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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의 마지막. 신라역사로 가는 첫번째 여행을 준비했다. 옆동네 경주의 문화유적에 비하면 포항은 참 많이 비교된다고 느껴진다. 내가 사는 곳이 포항인만큼 보다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짜임새 있는 일정을 세우는데 고심했다. 신라 문화를 그리고 신라 역사를 느껴보는 것을 이번 여행 목적으로 정해 봤다. 먼저 필자가 있는 포항의 문화유산을 견학하기로 우선 결정했다. 지도를 보면서, 교통편이 '매우' 열악하다고 판단하여, 도보여행을 해보자 하는 작은 소망도 품었다.

신광면 냉수리 고분, 그 곳에는

포항시 관광안내도.
 포항시 관광안내도.
ⓒ 이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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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어디부터 가볼까 싶어 포항시 지도를 펼쳤다. 필자가 사는 곳은 오른편 바닷가쪽. 냉수리 고분군은 왼쪽 경주와 인접해 있다. 다행히 부모님 차를 얻어 타고 신광면으로 향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지도에 있는 도로번호를 확인하며 나아갔다. 냉수리 고분 근처 마을에서 영일 냉수리 신라비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안내표지판이나 비석을 둘러싼 건축물은 없어보였다.

찾지는 못했지만 소개를 하자면, 냉수리신라비는 503년(지증왕 4)에 건립된 신라 최고(最古)의 비이다. 흔히 간략하게 냉수리비라고 부른다. 1989년 3월에 경북 영일군 신광면 냉수 2리에 살던 주민이 발견했고, 학자들이 판독한 결과 503년에 건립한 신라비임이 밝혀졌고, 후에 국보 264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하여간, 지나쳤는지 모를 냉수리비를 뒤로 하고 한참을 더 달려 발견한 고분은,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었다.

냉수리 고분의 모습.
 냉수리 고분의 모습.
ⓒ 이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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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은 지금까지 조사된 한강 이남지역 굴식돌방무덤(橫穴式石室) 가운데 최대형이며, 봉분은 높이 약 7m, 직경 25m로 무덤방(墓室)의 위와 주변에 2중으로 냇돌을 쌓고 다시 흙으로 쌓은 원분이었다. 냉수리엔 이 외에도 인근지역에 75기정도 고분이 더 있다고 한다. 고분들은 중앙의 계곡에 있는 용천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냉수리에서 흥곡리(興谷里)에 걸쳐 분포하며 3개지구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냉수리 고분군은 3개 지구 가운데 하나로 1990년과 1991년에 국립경주박물관과 경주문화재연구소에 의해서 발굴조사된 냉수리 돌방무덤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여기에서는 발굴조사된 고분을 포함하여 모두 7기의 봉토분이 확인되었다 한다. 대부분 도굴되고 파괴가 심하나 그 중의 1기(7호분)가 발굴조사되어 '냉수리 돌방무덤으로 명명되었다. 고분들의 봉토 크기는 대부분 저경이 10∼15m이나 1기(1호)는 봉토의 저경이 25m로 발굴된 7호분과 같은 대형이다. 도굴에 의해 드러난 고분의 경우 내부주체는 굴식돌방(橫穴式石室)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모두 돌방무덤(石室墳)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시간을 더 내어 고분군 완전탐사를 꿈꿔봤다.

익숙하고도 낯선, 하지만 멋진 항구 "구룡포"

한 번은 버스로 가보고 싶어 버스를 타고 구룡포 종로거리를 향했다. 가슴아픈 80여년 전 과거로 올라가보자. 1920년대 초 대형어선을 이끈 일본인 선주들이 구룡포에 대거 몰려들었다. 만선 깃발과 함께 사람들이 넘쳐났고, 시간이 지나자 이들을 상대로 한 유곽, 옷가게, 철공소 등이 들어섰다. 현재 구룡포 읍내 장안마을은 당시 일본인들이 집단 거주하던 곳으로 '선창가' 혹은 '종로거리'로 불렸다. 10여년 전 <여명의 눈동자> 드라마 촬영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곳인데, 좁은 마을길을 따라 100여 미터 걷다 보면 시간의 흐름이 역류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좁은 골목 좌우로 퇴락한 2층 목조 가옥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구룡포의 어촌마을입니다.
 구룡포의 어촌마을입니다.
ⓒ 이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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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과 함께 구룡포 종로거리 마을 안내도가 있습니다.
 사진들과 함께 구룡포 종로거리 마을 안내도가 있습니다.
ⓒ 이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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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지역 지도를 참고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녀보니, 일본 전통가옥이라 불렸던 건물들은 대부분 철거되어 있었고, 리모델링이 되어 있었다.

일본인들이 살던 가옥
 일본인들이 살던 가옥
ⓒ 이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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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거리의 한 주택.
 일본거리의 한 주택.
ⓒ 이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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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 위치한 아담한 공원에는 해방 전 일본인들의 신사와 선원들의 무사고를 기원했던 용왕당이 남아 있다. 이 곳에서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구룡포 읍내와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계단 아래로는 군데군데 2층 목조가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공원 앞에서 바라본 구룡포 바닷가의 풍경.
 공원 앞에서 바라본 구룡포 바닷가의 풍경.
ⓒ 이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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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가 구룡포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거주 가옥(적산가옥)을 보수·복원해 국내 최초의 일본관광타운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걸로 알고있다.

며칠 동안 둘러본 포항의 찾기쉬운 문화유산? 찾기가 어렵다

포항의 남단과 경주의 동남권의 경계에 위치한 장기면에는 장기읍성과 장기향교가 있다. 자가용을 이용하고도 한참을 돌아다녀야 하는 위치에 있고, 버스도 하루에 몇번이 있는지 궁금하다. 작정하지 않고 돌아다니지 않으면 찾기도 힘들다.

최근, 신라 냉수리비보다 3~5년정도 더 빠른 시기에 새겨졌다는 학성리비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국립 경주문화재연구소 박종익 학예실장은 "비문 맨 앞에 보이는 '신사'(辛巳)는 비문의 제작시기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로, 신사년은 지증왕 재위 2년인 501년과 진흥왕 22년인 561년 중 하나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필자가 살고 있는 도시라서 조금은 가능했던 일이지만, 또한 '쉽게'는 가능하지 않기도 한 포항역사기행은, 눈에 들지 않았던 유적들이 매력 있어 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평소에 동네 주민들께 길을 물어보기도 하고, 포항에서도 신라시대 고분군들을 보게 되기도 하고. 처음 떠났던 어설픈 여행은, 혼자 알아보고, 혼자 지도를 펼쳐보며 현지 주민들께 길을 물어 가기도 했었는데 몇 장 안되는 사진들을 살펴보니 '아...'하는 소리가 나왔다. 다음 번에 갈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야무지게 준비하여 역사문화에만 집중하리라 다짐하게 된다.


태그:#포항,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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