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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우면서 원시의 숨결 잇는 동백섬 지심도

 

거제도 장승포 앞 바다의 아담한 섬 지심도. 지심도라는 섬 이름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 모습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해서, 한자로 '다만 지(只)' '마음 심(心)'자를 쓴다. 그대로 풀이하면 '다만 마음을 다할 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멀리 해상에서 바라보면 지심도는 마치 군함의 형태를 닮았다.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이유는 장승포에서 배를 타고 오가는 시간이 짧은 데다가 빽빽한 숲이 아담하게 감싸 안은 채 한적하면서 동백길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인도 중 자연 생태계가 아주 잘 보존된 청정한 섬이다. 동백꽃은 12월부터 4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꽃 피는 시기는 3월이 절정의 시기이고, 4월 중순부터는 산길에 떨어진 꽃무더기로 동백의 대단원을 마주할 수 있다.

 

동백꽃 터널을 뚫고 가다 보면 다시 후박나무와 해송, 대숲이 어우러져 있고, 팔손이, 참나리, 풍란, 장뇌삼 등 37종에 이르는 수목과 식물들이 함께 자란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은 생달나무, 종가시나무 등 난대림 희귀종 500그루를 새로 심기도 했다.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여인상을 닮은, 외딴섬의 동백꽃

 

4월 마지막에 피는 동백꽃은 모진 해풍 탓에 그간 망울을 터뜨리지 못하다가 적당한 기온과 일조량을 만나 마침내 세상에 눈을 뜬 경우이다. 여기저기 떨어진 동백꽃은 그 자체로  인고의 삶을 이겨낸 여인상을 상징한다. 그렇게 지심도 산길에 떨어진 동백꽃에서 먼 바다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피를 토해 동백이 되었다는 동백꽃 전설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지심도에만 동백이 피는 것은 아니다. 동백꽃이 많이 핀 섬으로는 거제도 학동과 국도, 서천 마량, 여수 오동도, 거문도, 완도 청해진과 주도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지심에는 희귀종인 분홍동백이 특별히 증식돼 자생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희귀, 멸종위기식물의 종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그동안 분홍동백 희귀종을 지심도에 증식시켜왔다. 차나무과의 동백나무는 대부분이 꽃 색이 붉거나 드물게 흰 꽃이 피는데, 지심도에서 복원한 분홍동백은 순수 한국산 자생종으로 분홍동백이 함께 자라고 있다.

 

지심도 바깥풍경은 해식애가 아주 발달한 가파른 절벽이다. 그러나 섬 안에는 이러한 동백 길을 걷기에 평안한 평탄 길이 이어져 있다. 오랜 동안 주민들이 살아오면서 비탈진 산자락을 깎았고 그 길을 오가면서 생활하다보니, 모처럼 찾는 여행객의 발품도 덜어준 셈이다. 2시간 정도면 섬 구석구석을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하고 잘 닦여진 길이 이어져 있다.

 

먼저 선착장에 내리면 아름다운 나무 계단이 동백숲으로 이어진다. 한적한 섬의 오솔길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실제 TV 드라마 <로망스> 촬영지기도 했다. 섬 둘레가 모두 이처럼 오솔길로 일주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또 이 섬에 유달리 많은 동박새와 직박구리가 울음 우는 울창한 숲에서 보는 쪽빛 바다가 진풍경이다.

 

폐교가 된 분교 운동장에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햇살을 받아 평화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산 중턱에는 일제 때 활주로로 사용한 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지금은 국방과학연구소가 활주로로 사용한다. 해송과 대숲이 바람에 출렁이는 그 사이에 가족과 연인들이 다정하게 앉아서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흔들리는 나무 벤치가 마련돼 있다. 거기서 드넓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육지와 가까우면서 맛과 멋이 공존하는 한적한 섬

 

