 용도 없이 장기 소유해 왔다.

현재는 활주로를 제외한 나머지 비행장 부지가 주민에게 임대되어 경작되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방부장관은 국방부 소관의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속칭 알뜨르 비행장 부지를 제주자치도 지역발전을 위하여 법적절차에 따라 제주자치도와의 협의를 거쳐 제주자치도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협약서의 내용은 주민에게 별 새로운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군의 전투기 배치에 대한 조항이 추가된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협약서에서 "국방부장관은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에 전투기 배치계획이 없음을 확인한다"고 했지만, 이는 남부탐색구조부대 내에 배치계획이 없다는 것이지, 제주도내 다른 지역에 공군기지를 만들 여지를 남겨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지역사회 반발 "제주도의 군사요새화 가능성을 약정해준 역사적 문건"

지난 27일 제주도가 정부 당국과 체결한 기본 협약서의 내용이 알려지자,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제주도청 앞에 모여 기본협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기본협약서 무효를 주장하는 성명서 발표 지난 27일 제주도가 정부 당국과 체결한 기본 협약서의 내용이 알려지자,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제주도청 앞에 모여 기본협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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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국무총리실에서 국방부장관, 국토해양부 장관, 제주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이 체결되어 협약서 내용이 발표되자, 제주도내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이번 협약을 '졸속'으로 규정하고 협약의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협약 내용이 알려지자, 가장 먼저 입장을 발표한 이들은 해군기지 해당마을 주민인 강정마을회다. 27일 오전 강정마을회는 도청 앞에서 이번 협약서를 "주민동의 없는 제주해군기지 협약서"라고 규정하고 "제주도정, 국방부, 중앙정부에 대항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피 흘리는 싸움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제주도정과 동반자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던 도의회도 이번 협약서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도의회는 27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 의원 전체 명의로 김태환 도지사를 "안하무인격 제왕적 도지사"라고 비난했다.

이날 의원들은 "우리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전 도의회와 협의를 거쳐야 하고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주변지역 발전계획 수립' 용역이 나온 다음에 체결하는 것이 도민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는데도, 제주도정은 이러한 우리의 노력을 철저히 묵살하고 국방부·국토해양부와 기본협약서를 체결해버림으로써 도민의 대의기관의 의사와는 아랑곳없이 '제 갈 길만 가면 그만이다'는 오만함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도 협약서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제주도가 정부 당국과 협약서를 작성한 것을 두고 "해군기지 건설을 관철시키기 위한 정부와 해군이 내민 보증서에 김태환 도정이 앞뒤 안살피고 사인해 준 꼴"이라며 "이번 협약 체결이 제주도의 군사요새화 가능성을 최초로 약정해 준 역사적 문건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군사요새화 가능성의 근거로 "국방부장관은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에 전투기 배치계획이 없음을 확인한다"는 조항이 가져올 문제점을 집중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 조항이 전투기를 "탐색구조부대 내에는 두지 않지만, 제주 도내 필요한 곳에 둘 수 있다는 해석을 동반하고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대책위는 "당사자인 강정마을 주민을 거리에 공권력의 벽에 가둬놓고 진행시킨 이번 양해각서(MOU)는 단 한 치의 정당성도 없다"며 협약서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해외로 떠난 도지사, 혹시...

해군기지 예정지로 지정된 강정마을 해안이다. 기본 협약서의 내용이 발표되자 강정마을 주민들은 최후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 강정마을 '중덕' 해안 해군기지 예정지로 지정된 강정마을 해안이다. 기본 협약서의 내용이 발표되자 강정마을 주민들은 최후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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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협약에 대한 반대 주장이 종교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도 29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7일 체결한 기본협약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아무리 '민군복합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크루즈선박 접안시설을 둔다고 한들 기지의 성격이 해군기지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라는 새로운 군사시설의 설치까지도 명시하는 기본협약에 대해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와의 사전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민주적 절치를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정마을 주민과의 갈등을 풀기 위한 아무런 노력 없이 기본협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지역공동체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군기지 예정지(강정마을)와 알뜨르 비행장(대정읍 상모리)이 소재한 서귀포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재윤 의원(민주당·서귀포시)도 협약서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4월 29일 의원 홈페이지 글을 통해 "(김의원 본인은) 작년에 환경영향평가와 지역발전계획 용역이 완료된 후 협약을 추진할 것과 민관합동 생태계공동조사를 촉구했지만,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진행 중이고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주변지역 발전계획 수립 용역은 다음 달에 완료될 예정인데도 정부는 졸속으로 협약서를 체결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 의원은 협약서의 내용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항목들은 '노력한다', '할 수 있도록 한다' 등으로 정부의 책임과 의지가 불분명하게 표현되어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알뜨르 비행장의 경우 "제주도에 양여하기로 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면서 "제주도에 전투기배치계획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에 대해 "본 협약서를 철회하고 제주도와 재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27일 오전 국무총리실에서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해군기지 기본협약서를 체결한 김태환 지사는 같은 날 오후 4시 5박6일 일정으로 해외 투자유치활동을 명분으로 출장길을 떠나 30일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이다 .

