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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을 했습니다. 막둥이는 영원히 공부에 초월할 줄 알았습니다. 엄마가 제발 공부하는 시늉이라도 보여달라고 해도 "공부는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라면서 공부에 당당하던 막둥이가 그만 '받아쓰기' 때문에 울었습니다.

 

받아쓰기는 참 어렵습니다. 한글을 완전히 깨우치지 못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막둥이므로 받아쓰기는 더 어려웠을 것입니다. 한 번씩 아빠에게 쓰는 편지를 보면 맞춤법이 틀린 단어가 아직도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기특합니까. 편지 고맙다고 칭찬할 수밖에.

 

문제는 받아쓰기가 동무들과 함께 선생님 앞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시험은 아니지만 시험과 마찬가지지요. 받아쓰기를 다 쓴 후 동무들과 함께 점수를 매깁니다. 옆 동무는 80점, 90점, 100점을 받는데 막둥이는 10점, 40점, 60점을 오고갈 뿐입니다.

 

10점을 받은 지난 20일에는 짝궁에게 놀림까지 당했다고 했습니다. 너는 그것밖에 못하느냐고 말입니다. 솔직히 10점짜리 점수를 보고 너 잘했다고 할 부모가 몇이나 될까요?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만 기분 좋아할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밖에 못하느냐는 놀림까지 받았으니 아내는 마음이 더 상했나 봅니다. 10점 받은 그날은 좀 혼이 났지요. 막둥이도 10점짜리 점수를 보고 마음이 상했는지 받아쓰기 연습을 했습니다. 연습이 적중했는지 40점을 받아왔습니다.

 

"아빠! 오늘은 나 40점 받았다.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해서 60점, 90점, 100점 받을 거예요."

"그래 막둥이 100점도 받을 수 있어. 김막둥!"
"왜?"

"아빠는 막둥이가 100점 받는 것보다 건강하게 자라고, 동무들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알겠어."

"알았어요."

 

40점 받았다고 좋아했던 막둥이가 울었습니다.  열심히 해도 60점을 넘지 못하고, 70점 아래는 틀린 문장 10번씩 쓰는 숙제까지 했습니다. 결국 70점 이상을 받기 위해서 어제(26일)는 엄마하고 받아쓰기 연습을 다 한 후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엄마 힘들어요. 받아쓰기 힘들다 말이에요."

"괜찮아, 우리 막둥이 잘할 수 있어. 엄마가 막둥이한테 100점 받지 못한다고 꾸중하지 않잖아. 막둥이 받아쓰기 보면 맞춤법 하나 밖에 안틀렸잖아."

 

맞는 말입니다. 요즘 받아쓰기는 단어가 아니라 문장으로 받아쓰기를 합니다. 문장 전체에서 맞춤법 하나 잘못 썼다고 문장 전체를 틀렸다고 하니 좀 문제가 있지요. 점수를 좀 주면 될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웃음이 넘치는 막둥이가 받아쓰기 때문에 우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합니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하지만 우리 막둥이는 대단했습니다. 힘든 받아쓰기 연습때문인지 오늘(27일) 드디어 90점을 받았습니다. 90점 받고 얼마나 좋았는지 학교에서 콜랙트 콜로 전화를 했습니다.

 

"아빠!"

"막둥이? 집에 오지 않고 왜 전화했어?"

"아빠 내가 왜 전화했는지 알아?"
"동무 집에 놀러간다고 전화했겠지?"
"동무 집에 놀러가는 것이 아니고 나 받아쓰기 90점 받았다. 90점."

"우리 막둥이 잘했다."

"아빠 지금 집에 갈게."

"조심해서 오너라."

 

집에 들어서는 막둥이는 당당했습니다. 웃음이 넘쳤습니다. 선생님도 잘했다고 칭찬을 했다고 했습니다. 받아쓰기 때문에 마음 고생 한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받아쓰기가 힘들다면서 울어버린 막둥이. 받아쓰기 10점이라고 자신을 10점짜리 인생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데 참 답답합니다. 물론 90점 받았다고 자신이 90점짜리 인생이라 생각하는 것도 문제지요.

 

어른들은 이렇게 초등학교 2학년을 10점, 40점, 60점, 90점짜리 사람으로 매기고 있습니다. 참 슬픈 일입니다. 


태그:#받아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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