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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총괄 김당/ 부평 안홍기/ 울산 김지은/ 시흥 김영균 기자 

 

후보는 즐겁지만 당대표는 괴롭다?

 

재보궐선거의 특징은 한 마디로 이렇게 압축된다. 그런데 후보는 왜 즐거운 것일까?

 

재보선은 정치인에게 자신의 지명도를 높일 좋은 기회다. 특히 여당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거머쥐어야 하는 절호의 기회다. 돈과 지명도 그리고 '자리'가 보전되니 정치인과 정치지망생에게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까.

 

돈과 지명도 그리고 '자리'가 보전되는 재보선

 

우선, 후보는 돈이 안 든다. 왜?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은 철저한 조직 선거이기 때문이다. 재보선의 역설이다. 선거에 돈이 전혀 안 들어갈 수는 없다. 그러나 선거구가 몇 안되는 조직선거이기 때문에 오히려 당의 '실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후보 돈이 들어가더라도 정당의 기본 조직표가 있기 때문에 선거 후에 금방 보전받을 수 있다.

 

돈은 적게 드는데 '광고효과'는 만점이다. 18대 총선이 1년여가 지났지만 초선의원 중에는 아직 정치부 기자들도 모르는 국회의원이 상당수다. 그러나 선거구가 수백 개인 전국 동시선거와 달리 재보선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어 출마자는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을 수 있다. 김대중, 이회창, 박근혜 같은 거물 정치인들도 재보선으로 정치에 입문해 단박에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다.

 

돈(비용)만 보전되는 게 아니라 떨어져도 '자리'가 보전되곤 한다. 특히 여당에서는 '당선되면 선량이고 떨어지면 장관'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인천 부평을 지역의 경우, 호남 출신 고위 경제관료(차관)로 전략공천을 받은 이재훈 한나라당 후보는 '떨어져도 장관 자리가 예약돼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일찌감치 표밭갈이를 한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에게는 이미 수석 부대변인 자리가 주어졌다. 수석 부대변인직은 대개 총선 공천 1순위다.

 

4.29 재보선은 지난해 18대 총선 이후 1년여 만에 치르는 첫 국회의원 선거다. 그래서 재보선은 후보보다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당대표가 더 바쁜 선거다. 2년차를 맞이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의 의미를 일정 부분 갖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부평을 지역이 그렇다. 다른 곳은 지더라도 이곳을 건지면 체면은 차릴 수 있다.

 

텃밭에 뿌려진 '분란의 씨'가 박희태-정세균에 '올인' 강요

 

그래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부평에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며 정치적 운명을 걸고 있다. 애주가인 박 대표는 선거기간에 사실상 술도 끊었을 만큼 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정 대표 역시 선거운동이 시작된 16일부터 매일 부평을 찾아 홍영표 후보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쁘기만 하면 좋은데 괴롭기조차 하다. '텃밭'에 분란의 씨가 뿌려진 당내의 복잡한 사정 때문이다. 두 당 모두 두 정(鄭)씨가 문제다. 대선후보를 지낸 정동영 전 장관이 신건 전 국정원장과 '무소속 연합'으로 출마한 전주와, 박근혜 전 대표와의 친분을 내세운 정수성 예비역 대장이 '친박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주가 그렇다.

 

정동영-신건 후보의 당선은 정 대표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한 전략공천의 실패를 뜻한다. 정 대표로서는 전북지역의 영향력 상실은 물론, 당권마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수성 후보의 당선은 당내 친이-친박의 갈등 증폭으로 박 대표의 관리능력에 정치격 타격을 줄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니 당대표들이 후보들보다 더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후보들보다 더 바쁘고 가슴 졸이기는 당대표와 운명을 함께 하는 측근-주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두 국회의원이 '올인'하는 시흥시장 선거도 비슷한 양상이다.

 

[인천 부평을] '학생운동 동지' 송영길-정태근, 사활 걸고 대결

 

4·29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일컬어지는 인천 부평을 재선거 승리를 위해 야당의 한 의원은 GM대우차를 샀고, 여당의 한 의원은 노른자위 보직을 걷어찬 채 인천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둘 다 자기 선거로 착각을 하고 있는듯 열심히 뛰고 있다.

 

GM대우차를 산 사람은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인천 계양을)이다. 그는 'GM대우 살리기' 여야 공약 경쟁에서 유권자들에 대한 호소력을 조금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GM대우차 라세티를 사서 타고 부평을 지역을 누비면서 홍영표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송 의원은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부평을에 올인하는 배경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홍영표 후보를 강력하게 밀었던 사람으로서 책임감도 있고,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겨야 당내 분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부평을 선거에 민주당의 사활이 걸려있기 때문에 최고위원이자 인근 지역구 의원인 내가 발벗고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반대편에서 이재훈 한나라당 후보를 총력지원하고 있는 이는 정태근 의원(서울 성북갑)이다. 정 의원은 이번 추경예산 심의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위원직을 버리고 거의 매일 이재훈 후보 사무실로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

 

정 의원은 선거 사무소 개소 수일 전부터 추경예산 분석에 몰두하던 자신의 보좌관을 부평을로 보내 선거 업무를 지원하도록 할 정도로 이번 선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나라당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의원 역시 이번 선거에 임하는 각오와 배경을 솔직히 밝혔다.

