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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정말 평화롭다."

  자목련의 영롱한 색깔이 마음을 잡는다. 말없이 흘러가고 있는 시냇물들이 너그러운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무엇 하나 뾰족한 것이 없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다. 오랜 세월 풍상을 겪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서 있는 석장승의 모습까지도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4 월의 실상사.

  지리산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지만, 산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여느 산사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대개의 절은 깊은 산속에 위치한다. 세속과 관계를 끊고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기 위한 수련을 쌓는 도량이 산사다. 인적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수록 좋은 수도 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상사는 논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특이하다.

 

  실상사는 한가하였다. 찾는 이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혼잡한 곳과는 비교가 되었다. 세상은 봄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만발해 있는 꽃을 구경하기 위한 상춘객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꽃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얼굴에도 봄꽃이 만발해 있다. 가히 춘삼월 호시절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산사는 평화롭기만 하였다.

 

  전주에서 출발하여 실상사에 오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도로 곳곳에서 정체되었다. 벚꽃 축제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밀려 부분 정체가 된 것이다. 정체된다는 것은 그만큼 봄을 즐기는 사람들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봄의 정기를 받아 삶의 활력을 얻고 싶은 욕구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상사에는 보물급 유물들이 많다. 삼층석탑을 비롯해서 철제 약사 여래상 그리고 응료탑비 등 많은 보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삼국 시대 때 최초의 9 산 선문이란 점에서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름 높은 산사다. 유구한 역사와는 달리 건물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아 더욱 더 인상적이었다.

 

  건물이 크다고 하여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실상사는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수형이 잘 잡힌 소나무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맑게 해주는 것은 건물보다는 정신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마음을 잘 다스리게 된다면 몸은 저절로 다스려질 수 있는 것이라는 진리를 알아차리게 된다.

 

  다람쥐가 한가롭게 즐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천년을 지켜온 탑 위에서 시선을 고정한 채로 바라보고 있는 다람쥐의 모습은 도를 닦는 스님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봄기운이 넘쳐나고 있는 산사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평화로운 주변의 풍광에 푹 젖어들 수 있었다. 봄 햇살이 그렇게 따사로울 수가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실상사에서 직접 촬영


태그:#실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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