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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군가 만들어 낸 선입견, 만만디(慢慢)

 

중국, 그 안의 중국인을 떠 올리는 여러 단어들 중에 '만만디(慢慢)'라는 말이 있다. 게으를 만(慢)자를 쓰듯 부정적인 어조가 짙게 묻어 있는 말이다.

 

우린 늘 느리거나, 게으르다는 선입견으로 그들, 중국인들을 대하는 오류를 범한다. 사실 이 단어가 언제 시작되었고 어디서 유래가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순 없다. 다만 어떤 이들은 중국 역사에서 일어난 수많은 전쟁의 풍파 속에서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결정하는 것은 곧 목숨과도 바꿀 수도 있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서 터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느릿한 선택이나, 행동들이 생겨났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쩌면 중국인들에게 '느리다'는 건 '게으르다'와 같은 말이 아닌, '생존한다'의 또 다른 의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2.  중국, 이제 이소룡을 추억하다

 

은막의 배우 이소룡은 아직도 경쾌한 괴성과 함께 빠른 타격을 퍼붓는 사나이로 우리의 추억 한 켠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는 중국인이다.

 

'만만디'라 부르는 중국인은 또한 우리에게 가장 빠른 사람이라는 또 하나의 반대 코드로도 기억되어 있다. 우리가 가진 선입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단면이 여기에 있다.

 

이런 이소룡이 언제부턴가 중국의 거리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름 또한 "쪈쿵푸"(眞功夫). 말 그대로 '진짜 쿵푸', 즉 쿵푸처럼 '빠르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쩐쿵푸'의 진짜 모습은 쿵푸를 가르치는 무술 도장이 아닌, 현재 중국 내에서만 약 400개의 체인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중국식 인스턴트 식당의 상호이다.

 

#3.  빠른 요리 '인스턴트'에서 그 아이디를 얻다

 

80~90년대 중국의 본격적인 시장 개방과 함께 밀려든 건 다름 아닌 미국식 인스턴트 먹을거리들이었다. 그들은 오래지 않아 중국인들의 식탁을 점령해 버렸다. 우려낸 차(茶)를 마시고, 기름 둘러 볶고 찌고, 또는 삶는 대표적인 슬로우 푸드(Slow Food)의 나라 중국에서도 어느 날부터인가 햄버거와 콜라가 삽시간에 젊은 이들의 입맛과 유행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이 햄버거의 슬로건은 간편하고 빠르다는 것이다. 이는 곧 서양 선진국들의 성공 개념을 대변하기도 한다. 남들보다 앞서나가고 성공하려면 점심 한 끼 정도는 빨리 해치우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 일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쩐쿵푸'는 남방 어느 작은 도시에 있는 어느 평범한 청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중국인들은 밥과 탕과 볶은 고기를 좋아한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중국식 먹을거리를 햄버거처럼 인스턴트화 시키자"

 

그 청년은 투자자들을 설득시키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4. 속도의 시대, 빠르다는 것이 도덕적인 것이 된 중국

 

빌 게이츠는 그의 저서 '@생각의 속도'에서 '속도가 생존의 무기로서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속도가 미덕이 되어버린 사회가 된 것이다.

 

여기 중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들은 이제 새로운 속도의 환경에 누구보다 더 빨리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상하이에서는 '교통카드', '신용카드' 등 대체 화폐가 일반화 되었다. 돈을 지갑에서 꺼내어 세거나, 거스름 돈을 받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속도의 형태로 바뀐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무선 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시간과 장소에 방해받지않고 업무를 처리하고, 결과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그들의 돈 씀씀이도 달라져, 이제는 이러한 새롭고 빠른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지출하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만만디'의 나라가 아니다. 이미 중국인들의 시계는 '글로벌(Global)의 시계'에 맞추어져 함께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해지는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태그:#중국, #상하이, #이소룡, #쩐쿵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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