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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녁에 뒤척이다가 불이 켜진것을 보고 눈을 슬며시 떠보니 아내가 앉아 있었다.

 

'안자고 뭐해?'

'모기한테 물려서 잡으려고'

'지금 모기가 어딨다고 그래 가려워서 그런 거 아냐'

 

아내는 내가 못마땅하다는듯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다음날, 아이들을 학교 보낸 후에 청소를 하는데 싱크대에 모기 한마리가 보였다. 지난 밤새 얼마나 피를 빨았는지 몸통이 빨갛다. 한번에 끝내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손바닥을 내리치니 핏덩어리가 손에 찍힌다. 4월중순에 벌써 모기가 나오다니. 최근의 초여름 날씨 탓일 수 있겠지만 한겨울에도 모기를 본적이 있는것 같다. 겨울날씨가 따뜻했지?

 

 

다음날 아침 귓전에서 '엥~엥' 거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내 뺨을 때렸지만 한손(?) 늦었다. 벌써 모기와 싸움준비를 해야 한다니 마음이 심란해진다. 얼마전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에서는 하루하루가 모기와의 전쟁이였다. 매일밤 방마다 야영장처럼 텐트형 모기장을 쳐야만 했고 한손에는 전기모기채를 들고 집안 구석구석을 수색하는 것이 하루일과의 마지막이었다. 매일같이 열마리 넘게 잡아도 그만큼의 모기들이 집안으로 찾아들어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창문에 방충망을 하고 현관문틈까지 테이프로 막아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모기와 매일 조우하다 보니 놈들의 습성도 알게 되었다. 낮에는 주로 장롱벽 틈새처럼 어두운 곳에 숨어 있다가 밤에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데 불을 끈 후에 다시 불을 켜면 천장과 벽에 잽싸게 몸을 숨기지만 눈에 띈 놈들은 절대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각오로 밤새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모기에 시달리다 보니 각종 모기잡는 물건들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모기퇴치에는 전기모기채가 가장 효과적이고 초음파로 모기를 유인해 감전시킨다는 제품은 효과가 없었다. 한달여를 사용했는데 단 한마리도 잡지 못하고 밤새 전기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라서 사용을 포기했었다. 스프레이 살충제나 전자모기향은 인체에 해롭고 모기도 면역이 생겼는지 끄덕없는 놈들이 많아서 사용하지 않았다.

 

모기에게도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면 모기장이 최고다. 모기장도 간단히 펴고 접을 수 있는 텐트형은 야외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고 침대형 모기장은 은근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모기가 활동을 시작한 만큼 시각과 청각은 레이더 기능으로 전환되어서 습관적으로 벽과 천정을 한번씩 훓어보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천정을 한바퀴 돌아보니 모기 한 마리가 포착되었다. 밤새 피를 얼마나 빨았는지 몸통이 홍당무가 되어있었다. 조심스럽게 전기채를 갖다대니 힘없이 추락하고 만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살아있다. 생포해서 모기에 대한 연구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놈을 접시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범죄자 사진찍듯이) 놈을 가두어둘 통을 찾아서 돌아오니 없다? 어디로 갔나. 사방을 둘러보니 열려진 현관문 밖으로 유유히 날아가는 놈이 보인다. 잽싸게 쫓아갔지만 이미 사라졌다. 모기가 떠나면서 남긴 말은  'i will be back'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싣습니다.


태그:#모기, #모기전기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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