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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해안에서 승용차로는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케이프 트리뷸레이션(Cape Tribulation)을 가는 날이다. 케이프 트리뷸레이션 이상을 올라가려면 사륜구동차가 필요하다. 물론 여분의 휘발유통, 타이어 등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포장이 되어 있는 케이프 트리뷸레이션까지만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한국 사람도 많이 살고 있는 케인즈(Cairnes)에 들렸다. 이곳은 관광지로 이름이 알려져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시내 한복판에서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열어보지 못한 메일도 볼 겸해서 관광 안내소(Information Centre)를 찾아들어서니 관광 안내 포스터가 많이 붙어 있다. 그중에 케이블카가 그려진 관광 안내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규모가 꽤 커 보였다. 내가 어렸을 때 유일하게 있던 서울 남산에 있는 케이블카와는 비교되지 않는 규모다.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은  되도록 피하기로 하였으나 케이블카는 한번 타 보고 싶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케이블카와 청룡열차 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은 어린이들이 즐기는 놀이터를 가고 싶을 때가 있을 정도다. 나의 정신 연령은 아마도 초등학교 학생 수준인가 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점심을 먹고 보자. 자동차를 몰고 바다 쪽으로 운전하다 보니 바닷가 앞에 조그마한 놀이터와 식탁이 있다. 썰물이라 바닷물이 많이 나간 해변은 호주에서 흔히 보는 백사장이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큰 갯벌을 형성하고 있다.  넓은 갯벌을 바라보며 아침에 먹다 남은 찬밥으로 점심을 때운다.

 

케이블카를 타는 곳을 찾아갔다. 예상했던 대로 관광객으로 붐빈다. 관광버스도 줄지어 주차해 있다. 표를 사는데 앳된 아가씨가 팸플릿이 한국어로 되어 있는 것이 있다며 한국어로 된 팸플릿을 준다. 호주에서도 한국말로 된 관광 안내서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생각했던 대로 일본 관광객들이 많다. 인솔자를 중심으로 이리저리 다니다가 조금만 경치가 좋다 싶으면 사진을 찍는 일본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나에게 특이하게 보였던 것은 호주 청년이 일본 말로 일본 관광객을 인솔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나는 호주사람이 한국말을 배워 관광 안내를 한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일본인들이 호주에 많이 오기는 오는가 보다. 내가 처음 이민 왔을 때만 해도 생선을 날로 먹는다면 야만인 쳐다보듯 하던 호주 사람들이 이제는 일본식당에서 생선회 먹는 것을 큰 자랑거리로 여기는 시대가 되었으니….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니 멀리 바다를 끼고 도시가 보이고, 열대림이 가득한 숲이 바로 아래로 내려 보인다. 웅장한 폭포와 케인즈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옛날 기차가 깎아지른 절벽 옆으로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는 것도 볼 수 있다. 케이블카는 중간에 내려 열대림을 산책하며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이러한 열대림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환경 보호자들과 줄다리기를 심하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능하면 환경을 해치지 않으려고 한 노력이 이곳저곳에 엿보인다. 심지어는 화장실도 수세식이 아닌 환경 친화적으로 만들어 놓아다. 

 

꽤 긴 케이블카를 타고 내린 다른 동네는 관광객을 유혹하는 곳이 많다. 원주민 전시장을 비롯해 강을 오르내리는 유람선이 있기도 하고 케인즈 특산품을 파는 곳도 있다. 특산품에는 악어가죽으로 만든 상품이 많다. 악어가 많은 곳인가 보다.

 

길지 않은 산책길을 택해 강가를 거닌다. 맑은 강물과 푸른 원시림이 어우러진 경치가 좋은 곳이다.   

 

계획에 없던 케이블카 때문에 목적지인 케이프 트리뷸레이션(Cape Tribulation)까지 가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할 수 없이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기거했다는 포트 더글러스(Port Douglas)에서 하룻밤 지내고 나서 올라가기로 하고 자동차 핸들을 포트 더글러스로 돌렸다. 일정표 없는 우리만의 여행은 이래서 좋다.

 


태그:#호주,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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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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