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은 내가 살고 있는 마산에서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먼 거리이지만 늘 내 마음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둠을 가르고 찬연히 떠오르는 시뻘건 해를 바라보면서 추위마저 잊었던 땅끝전망대, 가을이 울긋불긋 내려앉은 아름다운 절집 미황사와 하염없이 걷고 싶었던 두륜산 대흥사의 십리 숲길과 함께 해남은 내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그리움의 땅이었다.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미황사(전남 해남군 송지면 서정리)에서 올려다본 달마산의 장엄한 풍광 또한 두고두고 생각날 정도로 내 마음을 끌었다. 지난 11일, 나는 백운등산클럽 회원들과 함께 꼭 한 번 가고 싶었던 달마산 산행을 드디어 나서게 되었다.

아침 7시 10분에 마산을 출발한 우리 일행이 송촌마을(전남 해남군 현산면 월송리)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10시 50분께였다. 30분 남짓 걸었을까, 부서져 내리는 햇살을 받고 바위 틈새에서 반짝거리는 연분홍 진달래꽃들의 모습이 내 마음을 몹시 설레게 했다.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과 북평면에 걸쳐 있는 달마산(489m)은 울퉁불퉁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산행 내내 공룡의 등줄기를 타는 듯한 아찔한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산이다. 그러나 그날은 초여름 같은 이른 더위로 인해 자꾸 목이 타고 얼굴도 화끈거려 내겐 힘든 산행이 되어 버렸다.  

아침에 늦잠이 들어 과일은 말할 것도 없고 목을 축일 수 있는 시원한 물조차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 집을 나선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따가운 햇살을 받으면서 험한 바위들을 오르내리다 보니 조금씩 지쳐 갔다. 그래도 거칠게 생긴 바위 틈새로 예쁘게 피어난 진달래들은 정말이지, 황홀 그 자체였다!

 
▲ 관음봉 능선에서.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 달마산 정상에서.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관음봉 능선에 도착한 시간이 낮 12시 10분께. 연분홍 비단 같이 색깔이 곱디고운 진달래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으로 나는 계속 걸어갔다. 봉화대가 있는 달마산 정상에는 오후 1시께 이르렀다. 그런데 달마봉과 불썬봉이란 두 개의 이름을 가지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거친 바위 틈새로 피어난 진달래꽃들은 황홀 그 자체였다! 
 거친 바위 틈새로 피어난 진달래꽃들은 황홀 그 자체였다!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정상에 벌써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있는 일행 틈에 끼어 나는 배낭에서 도시락을 꺼내 허겁지겁 먹었다. 갈증이 나서 밥을 먹으면서도 오로지 물 생각뿐이었다. 점심을 먹은 뒤 곧장 도솔봉 쪽으로 혼자서 걸어갔는데, 더위를 먹은 탓에 험한 바위를 타며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었다.

오후 2시께 작은금샘 능선에 도착했다. 거친 바위와 연분홍 진달래꽃의 환상적인 어울림을 과연 어느 산에서 이토록 즐길 수 있을까.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의 바위 능선 또한 더위만 아니면 산행의 재미가 쏠쏠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대밭삼거리에 이른 시간이 2시 40분께. 잠시 3.6km나 되는 거리를 더 걸어가야 하는 도솔암과 1.6km 정도 걸어 내려가면 되는 미황사 방향을 두고 망설이다 결국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미황사 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평탄한 길을 20분 남짓 내려가자 고즈넉한 미황사 부도밭이 나왔다.

아름다운 절집 미황사에서 한가한 봄을 즐기다

달마산을 병풍 삼아 산 서쪽 자락에 자리 잡은 미황사 대웅보전. 
 달마산을 병풍 삼아 산 서쪽 자락에 자리 잡은 미황사 대웅보전.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거북, 게, 물고기, 오리 등 바다 생물이 새겨져 있는 부도(浮屠)의 문양을 예전처럼 눈여겨보았다. 그때는 여럿이 와서 좋았는데 혼자 그곳에 서 있으니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미황사 대웅전(보물 제947호)으로 가는 운치 있는 길도 참으로 멀게만 느껴졌다.

나는 자하루 부근에 있는 미황사 약수를 몇 바가지나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켜고 아름다운 대웅전을 보러 갔다. 은은한 나무 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지는 것 같은 대웅전의 둥근 주춧돌에도 조각되어 있는 거북과 게 등을 들여다보면서 함께 왔던 옛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달마산을 병풍 삼아 산 서쪽 자락에 자리 잡은 미황사는 다시 또 보아도 예쁜 절집이었다. 나는 자하루 안으로 들어가서 편안한 자세로 누웠다. 이따금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이 왜 그리 맑게 느껴지던지. 절집에서 처음으로 누려 보는 한가로움이 좋았다. 더욱이 자하루 안에서 바라다보는 대웅전의 모습 또한 참으로 아름다웠다.

나는 미황사 입구에 있는 '달마 선다원'에 들어가서 삼색떡국도 맛있게 먹었다. 노란색은 호박, 자주색은 자색고구마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색깔도 곱고 맛도 있었다. 저녁 6시 50분께 산악회 버스를 타고 마산을 향해 출발했다. 붉게 물들어 가는 해남의 저녁노을이 또 내 마음을 흔들어 댔다.  

해남의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해남의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태그:#달마산진달래, #달마산미황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