김 지사가 정부와의 협약서 서명 직후 해외로 출장길에 오른 것에 대해 일부 주민은 도민으로부터 받을 비난이 무서워 잠잠해질 때 까지 잠시 자리를 피한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참고자료]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 기본 협약서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지역발전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아래의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협약한다.

아       래
제1조(목적) 본 기본협약은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자치도'라 한다)에 추진 중인 제주해군기지를 최대 15만톤 규모의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민ㆍ군복합형 관광미항(이하 '민ㆍ군 복합항'이라 한다)으로 건설하고, 이와 관련된 지역발전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국방부장관, 국토해양부장관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간에 상호 이행해 나갈 사항들을 협약하여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지역발전사업 지원)정부는 민군복합항 건설사업이 제주자치도의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민군복합항 지역종합발전계획 수립 용역」결과 및 제주자치도의 의견을 바탕으로 제안된 지역발전사업이 효과적으로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제3조(지원협의체 구성ㆍ운영) ① 국무총리실은 민군복합항 건설사업과부대사업 및 제2조의 지역발전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하여 국방부,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와 제주자치도가 참여하는「민군복합항 건설지원협의회(이하 '협의회'라 한다)」를 구성하여 운영한다.
② 제1항의 협의회를 지원하기 위하여 국무총리실에서 주재하고 관계자가 참여하는「실무지원협의회」를 둔다.
제4조(크루즈항 시설)국방부장관과 국토해양부장관은 민군복합항 건설을 추진함에 있어 15만톤 규모의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항만시설과 부대시설을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노력한다.
제5조(알뜨르 비행장 부지의 사용 등)① 국방부장관은 국방부 소관의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속칭 알뜨르 비행장 부지를 제주자치도 지역발전을 위하여 법적절차에 따라 제주자치도와의 협의를 거쳐 제주자치도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② 국방부장관은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에 전투기 배치계획이 없음을 확인한다.
제6조(보상)국방부장관은 민군복합항 건설에 따른 토지매입, 지상물 및 어업권 보상 등 손실보상을 추진함에 있어 관계법령에 따라 현실성 있는 평가를 실시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
제7조(지역건설업체 참여)국방부장관은 민군복합항 건설 및 부대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제주 지역건설업체가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제8조(권리행사의 제한 배제)국방부장관은 민군복합항을 건설함에 있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제4조에도 불구하고 육상의 민군복합항 울타리 경계와 해상의 군항방파제 밖의 지역에 대하여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아니하며, 통행 고도 영농 어로 건축 등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제9조(편의시설의 사용운영 및 주민 우선고용 등)① 국방부장관은 민군복합항 건설과 관련하여 설치예정인 각종 복합 휴양시설 및 편의시설을 지역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② 국방부장관은 제1항의 휴양시설 및 편의시설에 직원을 고용하는 경우지역주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편의시설의 운영을 민간에 위탁할시 지역주민에게 운영권을 우선적으로 부여한다.
제10조(협약서 내용 변경 및 세부협약의 체결)① 본 기본협약에 명시된 사항은 협약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느 일방이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
② 본 기본협약에 명시된 사항은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사안별로 협약 당사자간의 세부협약을 체결한다.

본 기본협약서는 원본 3부를 작성하여 당사자가 날인하고 각 1부씩 보관한다. 끝.

                                         2009년 4월 27일

                   국방부장관     국토해양부장관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이 상 희        정 종 환                  김 태 환



태그:#해군기지 , #기본 협약서, #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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