섬 밖 풍경은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인 기암절벽의 해안으로 둘러싸여 있다. 거제도와 마주보고 있는 해안선은 완만하고, 반대편 해안선은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바위해안이다. 섬 양쪽 끝을 막끝과 새끝이라고 부르는데 해안선의 전망 포인트이다. 포구 오른쪽이 막끝, 헬기장에서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는 곳이 새끝이다. 막끝과 새끝에서 보는 바다와 지심도의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지심도는 낚시꾼들에게는 더 일찍 알려진 섬이기도 하다. 이 마을에서는 오래 전부터 뜰채낚시라는 재래식 고기 잡는 방법이 전해져오고 있다. 뜰채는 식탁의 상보처럼 대나무 5개와 2m 정도의 그물을 이용하여 기구를 만들어 이를 바다에 던져 놓고 밑밥을 뿌리면 모여 들었을 때 이 뜰채를 들어 올리는 어구이다.

 

기구가 무거워서 보통 2명이 기구를 들어서 바다로 던지는데, 주로 잡히는 어종은 자리돔, 학꽁치, 놀래기, 뽈락, 전갱이, 멸치 등이다. 또 갯바위에서는 홍합, 고동, 거북손, 전복, 해삼, 돌멍게, 미역 등의 신선한 해산물을 채취 할 수 있다. 물론 선상낚시와 갯바위도 가능하다. 철따라 감성돔, 볼락, 도다리, 방어 등이 많이 잡힌다. 해안 굴곡이 심해서 곳곳이 낚시 포인트이다.

 

몽돌해변은 지심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마을에서 새끝 방향으로 가다보면 대숲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 있다. 공간이 그리 넓지가 않지만 물이 아주 맑다. 여름에는 산그늘 덕분에 해변이 매우 시원하다. 밀물 때보다 썰물 시기인 한낮에 이곳을 이용하면 바다를 더 넓게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해양체험도 할 수 있다.

 

 

지심도에는 장승포동사무소에 등록된 세대는 15가구이다. 실제 거주는 13가구. 13가구가 모두 펜션과 민박을 운영한다. 따라서 숙박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게도 있다. 그러나 장승포 유람선 선착장에 건어물 시장과 슈퍼마켓이 있으므로 여기서 생수와 간단한 먹거리를 사가는 것이 좋다. 지심도에는 식당이 없지만 민박집에 요청하면 자연산 해산물에 식사를 제공한다. 숙박비는 평일에 7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시설은 좋은 편이다.

 

붐비지 않은 평일에 막배로 건너가 한산도 방향으로 넘어가는 노을을 감상한 후 하룻밤을 묵었다. 펜션 주인 이영구씨(46)는 거제도 토박이였다. 그는 "11년째 지심도에서 살고 있다"면서 "섬에서 새소리 파도소리를 들으며 꽃을 키우고 나무를 키우며 살아가는 일 자체로 지심도의 애정을 느끼고 지심도 사람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게 맑고 포근한 섬 그리고 노을 속에 젖어가던 이국적인 섬, 지심도는 분명, 현대인의 이상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섬이었다.

 

지심도는 섬의 70%를 동백나무가 차지하고 있어 동백섬으로 불린다. 거제도 장승포항 맞은편에 뱃길로 20여분 거리에 있다. 면적은 0.356㎢ 해안선은 3.7km, 너비500m, 최고점 97m이다. 조선시대 15가구가 이주하면서 유인도가 되었다. 한일합방 때 강제이주 된 섬이기도 하며 현재 13세대 25명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밭농사, 밀감과 유자 과수원, 민박으로 생활한다. 해역에는 자리돔, 학꽁치, 놀래기, 감성돔, 도다리, 방어 등이 서식한다.

 

 

지심도로 가는 길

1.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 서울, 대전, 부산, 마산→통영→거제도 장승포항(지심도 도선 선착장)

2.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 서울남부터미널→장승포행 고속버스 5회 운행(5시간 소요)

- 장승포시외버스터미널→거제도 장승포항(택시 기본요금)

3. 해상을 이용할 경우

- 부산연안부두→거제도 장승포항(지심도 도선 선착장)

4. 지심도 배편은 하루 5회 운항합니다.

