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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압도 적당하고 기름칠도 잘했는데 자전거가 안 나가는데요?'

겨우내 이런 저런 핑계로 일주일에 한두 번 타기도 힘들었던 자전거로 3일 연거푸 출퇴근했더니 온몸이 욱신거린다. 자전거에 이상이라도 있는 걸까? 내 자전거만 유독 속도가 안 나는 것 같다. 퇴근길. 단골 자전거포에 자전거를 세우고 사장님한테 자전거를 봐주십사 부탁했다.

한바퀴 휙 타고 오신 사장님 "잘만 나가네 뭐" '저는 잘 안 나가는 데요' " 이 사람아. 그거야 엔진이 부실해서 그렇지… 술 먹고 운동 안 하고 엔진이 녹쓸 만도 하네…." 사장님 말씀인 즉, 자전거에서 원인을 찾지 말고 겨우내 늘어난 허리 둘레와 물렁해진 허벅지에서 원인을 찾으라는 것.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도망치 듯 한 게 엊그제 일이다.

응봉산의 개나리 군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날씨가 좋으면 중랑천에 응봉산이 고스란히 담긴다.
▲ 응봉산 응봉산의 개나리 군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날씨가 좋으면 중랑천에 응봉산이 고스란히 담긴다.
ⓒ 안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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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날씨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더니 오늘 아침에는 살얼음이 얼었다.
▲ 계절의 공존 따뜻한 날씨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더니 오늘 아침에는 살얼음이 얼었다.
ⓒ 안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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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자출길(자전거 출근길). 맞바람이 거세다. 찬 공기가 여지없이 얼굴을 할퀸다. '에고. 하루 쉴걸 그랬나.' 강물이 출렁거리고 마른 갈대가 흔들린다. 정박해 있는 공사용 뱃머리에 태극기와 서울시 깃발이 '파락 파락' 소리를 내며 날린다.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는 등 뒤에서 바람을 받아 쏜살같이 빠르다. 나도 퇴근길에는 저 바람을 탈 수 있을까? 자출족 최대의 적은 맞바람과 날파리라는 농담 같은 말이 진실로 깊게 와 닿은 출근길이다.

그래도 봄은 봄. 중랑천 막바지를 지켜 선  돌로 된 야산 응봉산. 재개발에 밀려 팔다리 다 떼어주고 이제는 허리를 감아 도는 고가도로가 앞을 막아 온전한 그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계절의 바뀜은 비껴 갈 수 없나보다. 산전체가 온통 노란색 개나리 군락.

살얼음 끼는 변덕스런 날씨에도 만개한 개나리가 바윗덩어리 산을 일시에 노란색으로 칠해 놓은 듯하다. 바람이 없는 날에는 중랑천에 응봉산이 거꾸로 내려 앉아 흡사 노랑물감을 풀어 놓은 듯 일렁인다. 산 정상 팔각정에는 혹시 신선들이 술통을 옆에 놓고 바둑이나 두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상상이 바람처럼 녹아든다.

옥수역 아래 한강에 서면 아직도 떠나지 않은 겨울 철새들의 마지막 유영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청둥오리 정도는 알겠는데 다른 새들은 도통 잘 모르겠다. 이제 곧 저 새들도 편대 비행을 하여 날아가겠지. 해마다 초겨울에 몰려 들었다가 3, 4월이 되면 떼지어 돌아가는 새. 녹색 사업이다 뭐다 해서 포크레인에 바지선에, 매일이 공사판이 한강. 내년에 다시 한강에서 저 새의 무리들을 볼 수 있을까?

겨우내 바람에 흔들려 시멘트벽 줄기가 벗겨져도 봄이 되면 어김없이 노란 꽃이 핀다.
▲ 철길에 개나리꽃 겨우내 바람에 흔들려 시멘트벽 줄기가 벗겨져도 봄이 되면 어김없이 노란 꽃이 핀다.
ⓒ 안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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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한강을 떠나가겠지.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 한강의 철새 곧 한강을 떠나가겠지.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 안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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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 자연학습장에는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린다. 주말쯤이면 만개할까? 꽃을 카메라에 담고 계시는 노 사진사. 그림처럼 예쁘다. 인간사가 어떻게 돌아가든, 어떻게 헝클어지고 어떻게 꼬이든 계절은 차례 차례 자기 순서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고 때가 되면 어김없이 물러난다. 인간의 탐욕이 자연의 섭리마저도 유린하려는 세월. 마구잡이로 파헤쳐지는 한강을 보면서 먼 훗날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파헤치고 잘라 나가는 그 자체가 혼란스럽고 적응되지 않는다. 올해는 유독 공사가 많은 것 같다.

버드나무도 풀들도 참 부지런하게 싹을 내민다.
▲ 출근길 버드나무도 풀들도 참 부지런하게 싹을 내민다.
ⓒ 안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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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벚꽃을 찍고 있는 노사진사.
▲ 노사진사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벚꽃을 찍고 있는 노사진사.
ⓒ 안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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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에게 한달의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는 야구도 끝났고, TV나 컴퓨터 앞에 있으면 누구는 얼마나 받고 성상납이 어떻고 이런 쓰레기통 같은 뉴스만 나온다. 이런 세상을 잠깐이라고 떠나 보고 싶다면 무작정 한강에 내려 서 볼 일이다.

주말, 계절이 공존하는 한강에서 만개한 개나리 색깔에 흠뻑 취해 봐도 좋을 일이다. 뚝섬 아름다운 나눔장터(28일(토) 뚝섬유원지역. http://www.flea1004.com) 올해 첫 장터의 주인공으로 구경꾼으로 아이들 손을 잡고 나서 봐도 좋을 일이다. 겨울 끝자락으로 열리는 한강의 봄은 수줍고도 아름답다.


태그:#한강, #봄, #아름다운 나눔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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