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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도교육청)의 스승의 날 행사 지원 계획이 도내 교직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4월초 도내 모든 초중고교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제28회 스승의 날을 맞아 교원사기 진작과 스승 존경 풍토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공문에 따르면 "학교별 스승의 날 행사 지원을 통해 교원 사기 진작 및 스승 존경 풍토 확산"을 목적으로 "도내 유·초·중·특수 공사립 학교별 교직원(비정규직 포함) 1인당 1만 원 내외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관련 예산은 "도의회에서 추경을 통해 이미 통과됐다"는 것이 도교육청 담당 장학사의 말이다.

 

도교육청이 집계한 스승의 날 행사 지원 대상자는 공립학교 6만8673명과 사립학교 1만1858명을 합해 모두 8만531명이다. 이를 1만 원 기준 금액으로 환산하면 8억531만 원의 예산이 집행되는 것이다.

 

지난 13일로 학교별 교직원수 보고도 끝났다. 도교육청은 보고된 숫자만큼 5월 1일 각 학교에 예산을 재배정할 계획이다. 5월 25일까지는 시행 결과와 행사 우수 사례 보고도 받는다. 재정 지원을 했으니 스승의 날 행사 결과를 보고하라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비용을 지급받은 학교들에 해당 금액만큼 스승의 날 행사를 치르도록 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도교육청의 탁상공론이 낳은 만원의 행복'이라는 반어적 표현으로 쓴웃음을 짓고 있다. 도교육청이 앞장서서 '스승의 날'의 의미를 훼손시키고 교직원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 행사 결과 보고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공문 처리만 하나 더 늘었다는 반응이다.

 

수원 ㄱ고교의 한 교사는 "스승의 날을 맞아 도교육청이 준비한 일이 교직원들에게 돈을 주는 일이라는 게 너무 화가 난다. 이렇게 해서 교사들의 사기 진작과 스승 존경 풍토가 확산된다고 믿는다는 것도 이해 할 수 없다. 오히려 도교육청이 교사들과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며 도교육청을 비판했다. "도교육청의 탁상행정이 스승의 날 의미를 오히려 퇴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일부 학교는 해당 금액이 지급되면 교직원들이 만 원씩 지급 받고 학교에서는 자체 행사를 한 것으로 도교육청에 거짓 보고를 하기로 했다. 다른 일부 학교에서는 교직원들이 받은 금액을 모아 학생 급식비 지원 등에 쓰기로 하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평택 ㄴ중학교의 교사도 "교무회의를 통해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선생님들이 참담해 했다. 금액을 떠나 돈으로 교사들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혀 교육적이지도 않고 웃기는 일"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차라리 학생들의 급식비 지원이나 더 해 주는 게 옳다. 그나마 우리학교는 뜻있는 교사들이 이 돈을 모아 학생 급식비 지원과 체험학습비 보조에 쓰기로 했다"며 "도교육청이 해야 할 일을 우리가 하게 생겼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행사를 기획한 도교육청 초등교육과 담당 장학사는 "도의회에서는 1만 원도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스승의 날을 의미 있게 보내라고 준비한 것인데 뭐가 문제냐?"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새 교육감이 취임하면 바뀔 수도 있다"며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교육희망>에 실린 것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스승의 날, #경기도교육청, #체험학습, #급식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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