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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마, 용돈 안 줄 거예요."

 

헉, 이 무슨 소리. 누굴 탓하겠어요. 간혹 '아이들이 커서 돈 벌면 용돈 안 주겠다고 협박한다'더니 그 소릴 듣게 되었습니다.

 

사연인 즉, 지난 토요일 아이들과 산행 후 저녁을 먹어야 했지요. 아내가 원하는 채식 뷔페를 먹으려 했더니 쉬는 날이라 다른 걸 택해야 했습니다. 삼겹살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오늘은 삼겹살 먹자."

 

아이들에게 묻지 않고 혼자 결정해 버렸지요. 결정권을 빼앗긴(?) 아이들 "독재"라고 불만이더군요.

 

"삼겹살 먹는데 이렇게 멀리까지 가야 해요?"

 

 

"엄마, 우리 다른 거 먹어요."

"오늘은 아빠가 먹고 싶은 걸로 먹자."

 

그랬더니 초등 5학년인 딸아이 입에서 "엄마 용돈 안 줄 거예요"란 소리가 튀어나온 겁니다. 아내가 남편을 두둔해 내심 좋았던 기분이 날아가 버렸지요. 그리고 입을 놀리려던 순간 아내의 말소리가 먼저 들렸습니다.

 

"안 줘도 된다~. 아빠가 돈 많이 벌 거다~. 그걸로 너희들에게 손 안 벌리고 노후에 편안히 살거다~."

 

하하하하~. 시원한 웃음이 터졌습니다. 아내가 한 소릴 더 하더군요.

 

"너한테는 안 받고 우리 아들이 주는 용돈만 받을 거다~. 아들이 돈 많이 벌어 엄마에게 많이 준다고 했다~. ○○아, 너가 엄마한테 그랬지?"

"예, 엄마."

 

딸아이는 의기소침해지더니 심통을 부리더군요.

 

"삼겹살 먹는데 이렇게 멀리까지 가야 해요? 저 삼겹살 안 먹을래요."

"먹고 안 먹고는 너 자유니 알아서 해라. 대신 배고프다고 하진 말아라."

 

25년 한자리 지켜 온 대패 삼겹살집

 

도착한 먹거리 집은 여수에서 대패 삼겹살로 유명한 곳이지요. 두껍게 자른 삼겹살이 부담스런 차에 이곳은 얇아 입안에서 살살 녹지요. 벼르고 벼르다 3년 만에 찾은 집이었습니다. 25년이나 되었으니 맛은 보증하지요.

 

콩가루, 기름장, 된장 등 삼겹살에 찍어 먹을 것과 얹어 먹을 파절이, 양파, 고추, 마늘, 익은 김치, 쌈 무 등이 나왔습니다. 밑반찬으로는 마늘대로 담은 김치와 덜 익은 김치뿐입니다. 이곳은 마늘 대 김치가 별미입니다.

 

지글지글 삼겹살이 익어갑니다. 냄새 앞에서 토라졌던 딸아이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곧잘 먹습니다. 집에서 구워먹을 때, 물렁뼈를 발라달라던 녀석들도 군소리 없이 잘도 먹습니다.

 

그나저나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딸아이에게 "왜 용돈 안준다고 했어?" 물으니 "무슨 소리에요?"합니다. 아무리 부모자식 간이라도 말 가리는 법을 구분을 가르쳐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뉴스과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자녀 교육, #대패삼겹살, #말, #용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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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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