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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조선일보> 경제섹션 '뉴스 블로그'에서 정진영 기자는  구글, 왜 한국에서 비실비실거릴까?라는 글을 실었다. 구글이 한국에서 비실비실거린다(?) 참 재미있는 글제목이다. 제목 하나는 잘 짓는 <조선일보>이지만 지난해 217억 달러(약 29조 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에 '비실비실'이라는 표현을 과감히 쓴 정진영 기자의 탁견에 놀라움을 금할 길 없다.

 

더 놀라운 것은 기사 내용이다. 정진영 기자는 첫 문장부터 "지난해 217억 달러(약 29조 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라고 하여 구글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단언했다.

 

정진영 기자가 밝힌 구글이 한국에서 무너지는 이유는 "구글 한국 지사인 구글코리아는 최근 2006년 설립한 이래 처음으로 광고 영업 및 마케팅 부문의 직원을 대거 정리"한 것이다.

 

여기서 든 의문 하나. 요즘 구조조정하지 않는 한국 기업이 있는가? <조선일보> 경제 기사 논조 핵심 중 하나가 구조조정이다. <조선일보>가 지지하는 이명박 정권은 효율성을 위해 인권위까지 구조조정했다. 그러므로 감원만으로 구글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정진영 기자는 인원 감원에 대하여 구글코리아의 정김경숙 상무가 "본사 차원에서 세계적으로 진행하는 조직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한국에서만 유독 규모가 큽니다. 구글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100명을 정리했는데, 이중 30%가 한국에 집중됐다"고 했다.

 

조금 이해가 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했기 때문이란다. 그것도 30%나. 이 정도면 구글이 한국에서 무너지는 이유임을 아시겠는가? 그럼 왜 구글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감원했을까? "구글코리아가 '글로벌 스탠더드'만 내세우면서 검색 광고(단어를 검색하면 연관 광고를 보여주는 것) 서비스의 현지화에 힘쓰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라고 했다.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눈에 들어오는 단어 하나가 있다. '서비스의 현지화'다. "서비스 현지화에 힘쓰지 않았다"는 말이 자꾸만 들어오는 이유는 지난 9일 구글코리아가 "유튜브 한국 사이트에서 영상물이나 댓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실명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사실 때문이다.

 

구글 코리아의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0일 정 기자는  구글, 법망은 피하고 이득만 챙기겠다제목하에 "구글의 이번 조치는 실정법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유리한 것만 챙기겠다는 '얕은 속임수'라는 지적이다"라고 했었다. "실정법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유리한 것만 챙기는 구글"을 비판한 정 기자는 결국 "서비스 현지화에 힘쓰지 않는 구글"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기자는 한 인터넷 광고 대행사 직원 말을 빌었는데 그 직원은 "2003년 한국에 진출한 경쟁사가 그동안 광고시스템을 세 번이나 바꾼 것과 달리 구글코리아는 후발주자임에도 현지 광고시스템을 한글화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면서 "세계 최고의 검색기술을 갖고도 '글로벌 스탠더드'만 고집하면서 한국 네티즌들이 원하는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데 실패해 시장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점유율 3%에 불과한 구글이니 한국에서 "이에 따라 구글코리아가 머지않아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으며 "효율성을 강조하는 본사가 언제까지 기다려줄지 의문"이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구글코리아가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는 자신만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집한 결과는 아닐까요?"는 백미다. 그런데 '글로벌 스탠더드'는 <조선일보>가 좋아하는 말 아닌가?

 

정진영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인터넷실명제-<조선일보>는 '제한본인확인제'라고 함-를 거부한 구글이 싫다는 말이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글쓰고, 말하는 자유라면 싫은 <조선일보>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글이다. 정진영 기사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자기 기사에 댓글을 단 한 누리꾼의 충고를 전하고 싶다.

 

만일 구글이 한국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에게 어떤 결과가 예상되는가를 기사의 핵심으로 다루었어야 합니다. 마치 우리의 시장에서 퇴출되기를 바라는 단순한 시장원리만이 강조되었는데 세계 최강의 검색서비스가 한국을 배제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위상에 큰 손실이 예견 됩니다 'oesican'


태그:#구글, #인터넷실명제, #조선일보,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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