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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곡초 5학년 어린이들이 화분에다 희망의 꽃씨를 심었다.
▲ 희망의 꽃씨를 심어요 부곡초 5학년 어린이들이 화분에다 희망의 꽃씨를 심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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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조그만 화분에다 각자의 소망을 담은 희망의 꽃씨를 심었어요."
"많은 꽃 중에서도 특히 앉은뱅이 꽃 채송화를 심었어요."
"난 다른 것을 심고 싶었는데, 준비한 꽃씨가 없어서 채송화를 심었어요."

화창한 봄날, 아이들이 학교 뒤 뜰안에 모였다. 그 동안 교과 수업을 통해서 배웠던 '꽃 가꾸기'에 대한 현장 실습시간이다. 모두들 화분 하나씩 준비했다. 으레 학기초면 학교에는 화분이 남아돈다. 그만큼 학교에는 두서너달 가져다 놓았다가 아무렇게나 내버려둔 빈 하분이 많다(실상, 학기초 교실마다 갖춘 화분을 다 살려 놓았으면 교실, 아니 학교 어디든 쓸만한 화분으로 넘쳐날 것이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미리 알렸듯이 꽃씨를 뿌리는 날이다. 이미 봄볕이 따스운 여름 친구에게 자리를 내 줄 때지만, 늦게나마 화분에 꽃씨를 뿌리기로 했다. 당초에는 교과서대로 봉선화 씨앗을 뿌릴 작정이었으나 한국전기통신공사에서 거저 준 꽃씨, 채송화를 심기로 했다.

고사리 손으로 꽃씨를 뿌릴 화분에 배양토를 담고 있다.
▲ 화분에 흙담기 고사리 손으로 꽃씨를 뿌릴 화분에 배양토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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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는 민들레나 자운영처럼 앉은뱅이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선뜻 반기지 않은 꽃이다. 왜냐? 평소에 그러한 꽃들을 애써 반기지 않은 탓이다. 몇몇 아이들에게 채송화를 알음해 보았지만 시큰둥하다. 대신에 우쑥 키 자라는 봉선화나 국화는 누구 먼저랄 것 없이 알은 체를 한다. 꽃도 사람같이 헌칠하고 미끈해서 대접을 받는가 보다.

하지만 알든 모르든 꽃씨를 심는 아이들의 손놀림은 신중하다. 평소에 겪어보지 못한 일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에 대한 신기함 때문이리라. 아무튼 제각기 모양이 다 다른 화분에다 제 스스로 감당할만큼의 크기의 화분으로 그 조그만 꽃씨를 담을 화분 흙을 담게 했다.

봉선화 씨앗과 달리 채송화씨는 너무나 작고 새까맣다.
▲ 이게 채송화 씨야? 봉선화 씨앗과 달리 채송화씨는 너무나 작고 새까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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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씨엇을 심는 아이들, 모둠끼리 서로에게 충실하다.
▲ 채송화 심기 채송화 씨엇을 심는 아이들, 모둠끼리 서로에게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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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중에는 왜 그 조그만 채송화를 심느냐고 불평한다. 교과서 대로라면 제법 씨앗이 굵은 봉선화를 심어야 하는데. 그런데 봉선화를 마다하고 채송화를 심었던 이유는 정작 봉선화 씨앗을 구하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작은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기 위함이다.

해마다 봄철이면 여타 기관이나 업체에서 해당 업체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씨앗 한 봉지를 덤으로 권한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올해 처음으로 건네받은 것이 채송화다(채송화 씨앗은 한전이 이번 봄 고객 사은행사로 창구에 내놓은 나눔이 씨앗이다).

고객님이 "매우 만족" 하시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는 한국전력창녕지점의 채송화 씨앗
▲ 사랑의 씨앗 고객님이 "매우 만족" 하시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는 한국전력창녕지점의 채송화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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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꽃씨를 심는 마음은 하나이다. 크게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자기가 심어놓은 화분에 채송화가 뽀족히 새싹을 내밀면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그렇 까닭에서인지 화분에다 배양토를 담을 때나 꽃씨를 심을 때도 누구 하나 먼저 하겠다고 애써 욕심을 갖지 않는다. 세상에 좋은 일 궂은 일이 많지만 아이들이 하는 요량처럼 서로를 기꺼이 배려하는 마음이 앞서면 얼마나 좋을까?

"선생님, 지금 심은 채송화 싹이 날까요? 지난번에 우리 할머니가 종묘상에서 사온 정구지(소풀)가 싹이 나지 않았거든요. 요즘은요, 가을에 추수한 씨앗을 그대로 심어도 싹이 나지 않는데요."
"우리 할아버지는 비닐하우스에 오이를 심었는데 키만 크게 자랄 뿐 열매는 맺지 않았어요. 씨앗이 잘못이래요. 그것 땜에 할머니가 논두렁에서 울고 불고 했어요. 그런데도 씨앗을 판 사람은 책임지지 않는대요."
"어버지한테 들은 얘긴대요. 이젠 '종자 전쟁'이 시작되었대요. 키위했잖아요. 알고 보면 그게 다 우리 다래를 이용해서 새로 개발한 품종이래요."

요즘 아이들에게 식물가꾸기는 색다른 의미가 있다, 평소 전혀 접해보지 않는 생활양태이기 때문이다.
▲ 씨앗심기 요즘 아이들에게 식물가꾸기는 색다른 의미가 있다, 평소 전혀 접해보지 않는 생활양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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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관심을 두지 않은 식물가꾸기,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체험이다.
▲ 식물가꾸기 평소 관심을 두지 않은 식물가꾸기,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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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여 동안 아이들과 씨앗을 심느라 분주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전혀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경외감 같은 것이다. 스물 다섯 아이들, 제각각 화분 하나로 만족하는 것을 보면 그 동안 우리의 삶이 얼마나 까닭 없는 일들에 천착했는지를 일깨워볼 수 있다.

사는 데 바쁘다는 핑곗거리로 생활주변에 다함없는 자연의 친화 교감이 있는데도 그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애써 저버렸다. 자연은 이제 더 이상 우리들의 생활 언저리를 다독여줄 겨를이 없는 듯하다. 자연의 보복은 실로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까드막하게 흙을 채운 뒤 씨앗을 심고 물주기에 신실한 아이들
▲ 물주기 까드막하게 흙을 채운 뒤 씨앗을 심고 물주기에 신실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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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심은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은 무얼까?
▲ 물주기2 씨앗을 심은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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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오늘 우리 아이들은 그 조그만 채송화 싸앗을 심었다. 똑같은 날 똑같은 씨앗을 심었더래도 애틋하게 보살피는 정성에 따라 씨앗을 싹 틔우는 정도는 다 다를 것이다. 가다려 보아야지. 누가 더 나은 채송화꽃을 보려는지. 작지만 어우러져서 참 큰 꽃, 앉은뱅이꽃을.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채송화, #앉은뱅이꽃, #경외감, #꽃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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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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