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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무전봇대를 아시나요? 나무전봇대를 껴안아 본 적 있으신가요? 나무전봇대에 박힌 디딤대를 밟고 올라가 본 적 있나요? 나무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하나, 두울, 세엣, 네엣, ……' 하고 열까지 세면서 술래잡기를 해 보거나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를 해 보셨습니까? 나무전봇대에서 구슬을 떨어뜨려 구슬치기를 해 보셨는가요?

이제 우리 나라 어디를 가든 자취를 찾아보기 어려운 나무전봇대입니다. 그러나 오래된 도심지를 간직한 몇 군데 도심지 한켠에는 나무전봇대가 꿋꿋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 나무전봇대를 쓰다듬으면서 옛생각에 잠긴다기보다 오늘생각에 푹 빠지면서, 우리가 이루어 가려는 개발과 발전을 돌아봅니다.

인천 동구 송림4동은 인천에서도 이름난 ‘달동네’입니다. 그러나 이 달동네는 거의 모두 헐리고 ‘아파트 재개발’을 앞두고 있습니다. 재개발을 앞두고는 있어도 아직까지 꿋꿋이 살아가는 분들이 있어, 동네에 새숨을 불어넣습니다.
 인천 동구 송림4동은 인천에서도 이름난 ‘달동네’입니다. 그러나 이 달동네는 거의 모두 헐리고 ‘아파트 재개발’을 앞두고 있습니다. 재개발을 앞두고는 있어도 아직까지 꿋꿋이 살아가는 분들이 있어, 동네에 새숨을 불어넣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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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골목마실을 하면서 가슴은 끝없이 부풉니다. 제 눈에는 그지없이 곱고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헐려 사라진 집자리를 일구어 텃밭으로 바꾸어 놓는 골목사람들 손길이 사랑스럽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마실을 하면서 가슴은 끝없이 부풉니다. 제 눈에는 그지없이 곱고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헐려 사라진 집자리를 일구어 텃밭으로 바꾸어 놓는 골목사람들 손길이 사랑스럽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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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나라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워진 나무전봇대를, 곧 사라질 달동네에서 만납니다. 그러나 나무전봇대는, 인천 옛도심지에서는 재개발 대상지인 달동네에서만 남아 있지는 않아요.
 이제 이 나라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워진 나무전봇대를, 곧 사라질 달동네에서 만납니다. 그러나 나무전봇대는, 인천 옛도심지에서는 재개발 대상지인 달동네에서만 남아 있지는 않아요.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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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아이들한테 나무전봇대는 꿈도 꾸어 보지 못한 시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나무전봇대 앞에서 술래가 되어 온몸을 기대고 하나 둘 셋 하고 세면서 술래가 되었던 일을 떠올리지만.
 요즈음 아이들한테 나무전봇대는 꿈도 꾸어 보지 못한 시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나무전봇대 앞에서 술래가 되어 온몸을 기대고 하나 둘 셋 하고 세면서 술래가 되었던 일을 떠올리지만.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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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모든 달동네를 없애고 아파트로 바꾸는 재개발을 2014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루어내려고 합니다. 그래, 이 일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무전봇대를 모두 없애는 일도 ‘좋은 개발’이 될까요?
 인천은 모든 달동네를 없애고 아파트로 바꾸는 재개발을 2014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루어내려고 합니다. 그래, 이 일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무전봇대를 모두 없애는 일도 ‘좋은 개발’이 될까요?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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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벽을 따라 담쟁이가 자라고, 골목집 몇 곳에 통신줄을 대는 나무전봇대가 무척 오랜 세월을 지켜 주고 있는 가운데 골목동네 텃밭이 알뜰히 일구어집니다.
 예배당 벽을 따라 담쟁이가 자라고, 골목집 몇 곳에 통신줄을 대는 나무전봇대가 무척 오랜 세월을 지켜 주고 있는 가운데 골목동네 텃밭이 알뜰히 일구어집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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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전봇대는 얕은 산기슭 달동네에 옹기종기 모인 집들마다 통신을 이어 주는 고마운 벗님이었습니다.
