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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무대 은하사
▲ 달마야 놀자 영화 주무대 은하사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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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야 은하사 가자

따르릉 따르릉 새벽부터 전화가 울려 받았다. "형님, 이거 아시죠 ? 칼은 사람을 살리는 칼과 사람은 죽이는 칼이 있는 거 말입니다(나중에 알고보니 '달마야 놀자'의 영화대사 중), 오늘은 저의 칼을 잡았으니 저 시키는대로 하셔야 합니다." 무슨 화두처럼 산벗 동생의 뜬금 없는 소리에 나는 약간 놀라서, "이봐, 어젯밤 못 먹을 거 먹었는냐 ? 대체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리야 ?", "형님 ! 영화 '달마야 놀자' 보셨죠? 오늘 산행은 무조건 신어산 은하사로 갑니다. 부산역에 7시까지 나오세요." 딸깍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참 달마처럼 넉넉하게 생긴 산벗 동생이지만, 가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그 혼란은 너무 유머가 넘쳐서 나같이 경직된 사람을 언제나 깨우치는 면도 있다.

철쭉이 지천이다
▲ 진달래 등 철쭉이 지천이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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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50대 초반의 남자와 50대 후반의 산꾼이 달마와 함께 김해 신어산 은하사를 찾아나섰다. 산벗 동생의 고향은 김해. 그의 성은 김해 김씨. 신어산 입구부터 그는 관광가이드처럼 나에게 신어산 자랑에 은하사 자랑에 입에 침이 마른다. 신어산은 김해의 무척산(703m)과 나란히 김해의 진산으로 꼽히는 명산이란다. 무척산은 산길이 험하지만, 신어산은 아기자기하게 산 이벤트가 많다고 이번 산행은 영화< 달마야 놀자>처럼 재미날 것이라고 미리 수다를 떤다.
산 이벤트가 있는 신어산
▲ 다양한 산 이벤트가 있는 신어산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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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벗 동생은 항상 김밥만 달랑 준비하는 터라 내 등산 가방은 꽤나 묵직했다. 콩밥의 도시락, 더덕을 넣고 찜한 닭 한마리, 그리고 물통과 막걸리 등 산은 험하지도 높지도 않지만, 등산 가방의 무게에 나는 헉헉대고 있었다. 산벗 동생은 다람쥐처럼 앞장 서면 이번 산행코스는 동림사-은하사-천진암-신어상 정상에서 돛대산에서 하산해야 하니 시간이 없다고 서둘러 앞장 섰다.  나보다 다섯살 아래지만 항상 산벗 동생 김씨는 내게 영화 <달마야 놀자>의 묵언 수행 중인 스님역을 맡은 이문식 배우의 재미난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그냥 웃음이 나는 동안의 얼굴말이다.

장유화상이 창건한 '서림사'가 오늘 날 은하사

은하사는 경남 김해시 삼방동 신어산(神魚山)에 있는 절이름이다. 이 절은 부산 범어사(梵魚寺)의 말사. 그 옛날은 서림사(西林寺)라 불리웠으나, 지금은 은하사로 통한다. 이 절의 가락국의 김수로왕 때 장유화상이 창건하였다고 한다. 가람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것을 1600년대에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단다. 최근 장유화상이 인도로부터 와서 가야에 불교를 전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다시 서림사로 바꾸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은하사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산문에 기대어
▲ 은하사 산문에 기대어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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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을 중심으로 왼쪽, 설선당. 오른쪽은 명부전과 종각이 있다. 대웅전 뒤의 왼쪽에는 응진전과  요사채가 있고 산신각이 있고, 현대식으로 지은 객사 등이 있다. 은하사 대웅전은 조선 중기 건물로, 다포집 계통의 맛배지붕 건물. 특이한 문화재는 없으나 대웅전 앞에는 높이 5m 정도의 5층석탑이 볼만하다. 그외 3층석탑이 있으나 이는 역사가 깊은 것들이 아니다.

돌계단
▲ 은하사 돌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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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어산의 이름 유래는, 인도 아유타국 왕가의 문양에서

은하사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영화 <달마야 놀자>의 무대가 됐던 덕분이 아닐까. 은하사는 김해 김씨 시조 수로왕의 왕비 허황옥이 인도에서 건너올 때, 그의 오빠인 장유화상과 함께 왔는데, 이때 장유화상은 신어산 서쪽에 서림사를 지어 가락국의 안녕을 기원했다고 전한다. 은하사 밑에 존재하는 동림사 역시, 장유화상이 가락국의 번영을 위해 세웠다고 전해진다. 원래의 건물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현재 동림사는 최근 지은 것이다.  신어산의 유래는 인도의 아유타국 왕가의 문양인 신어(神魚)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신어산 경내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아기 자기한 돌계단을 밟아야 한다. 돌계단을 오르면 잡풀이 우거진 연못이 있고 해수관음상이 나그네를 반긴다.

범종각
▲ 천년사찰, 은하사 범종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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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에 들어오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범종각이다. 이 범종각은 나무를 통째로 사용한 기둥의 웅장함이 백미다. 산벗 동생의 설명으로는 어른 두세 사람이 손을 맞잡아야 간신히 안을 수 있는 굵기라고 하는데 우리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아보니 품에 안겼다. 그러나 아쉽게도 범종각은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눈에 거슬리는 것은 범종각 아래 숱하게 주차된 승용차. 산사에 찾아오면서 차를 가지고 오는 것이 불도에 맞는 것인지 아닌지 얼른 판단이 서지 않지만, 마음을 닦는 일이 불교의 화두라면 고행을 자처해서 산사를 찾아야 옳은 일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은하사 대웅전 지붕의 멋,백미 !

