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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윤리위에 회부된 신영철 대법관이 지난 3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서 자리로 향하고 있다.
 ‘촛불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윤리위에 회부된 신영철 대법관이 지난 3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서 자리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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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재판 이메일 파문'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파문의 주인공인 신영철 대법관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곳곳에서 비판이 쇄도한다. 당장 민생민주국민회의,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등 시민단체들은 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신 대법관이 지금 있어야 할 곳은 법관의 자리가 아니라 피고석"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또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 행위는 우월한 직위를 이용한 직권남용죄, 국회 위증죄 등 현행법을 어긴 명백한 범죄"라며 "신 대법관은 사퇴뿐만 아니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법원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이 뜨거운 '공'을 넘겨받은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오는 8일 오후 3시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첫 번째 회의를 연다. 윤리위는 수차례 회의를 열어 이번 파문에 대해 논의하고 이후 다수결로 모은 의견을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 대법원장은 이를 토대로 최종 징계 문제를 결정한다. 

하지만 '촛불재판 이메일 파문'이 박연차·장자연 리스트, 북한 미사일 발사 등 각종 대형이슈 속에서 잊혀 가는 가운데 신 대법관이 사퇴가 아닌 낮은 수준의 징계를 받고 보직 이동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양윤석 서울중앙지부장은 7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대로라면 신 대법관이 그대로 눌러앉은 채 시간만 흐를 수 있다"며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특히 양 지부장은 "신 대법관 사건을 계기로 이번에야말로 법관의 정치적 독립성과 양심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며 "현재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화돼 있는 사법부의 구조상 법관의 관료화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은 양 지부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미적지근한 발표를 한 진상조사단, 이것이 작전이었다면 훌륭했다"

양윤석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서울중앙지부장
 양윤석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서울중앙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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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재판에 개입한 것이 드러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신 대법관이 지금까지 자진사퇴하지 않고 있다. 
"신영철 대법관 사퇴는 법관들 사이에서도 당연하게 여겨졌다. 진상조사단이 처음 1안, 2안, 3안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촛불재판의 진행 및 내용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미적지근한 발표로 신 대법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것도 자칫 하단 사법 파동이 날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상조사단이 조사결과를 공직자 윤리위원회로 넘긴 것이다. 징계위원회로 회부될 사안을 윤리위원회로 넘겨놓고 자신들의 손을 떠났다는 식으로 나왔다. 이것이 시간을 끌기 위한 작전이었다면 훌륭했다."

- 8일 열리는 윤리위원회 결과에 따라 신 대법관이 자진사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처음엔 조금 있다 사퇴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각 언론사에게 자신이 참석한 재판 사진 촬영을 허용하고, 최근 다른 재판까지 맡았다는 언론보도까지 보고나니 아예 진짜 눌러앉으려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파문이 발생한 날이 2월 23일이다. 어느덧 한 달을 훌쩍 넘겨버렸다. 내일(8일) 윤리위원회 결론도 하루 만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좀 더 검토하겠단 의견이 나온다면 시간이 더 흘러갈 수 있다."

- 윤리위원회의 결정이 갖는 힘이 어느 정도인가.
"윤리위원회는 실상 고위 법관들의 재산등록 및 그를 점검하는 정도의 역할 밖에 못한다. 법관의 비위 사실이 불거졌을 때 윤리위원회가 담당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 경우 대개 징계위원회로 넘어가게 돼 있다.

사법부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답답하다. 윗선은 사법부의 자체 비위로 인해 명예가 실추되고 조직이 흔들리면 국민이 사법을 불신하고 그 결과 국민에게 불이익이 돌아간다는 논리를 내놓고 있지만 전혀 맞지 않다. 오히려 밝힐 것을 안 밝혀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 신 대법관 사건을 계기로 사법부의 독립성 보장에 대한 자성이 커졌다.
"법원공무원노조는 법조계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들이 공동 주최해 오는 16일 신영철 대법관 사퇴 이후 사법개혁에 대해 관련 토론회를 열고 그 초안을 마련할 생각이다. 사법개혁을 위한 국민적인 대책위원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초안이 마련되면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전국법관회의에 제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신 대법관의 사퇴와 처벌은 당연한 일이고 이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것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신영철 대법관 같은 경우는 계속 나올 것이다."

"주요사건 접수부터 처리과정까지 보고돼... 법관 독립성 위해선 제도 개혁 필요"

양윤석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서울중앙지부장
 양윤석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서울중앙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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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상황에서 법관 개인의 의지나 양심만으로 힘들기 때문인가.
"그렇다. 우선 법관의 관료화를 막아야 한다. 현재 법원은 언론에 보도되는 주요사건의 경우 접수되는 즉시 법원행정처에 보고하고 그 처리 과정까지도 계속 보고된다. 단독 재판관은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이것이 법원장의 뜻과 맞지 않는지, 대법원장의 취지를 어겨 인사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심적으로 부담되는 것이다.

그동안 재판관 개인이 윗선의 눈치를 보거나, 무언의 압박이 있을 것이라 짐작해 왔는데 신 대법관 사건으로 인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회원 24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 역시 신 대법관의 압박을 받았는데 선고 당시 고개도 못 들고 목소리도 떨리더라."

- 제도 개혁의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어떤 것이 있겠나.
"우선 영장전담판사 제도를 없애야 한다. 앞서 언급한 법원행정처 주요사건 보고 관행도 없애야 한다. 법원장이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대해 권한을 가지는 것도 판사회의 등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대법관 역시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주긴 하지만 대법원장이 제청권과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이처럼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니깐 법관이 관료화된다.

4·19 혁명 이후 제2공화국에선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선거인단을 통해 뽑는 법도 있었다. 삼권 분립의 취지에 맞게 행정부로부터 침해당할 수 있는 사법권을 독립하기 위한 취지였다. 법조계 내부와 외부인 시민·노동단체·전문가 다수로 구성된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도가 계급사회로 나눠어 있지 않나? 고대 법률을 보니 최고 계급계층이 최하 계급계층과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수십 배 높은 처벌을 받게 돼 있더라.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신 대법관이 이렇게 버티고 있어선 절대 안 된다. 하위 공무원은 업무상 실수를 갖고도 국가로부터 구상권 행사를 받는다. 그런데 고위 공직자가 권한만 많고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나라가 제대로 안 돌아간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8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신영철 대법관 사퇴 촉구 2차 기자회견'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준)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8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신영철 대법관 사퇴 촉구 2차 기자회견'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준)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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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신영철, #촛불재판?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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