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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신년축하 기념사진
 192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신년축하 기념사진
ⓒ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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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헌법이 탄생한 지 90주년이 되는 날이다. 안타깝게도 간디와 타고르로부터도 격찬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의 '5·4운동'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바 있는 '3·1운동'이 탄생시킨 임시정부헌법은 그동안 '고려장' 상태에 있었다. 어떠한 이유로도 부모에 대한 '고려장'이 정당화될 수 없듯이 마땅히 계승될 가치가 분명한 '역사적 규범에 대한 고려장' 또한 비난 받아 마땅하다.

현재 세계의 국가로 자리 잡고 있는 미국이 있게 한 규범적 출발점은 워싱턴을 중심으로 한 민병대가 쟁취해 낸 '미국독립선언서'에 기초한 1776년 버지니아 권리장전(헌법)이다. 버지니아 권리장전과 함께 근대 입헌주의 헌법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제1공화국 헌법(1791)은 1789년 '프랑스인권선언'의 산물이다.

'시민혁명'이 이룩한 서구의 국민주권적 법치주의 역사는 발전을 거듭하며 현재까지도 지구촌을 도도히 휘감고 돌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은 이러한 서구의 시민혁명에 결코 뒤지지 않는 '삼일운동'(1919년)을 통해 탄생 시킨 권리장전(임시정부 헌법)을 9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려장' 시키고 있다.

현행 헌법은 분명 대한민국의 법통(법적 출발점)이 삼일운동에 기초한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있음을 전문상 명문화하고 있음에도 임시정부 헌법의 실질적 계승을 위한 구체적 노력은 지난 90년 동안 이루어진 바 없었던 것이다. 1919년 삼일운동 직후인 4월 13일에 공포된 임시정부 헌법은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며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 권력분립주의, 기본권보장주의 등 입헌주의 헌법으로서 손색이 없는 내용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내용 중 21세기 한반도에서 계승할 만한 최고의 가치는 임시정부 헌법이 갖는 최고의 가치는 헌법이념에 있다 할 것이다. 백범(김구)을 중심으로 한 원로그룹의 지원 속에서 조소항을 중심으로한 젊은 독립운동가들이 철학적 틀을 정비한 임시정부 헌법 이념은 '삼균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삼균주의'는 좌우의 획일적 선택을 거부한 헌법이념으로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를 뛰어 넘는 '제3의 헌법이념'이었다. 국외적으로는 국가 대 국가 또는 민족 대 민족 간의 균등을 지향하여 세계 평화주의에 공조하고자 하였다. 국내적으로는 경제적 균등(균리권)과 사회문화적 균등(균학권)을 기초로 정치적 균등(균정권)을 지향함으로서 실질적 국민주권과 실질적 법치주의 구현을 목표로 하였다.

이러한 임시정부 헌법 이념은 오늘날로 치면 '사회민주주의적 시장경제' 국가를 지향한 셈이다. 27세에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된 이래 최근 국내외 학계는 물론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장하준 교수의 경제관과 맥을 같이 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은 시대를 앞서 간 탁월한 이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헌법이념은 만인의 만인 상호간의 투쟁을 멀리 하고 만인의 만인 상호 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통합(Integration)주의'를 실천 이념으로 삼는다. 대립과 갈등 관계였을 것이라는 세간의 오해와 달리 불과 1살 위인 이승만 박사를 백범은 평생 '형님'으로 존대하며 오붓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도 '통합주의'와 무관치 않다.

해방 직후 일본의 집요한 기획 속에서 하나였던 조국이 둘로 양분되자 백범이 민족통합의 대안으로 내 놓은 것도 통합이념인 삼균주의였다. 일본 외무성이 감수한 '외교백년소사'에서도 확인되듯이 패전한 일본은 '8.15항복' 전에 밀사를 스탈린에게 보내 북한지역 접수를 먼저 제의하여 한반도를 확실하게 남북분단 구도로 만들었던 것이다.

일본의 한반도와 한민족에 대한 분열 책동은 언론과 시민사회 단체 또는 학술 등의 잡입 통로를 통해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 열도를 파랗게 질리게 했던 이봉창, 윤봉길 의거를 진두지휘한 백범의 초상이 고액권 화폐에 인쇄 되는 것을 가장 경계한 측도 일본 측 인사들임을 주지의 사실이다. 통합이념인 삼균주의로 무장하는 길만이 집요하게 계속 되고 있는 일본의 한민족분열 책략을 확실하게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토록 탁월한 저력을 가진 통합헌법이념인 삼균주의 철학은 순수한 국산 통치이념이다. 멀리는 대치일로에 있는 남북 간의 통일헌법의 이념적 대안으로서는 물론 당장의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 이 안에 있다.

미국의 독립전쟁과 함께 버지니아 권리장전이 높이 평가되고, 프랑스시민혁명과 함께 프랑스인권선언이 세기를 넘어 높이 평가되고 있듯이 우리나라 또한 삼일운동과 함께 대한민국임시정부 헌법이 청사에 길이 빛나는 유산이 될 수 있도록 이제라도 갈고 다듬을 일이다. 남북은 물론 해내외 동포들이 함께 동참한다면 더욱 값진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홍원식 기자는 백범정신실천겨레연합 상임이사, 원광디지털대학교 교수입니다.



태그:#임시정부, #통합헌법, #삼균주의, #백범, #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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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법(통일헌법) 박사학위 소지자로서의 전문성 활용 * 남북회담(민족평화축전, 민주평통 업무 등)차 10 여 차례 방북 경험과 학자적 전문성을 결합한 민족문제 현안파악과 대안제시 * 관심분야(박사학위 전공 활용분야) - 사회통합, 민족통합, 통일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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