 

"다른 선거구 승패 여부를 떠나, 이기면 모든 것이 면피되는 곳이 부평을이다. 부평을 선거로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정책기조에 대해 평가받는 것이기 때문에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지지율이 박빙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곳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송 의원과 정 의원은 본래 80년대 연세대에서 학생운동 한솥밥을 먹고 총학생회장을 물려주고 받은 절친한 사이다.

 

경영학과 81학번인 송 의원은 학도호국단을 무력화하고 학생 직접선거를 주도해 84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이 됐다. 총학생회의 부활을 이끈 송 의원의 뒤를 이어 학생회장에 뽑힌 이가 경제학과 82학번인 정 의원이다. 정 의원은 전국적으로 총학생회가 부활한 85년 34개 대학이 참여한 전국학생총연합을 조직하고 산하 투쟁조직인 삼민투쟁위원회 활동으로 널리 알려졌다.

 

두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절친한 사이라는 점은 적극 인정했지만, 선거전에서의 강점과 약점 등 이번 선거에 대해서는 서로 언급을 피했다.

 

[울산 북-경주] '선거몰입' 정몽준, 본인 선거 치르듯 '비장'... 주류 진입 발판?

 

17일 밤 서울서 울산행→18일 오전 울산 북구 지원유세→같은 날 오후 경주 지원유세→다시 울산으로 돌아와 숙박

 

지난 17~18일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동선이다. 요즘 정 최고위원의 지원유세 일정을 보면 당 대표는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울산으로 내려가 지원유세를 한 뒤, 경주까지 찍고 다시 울산공항을 거쳐 서울로 올라오는 일이 잦다. 전담 선거구는 울산 북구이지만, 인접지역인 경주까지 덤으로 챙기고 있다.

 

최근엔 부평 지원유세도 마다지 않고 달려간다. '선거 미다스의 손',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가 꿈쩍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 빈 자리를 정 최고위원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다 보니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와달라는 요청이 온다"며 "일주일이면 4~5일은 지방행을 한다"고 귀띔했다.

 

정 최고위원도 마치 본인 선거를 치르듯 태도가 사뭇 비장하다.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선거를 일년 내내 하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활용해야 한다"며 열의를 불태웠다. 또 "전 세계 언론에서 이번 선거(결과)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라며 "5곳 중 3곳 정도 (승리)하면 바깥세상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에 재신임을 받았다고 할 것"이라고 다소 과장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도 정 최고위원은 거듭 최고위원들에게 "우리 당이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해야한다. 최고위원들이 지금보다 더 뛰자"고 독려했다고 한다. 한 당직자는 "정 최고위원이 당 대표만큼 선거에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정 최고위원의 이런 '선거몰입'을 두고 향후 정치행보와 연결 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가 집중 지원한 지역이 승리하면 그에게도 '부상'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에게는 이번 선거가 주류로서 입지를 굳힐 발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 측은 "당 지도부나 후보들의 지원 요청이 있으니 최선을 다해 도울 뿐"이라며 "선거 결과에 따른 '플러스 효과'까지 계산하고 유세 다니는 건 아니다"고 일축했다.

 

[시흥시] '금배지 2개' 목숨 쥔 시장선거에 조정식-백원우 '올인'

 

경기도 시흥시는 4·29 재보선에서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구다. 'MB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민주당으로선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한나라당 아성인 수도권을 넘볼 교두보를 마련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김윤식 후보 당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흥시가 지역구인 민주당 백원우(시흥갑)·조정식(시흥을) 의원은 아예 신발을 벗고 뛰고 있다. 지난 16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두 의원은 지역구를 샅샅이 훑으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시흥시내 가장 큰 '표밭'인 시화공단에도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이 없는 지역에서 단체장 선거에 패배하면 책임론이 일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시흥시장 선거에서 지게 되면 제일 먼저 지역구 의원 두 사람이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나라당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재보선에 이기지 못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당으로 봐서나 개인적으로 봐서나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라며 "분위기는 좋지만, 선거라는 것이 방심하면 안 되니까 아예 상주하면서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두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지원유세도 펼치지만, 주로 민주당 지지자들을 만나 투표 참가를 독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에서 승패를 가를 요소는 바로 '조직 동원력'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단 초반 분위기는 괜찮다고 보고 있다. 조 의원은 "한나라당 출신인 전(前) 시장이 뇌물로 구속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민주당을 뽑아야 한다는 추세가 있다"며 "지역구를 다녀보면 우호적이라는 느낌도 든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노용수 후보의 기세도 만만찮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중앙당에서는 시흥 출신 손학규 전 대표를 모셔와 긴급 투입했다. 손 전 대표가 기대 이상으로 선거운동에 열심인 것도 민주당으로선 고무적이다. 20일 손 전 대표는 비바람 속에서도 시화5일장을 돌면서 시장상인들에게 일일이 손을 내밀었다. 18대 총선 낙선 뒤에 정치에서 한발 물러서 있었던 김근태 상임고문도 함께 뛰는 중이다.


태그:#4.29재보선, #정세균, #박희태, #정몽준, #송영길-정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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