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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8일 경기도 교육감 선거가 있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교육에 대한 불신이 깊이 자리잡고 있어 투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교 선생님들에 대한 불신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어제, 차 뒷 트렁크에 각종 선물과 돈봉투가 가득한 것이 암행 감찰반에 걸렸다는 뉴스를 보니 이제 교육도 망조가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보다 더한 뉴스를 보고 학부모로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인천시교육감이 세금고지서 같은 아들 결혼식 청첩장을 지역내 460여개 초ㆍ중ㆍ고교 교장과 교감, 교육과학 연구원 등 등 15개 산하 기관장 등에 배포한 것도 모자라 본청과 5개 지역 교육청의 5급 이상 교육공무원 170여명과 지역내 각계 인사, 학원연합회 등 유관 단체 등에도 청첩장을 돌렸다는 것입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라는데 지도층인 교육감이 청첩장을 남발하는 것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망각한 처사다.
▲ 결혼식 청첩장 결혼은 인륜지대사라는데 지도층인 교육감이 청첩장을 남발하는 것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망각한 처사다.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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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아니고 이미 2007년 9월 둘째 아들 결혼식 때도 같은 양의 청첩장을 돌려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는데, 재미 붙였는지 두 번째 돌린 것입니다. 청첩장을 보낸 사람들도 모두 '교육감' 한 마디면 알아서 모셔야 할 그런 사람들에게 보낸 것입니다. 속된 말로 '아들 결혼식이니 돈 가지고 와라' 이런 으름장을 보낸 것입니다. 인륜지대사라는 아들의 결혼식 때 한몫 단단히 챙기려 했던 것인가요?

교육감이면 옛날 같으면 한 고을의 훈장과도 같습니다. 격식과 품격은 물론 인격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사람들의 모범이 되서 늘 칭송이 자자하고, 아이들이 본 받아야 할 어른들의 표상입니다. 이런 분이 결혼식을 올리면 청첩장을 돌리지 않아도 사람들은 일부러 가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인천시 교육감이 돌린 청첩장은 그 의도가 의심스럽습니다. 청첩장을 돌린 사람들중 교장, 교감선생님은 교육 라인상 말 한 마디면 꼼짝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학교에서 교육청에서 감사 나온다고 하면 가장 무서워 합니다. 또한 인천시 교육청의 5급 이상 교육공무원들은 승진 때 절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육감 아들의 결혼식에 청첩장을 돌리지 않아도 알아서 갈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 굳이 청첩장을 돌린 것은 '청첩장을 돌리니 알아서들 하라'는 것인데, 그 청첩장을 받은 교육공무원들은 심적으로 많은 부담을 가졌을 것입니다. 물론 축하는 해주어야 하는데, 박봉에 도대체 얼마를 내야할지 고민했을 것입니다. 물론 다른 중요한 약속이 있어도 교육감 결혼식에 가야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옛날에는 정한수 한그릇 떠놓고도 결혼식을 올렸다. 요즘 결혼식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처럼 너무 호화스럽다.
▲ 결혼식 장면 옛날에는 정한수 한그릇 떠놓고도 결혼식을 올렸다. 요즘 결혼식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처럼 너무 호화스럽다.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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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가관인 것은 인천시 교육청은 교육감 아들 결혼식에 하객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서 직원 42명을 결혼식장에 보내 안내와 축의금 접수 등을 하도록 지시했다는데, 교육청 공무원들이 국민의 공복이지 교육감의 사적인 부하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청첩장을 수천장 돌리는 분 밑에서 근무하는 분들이니 그 바로 아랫사람 누군가가 과잉 충성으로 이런 작태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 사회 저명 인사들 중 청첩장도 돌리지 않고 축의금도 받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리고 결혼식장보다 가족끼리 조촐하게 모여 교회나 성당, 사찰에서 간단하게 결혼식 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결혼식이 사회적 지위와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해 화려한 결혼식장에서 많은 하객과 호화스런 음식으로 대접해야 결혼식을 제대로 치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정한수 한그릇 떠놓고 100년 가약을 해도 옛날에는 잘만 살았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을 인천시교육감에게 다시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교육감이면 지도층중에서도 아주 높은 지도층입니다. 높은 지위에 맞게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그 책임과 의무 중에서는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합니다. 훈장과도 같으신 분이 이렇게 세금고지서 같은 청첩장을 남발하면 교육감 밑에서 근무하는 인천시 모든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도대체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Daum) 블로그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태그:#청첩장, #교육감, #훈장, #선생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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