 나무전봇대는 얕은 산기슭 달동네에 옹기종기 모인 집들마다 통신을 이어 주는 고마운 벗님이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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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는다 할 만한 곳, 그러니까 골목집에 깃들여 사는 사람들만 오가는 자리에는 나무전봇대가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는다 할 만한 곳, 그러니까 골목집에 깃들여 사는 사람들만 오가는 자리에는 나무전봇대가 남아 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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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하게 꾸려 나가는 오랜 살림집 깃든 골목 안쪽에는 어김없이 나무전봇대가 하나쯤 남아 있습니다. 이 나무전봇대를 올려다보고 두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이만한 ‘살아 있는 문화재’가 우리 나라에 얼마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고즈넉하게 꾸려 나가는 오랜 살림집 깃든 골목 안쪽에는 어김없이 나무전봇대가 하나쯤 남아 있습니다. 이 나무전봇대를 올려다보고 두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이만한 ‘살아 있는 문화재’가 우리 나라에 얼마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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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들어서지 못하고, 오로지 두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야 하는 데에 몇 군데 살짝 남게 된 나무전봇대입니다. 보기에 못마땅하고, 세계화시대요 최첨단시대에 무슨 ‘나무전봇대’이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나무로 짠 책꽂이가 한결 좋고, 나무로 만든 책상이 더욱 보드라우며, 나무로 깎은 수저가 더욱 구수하고, 나무로 마련한 옷장이며 걸상이며 훨씬 살갑다고 느끼다 보니, 몸통이 뎅겅 잘려 동그랗게 자국만 남은 나무전봇대 조 조그마한 모습을 보면서도 애틋해서 무릎을 꿇고 입을 맞추게 됩니다.
 자동차 들어서지 못하고, 오로지 두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야 하는 데에 몇 군데 살짝 남게 된 나무전봇대입니다. 보기에 못마땅하고, 세계화시대요 최첨단시대에 무슨 ‘나무전봇대’이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나무로 짠 책꽂이가 한결 좋고, 나무로 만든 책상이 더욱 보드라우며, 나무로 깎은 수저가 더욱 구수하고, 나무로 마련한 옷장이며 걸상이며 훨씬 살갑다고 느끼다 보니, 몸통이 뎅겅 잘려 동그랗게 자국만 남은 나무전봇대 조 조그마한 모습을 보면서도 애틋해서 무릎을 꿇고 입을 맞추게 됩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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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아지 잘린 나무전봇대 자국을 보면서 슬프지는 않습니다. 그저 반갑고 고맙고 미안할 뿐입니다. 나무전봇대가 그동안 베풀어 준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이제는 나무전봇대 뎅겅 잘린 자취뿐 아니라 이제까지 가까스로 남아 있던 모든 골목집 자취가 사라질 터이기 때문에, 눈물이 나올 겨를이란 없습니다.
 목아지 잘린 나무전봇대 자국을 보면서 슬프지는 않습니다. 그저 반갑고 고맙고 미안할 뿐입니다. 나무전봇대가 그동안 베풀어 준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이제는 나무전봇대 뎅겅 잘린 자취뿐 아니라 이제까지 가까스로 남아 있던 모든 골목집 자취가 사라질 터이기 때문에, 눈물이 나올 겨를이란 없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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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감리교회 역사를 쓰고 있는 '내리교회'가 올려다보이는 내동 골목길 한켠에도 나무 전봇대 하나가 수많은 골목집들한테 통신줄을 나누어 주면서 튼튼하고 씩씩하게 제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알아보아 주는 사람은 거의 없을지라도.
 우리 나라 감리교회 역사를 쓰고 있는 '내리교회'가 올려다보이는 내동 골목길 한켠에도 나무 전봇대 하나가 수많은 골목집들한테 통신줄을 나누어 주면서 튼튼하고 씩씩하게 제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알아보아 주는 사람은 거의 없을지라도.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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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태그:#골목길, #나무전봇대, #전봇대, #인천,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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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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