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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색 썬텐지가 생기기 전 탈의실 창문. 아래 투명썬텐지를 붙인 창문 사진과 비교해보시라.
 투명색 썬텐지가 생기기 전 탈의실 창문. 아래 투명썬텐지를 붙인 창문 사진과 비교해보시라.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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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아니, 탈의실 창문에 커튼도 없네?'라는 기사를 통해서 부산에 XX구 장애인 복지관 목욕탕 탈의실 창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사에는 빠져있지만 그 날 복지관 직원에게 탈의실 창문에 블라인드나 커튼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직원 명찰을 걸고 있는 직원을 붙잡고 다짜고짜)저기 실례합니다. 제가 XX씨의 활동보조인인데, 같이 목욕을 하면서 불편한 것이 있어서 그러는데 잠시 이야기 할 수 있나요?"
"네. 잠시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목욕탕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창문에 블라인드나 커튼이 없어 민망하더라구요. 물론 저 멀리 떨어진 건물에서 이곳까지 보일지는 알 수 없지만, 안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조금 난처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 주까지는 꼭 블라인드 혹은 커튼을 설치해주셨으면 합니다."

"네. 담당자에게 말해서 꼭 조치를 취해 놓겠습니다. 저도 오늘 알았네요. 죄송합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나?

하지만 4월 7일 다시 장애인 XX씨와 목욕을 하러 그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창문은 그대로 였다. 그래서 사무실에 가서 담당자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하였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담당자에게)저기 안녕하세요. 건의 드릴 말씀이 있어 이렇게 사무실에 찾아왔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주에 저희가 목욕탕 탈의실 창문에 블라인드, 커튼 등을 설치해달라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와보니 그대로던데, 혹시 이야기 못 들으셨나요?"

"(지난주에 이야기를 했던 직원이 갑자기 말을 끊고)아,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창문 관련해서 건의 해주셨던 그 분이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담당자에게 말한다는 것을 업무가 바빠서 전달을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주 안에는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담당자가 직원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 하지만 다 들렸다.)자네가 이야기 안 해도 그 문제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네. 자네 잘못은 아니니 빨리 다른 업무나 보시게."

"(다시 담당자가 나에게 와서)정말 죄송합니다. 저 직원이 아직 일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 일이 서툽니다. 다음주 안에는 저희가 조치를 취해놓겠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빨리 해드려야죠."

"(이 때 사무실 상사들이 담당자에게)자네 아직도 그 창문 처리 안했나? 허허 빨리 처리 하게나. 언제까지 그 일 미루어 둘 텐가. 근방 처리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야."

4월 7일 활동보조인을 하면서 복지관 사무실에 처음 들어갔었다. 그 곳에 창문을 보니 전부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장애인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해야 하는 시설에 오히려 직원들이 더 편안한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목욕탕 탈의실 창문에 블라인드나 커튼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누구 하나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담당자에게만 미루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탈의실 창문에 선팅지가 붙다

투명 선탠지가 생긴 장애인 복지관 목욕탕 탈의실 창문
 투명 선탠지가 생긴 장애인 복지관 목욕탕 탈의실 창문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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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화요일 어김없이 장애인 XX씨와 목욕을 하러 XX구 장애인 복지관에 갔다. 이날은 창문에 블라인드 혹은 커튼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복지관 탈의실에 들어갔다.

"XX씨 보세요. 창문에 투명 선팅지가 생겼어요. 지난주에 저희가 복지관 관계자들에게 강하게 이야기한 게 통했나 봐요."

"정말 생겼어요? 투명색이라 잘 보이지가 않네요."

"선탠지가 투명색이라 안경 쓰셔야 보이실 듯해요. 직원 사무실과 같은 블라인드는 아니지만 왠지 저희 스스로 뭔가 쟁취해서 뿌듯한데요."

"맞아요. 선팅지 하나 붙이는데 2주나 걸렸지만 이런 작은 성취가 저를 기쁘게 하는 것 같아요. 장애인의 사회적 현실도 이와 같이 조금씩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장애인 목욕탕 탈의실 창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지 2주 만에 투명색 선팅지가 생겼다. 작은 성취지만 나의 행동이 장애인의 삶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매우 뿌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장애인 XX씨의 이야기처럼 장애인의 사회적 현실 또한 이렇게 바뀌어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장애인이 이동, 노동, 교육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 세상은 우리의 생활 속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오늘 느꼈다. 앞으로 활동보조인을 하면서 부딪치는 문제에 대해서도 스쳐지나가지 않고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문제제기를 해나가야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다음 블로그 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장애인, #탈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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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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