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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낌없이 주는 나무 사무실 근처에 있던 나무가 대형크레인까지 동원된 가운데 25일 보금자리를 이동하기 위해 파헤쳐지고 있다. 이 나무는 그동안 마을사람들에게 훌륭한 그늘도 제공해주는 등 아낌없이 베풀고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
ⓒ 김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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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가 생각이 났다.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나오는 사과나무는 소년에게 놀이터가 되어 주기도 했고, 사과 열매를 따먹을 수 있도록 해 주었고, 그늘을 만들어 주어 소년이 시원하게 낮잠을 잘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또한, 소년이 자라서 청년이 되어 결혼을 하자 청년은 사과나무 가지를 잘라 신부와 살 집을 지었고, 청년이 더 나이가 들어 장년이 되어서는 사과나무 둥치를 베어 배를 만들어 여행도 했으며, 늙은이가 된 소년은 지금까지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 준 사과나무의 그루터기에 앉는다.
이 동화에 나오는 사과나무는 주인공인 소년이 나이가 늙은이가 되기까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갑자기 이 동화가 머릿속에 떠오르게 된 이유는 지난 25일 내가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 근처에 있던 큰 정자나무가 처음보는 낯선 사람들에 의해 뽑혀나가는 걸 보면서다.
언제부터 그 정자나무가 그곳에 자리잡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무실에 나오던 지난 3년간 이 정자나무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내내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었다.
봄에는 싱그런 잎사귀를 뽐내며 나의 마음까지 푸르게 만들어줬으며, 여름에는 따사로운 햇살을 막아주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줌으로써 무더운 여름을 견뎌낼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며,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을, 겨울에는 눈이 내리면 아름다운 설경을 제공해 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기도 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이렇게 많은 혜택을 주었고 든든하게 마을을 지켜주던 정자나무가 뽑혀나가는 걸 보니 서운한 마음이 밀려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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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부들이 나무의 뿌리를 조심스럽게 동여메고 있다. 주말인 25일에 나무를 옮겨서 하마터면 이 모습을 못볼 뻔했다.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얼른 뿌리를 내려 또다른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길 기대해본다. |
ⓒ 김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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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뽑히던 25일은 주말이었는데,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연찮게 그곳에 들를 수가 있어서 정자나무가 뽑히는 걸 다행히 볼 수 있었지, 약속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무가 언제 뽑혀서 없어졌는지도 모를 뻔 했다.
정자나무의 나이도 나이이지만 그 크기도 엄청나게 크다보니 나무를 캐는 일에는 사람이외에도 대형기중기와 포클레인 등의 중장비까지 동원되었다.
서운한 마음도 있고, 또 기중기까지 동원해서 나무를 캐는 장면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어서 한참 동안 나무가 캐어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기도 했다.
나무 캐는 모습은 비단 나뿐만아니라 마을 어르신 몇 분도 나와서 지켜보기도 했다.
너무 서운한 마음에 나무캐는 작업을 하던 인부들에게 물었다.
"이 나무 캐서 어디로 가는 거예요?""글쎄요. 저희는 나무만 캐는 거지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요 옆에 어디로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아, 다른 지역으로 가는 건 아니네요?""그럴 거예요."말을 듣고 보니 그나마 서운한 마음이 덜했다. 어찌되었던 간에 나에게는 그 정자나무가 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준 고마운 나무였기 때문에 멀리 가지 않는 게 마음의 위안이 나마 삼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무가 다 캐어지고 차에 실려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까지는 지켜보지 못했지만 새로운 보금자리에 가서도 얼른 뿌리를 내려 그곳에서 그곳 사람들에게 또다시 나에게 베풀어(?) 준 것처럼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오늘 따라 문득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노래가 자꾸 입안에서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