- 장승포 출발(08:00/10:30/12:30/14:30/16:30)

- 지심도 출발(08:20/10:50/12:50/14:50/16:50

- 왕복요금(성인 10,000원/소인 5,000원)

- 배편문의: 지심도 매표소(055-681-6007) 

5. 기타 주의사항

- 지심도에는 차를 가져갈 수 없다. 장승포항에 공영 무료주차장이 있다.

 

지심도에서 둘러 볼만한 곳

 

 

동백터널

지심도의 가장 볼거리이다. 선착장에서 내리자마자 나무계단을 타고 이 동백 숲으로 가게 된다. 숲 안으로 들어가면 우람한 동백길이 이어진다. 동백의 요염한 꽃빛 혹은 여인의 한을 머금은 듯 무더기의 낙화한 동백 앞에서 천혜의, 원시의 숨결이 무엇인지를 실감한다.

 

후박나무숲

남쪽 바닷가 산기슭에서 주로 자라는 후박나무는 두꺼울 후(厚), 클 박(朴)자를 쓴다. 두껍고 큰 상록교목이라는 뜻이다. 동백나무와 함께 지심도에 빼곡이 우거져 있다.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후박피(厚朴皮)라고 하며 천식과 위장병에 쓴다. 목재는 가구재 및 선박재로 한다. 거제도 방면 해안가에 많이 서식하고 노을이 이 후박나무숲을 물들이며 떨어진다.

 

해안가 대숲

우리나라 중부지역과 제주도에 많이 분포하는 대나무가 지심도 해풍에 흔들리며 자라고 있다. 시누대에서 왕대나무까지 줄기가 꼿꼿하게 뻗어나간다. 갯바람에 일제히 흔들리는 모습도 이색적인 풍경이다. 지심도 사람들은 이 대나무로 어구와 건축재로 사용해왔다.

 

동박새와 직박구리

지심도 숲길을 걷노라면 시종 이 두 새 울음과 동행한다. 동박새는 참새목 동박새과의 조류. 몸길이가 10여cm로 날개 쪽은 녹색이고, 배는 흰색이다. 주로 꽃의 꿀을 따먹는데 그 중에서도 동백꽃의 꿀을 좋아한다. 그래서 주로 동백나무 숲에서 자란다. 직박구리 역시 참새목 직박구리과 조류. 몸길이는 약 27.5cm. 잿빛을 띤 어두운 갈색의 새다. 관목림에 나무껍질과 뿌리에 둥지를 튼다. 주로 나무 위에서 사는데 비상할 때는 날개를 퍼덕이며 곡선을 그려 날아간다. 노을 무렵 숲길을 걸으면서 이 파닥이는 소리에 몇 번 씩 놀라곤 했다.

 

뜰채낚시

지심도에서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재래식 고기잡이 방식. 대나무(5개)와 그물(2m)를 이용하여 뜰채를 만들어 바다에 던져 넣은 후 밑밭(크릴, 홍합부스러기)을 던지면 물고기들이 이를 먹기 위해 몰려들고 뜰채를 들어 올려 잡는다. 일명 반대라고도 부른다. 포획하는 어종은 자리돔, 학꽁치, 놀래기, 볼락, 전갱이, 멸치 등. 어른들이 뜰채를 던질 때 여성과 아이들은 갯바위에서 홍합, 고동, 거북손 등을 잡을 수 있다.

 

망루

푸른 초원으로 이루어진 헬기장으로 선착장 쪽에서 산길을 올라와 쉼 호흡을 할 수 있는 쉼터이다. 좌우로 갯바람에 출렁이는 대숲 오솔길이 이어지고 뒤편으로는 해송이 우거졌다. 앞에는 드넓은 거제도 바다. 흔들리는 나무벤치에 앉아 바다를 조망하는 포인트이다.

 

새끝

헬기장에서 지심도 왼쪽 끝에서 길이 끝나는 지점이다. 장승포 쪽 바다가 보이고 해식애로 다져진 지심도 기암괴석 해안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바로 아래는 낚시 포인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섬과문화(www.summunwha.com)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거제도, #지심도, #장승포, #원시림, #동백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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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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