조선중기 건물로, 다포집 계통의 맛배지붕 건물
▲ 은하사 대웅전 지붕의 날아갈 듯한 멋 조선중기 건물로, 다포집 계통의 맛배지붕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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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사 가람은 나그네를 압도하는 데가 있다. 신어산의 '신어(신의 물고기)'란 이름 때문일까. 새로 지은 범종각 조차 이끼 낀 세월을 느끼게 한다. 가람은 전체적으로 산세와 어울려서 편안한 느낌을 안겨준다.  명부전, 삼성각, 대웅전, 응진전 등 뒤로 보이는 산의 능선과 가람의 지붕의 모양새가 명작의 구도처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대웅전 지붕에서 바깥쪽으로 댄 가로 기둥의 연꽃 문양 등 봉황의 머리 모양이, 가야 시대의 천년 고찰의 품위를 더욱 높이 빛을 바래 주는 듯….

산림욕장
▲ 신어산 산림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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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신어상 정상을 향해 쉼없이 걸어야 한다. 산벗 동생은 천진암 입구까지 자동차가 갈 수 있다고 알려준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다. 아스팔트가 깔린 숲길이 15분 정도 이어지고, 길은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헉헉 쉼 없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올라가다 보니, 산을 오르는 일도 스스로의 고행을 자처하는 일 같다.

우리는 천진암 부근에서 가지고 온 점심을 신문지 밥상에 차렸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간단한 요기를 파는 매점 비슷한 가게가 보였다. 견물 생심이랄까 우리는 남들이 맛나게 먹는 컵 라면을 두 개 사서 신문지 밥상 위에 올려 놓고 황후의 상을 받아 놓은 듯 푸짐한 산점심을 나누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산
▲ 신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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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코스
▲ 신어산 등산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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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건너 신어산 정상

천진암 뒤로 난 길을 따라가면 신어산 정상. 신어산은 돌이 많아서 일명 돌산이다. 등산로는 비교적 잘 정돈되어 있었다. 8분 능선부터는 길은 다시 급해졌다. 정상을 향해 올라갈수록 전망이 좋았다. 분성산 첨성대, 김해의 시가지의 건물 등 그리고 넓은  김해평야가 한눈에 들어왔다. 얼마쯤 걸으니 길이 100m 가량 되어 보이는 구름 다리가 나왔다. 이 구름 다리를 건너야 신어상 정상에 오를 수 있으니, 이 구름다리가 신선 세계로 가는 입구인가. 흔들대는 다리 위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 보는 전망은 탁월했다.

신어는, 인도 아유타 국의 문양에서 유래된 말
▲ 신어사의 신어는, 인도 아유타 국의 문양에서 유래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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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말이 없고, 낙동강은 유유히 가야 문화처럼 흐른다 

구름 다리를 건너가서 조금 걸으니 정상. 기암괴석이 눈 앞을 가로 막았다. 신어산 정상에는  간이 휴게실의 정자가 있고, 정상비도 있다. 정상에 올라오니 옛 가락국의 흔적 없는 자취 대신 스모크 자욱한 빌딩과 건물과 역사처럼 흐르는 낙동강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정상에는 약  6000여 평의 들판 같은 능선 곳곳에 철쭉 등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야호 ! 야호 ! 산벗의 외치는 메아리가 저 삼천대계까지 닿는 듯….

길은 돛대산으로 들어서고, 산속의 저물녘은 날씨가 쌀쌀한데 저녁 공양의 종소리 은은하게 울려 펴졌다. 나는 묵언 수행 중의 스님처럼 손짓으로 산벗 동생을 앞장 세워, 하산을 서둘렀다. 땅거미가 내리는 숲 속 어디서 불쑥 영화 속의 한장면이 펼쳐지고 있는 듯, 고적한 숲 속에는 다람쥐 청솔모 등 수다스럽게 나뭇가지를 옮겨 다녔다. 이번에는 '시의 숲'을 구경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산벗 동생에게 약속했다.

천년의 가야는 간곳이 없네...
▲ 낙동강은 흐르고 천년의 가야는 간곳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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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말이 없다. 그러나 그 품은 뜻은 무궁하리라.
산은 생겨난 모습 그대로 높고 크고 무겁고 또 깊어,
말로 다 할 수 없는 뜻을 품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우리들 마음의 거울에 비추이는 산의 말 없는 그림자일 것이다.
산은 봉우리마다 멧부리마다 줄줄이 잇단 산줄기를 타고 서 있는 것,
앉아 있는 것, 그 모두가 제각기 생겨난 그대로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도 같지 않다....
<산은 말이 없다, 그러나....> 중 '홍종인'

정상에서
▲ 신어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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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신어산의 은하사 가려면, 김해의 인제대학교를 지나 삼안동 방향으로 진입하면, 은하사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은하사 가는 이정표를 따라가면, 동림사와 은하사가 차례로 나온다. 은하사의 천진암 입구까지 차가 올라간다. 이곳부터 등산을 시작해도 좋다.



태그:#달마야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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