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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능력개발평가, 교원들도 찬성'이라는 제목을 뽑아놓고 있습니다. 붙임자료에는 여론조사기관에서 낸 보고서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 3월 23일자 교육부 보도자료 '교원능력개발평가, 교원들도 찬성'이라는 제목을 뽑아놓고 있습니다. 붙임자료에는 여론조사기관에서 낸 보고서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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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 교과부)는 23일 '교원능력개발평가제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교원의 63.0%, 일반 국민 76.3%가 교원능력개발평가제의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고 굵은 글씨로 제목을 뽑은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여론조사의 중요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고 밝혀놓고 있습니다.

- 교원평가제의 도입 필요성에 대하여는 일반국민 76.3%가 찬성하였을 뿐 아니라, 교원의 63.0%도 찬성하였다. 특히, 교장의 경우, 응답자의 90.0%가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 도입의 근본취지였던, 교원평가의 결과를 교원에 대한 맞춤형 연수 자료로 활용하는 것에 대하여는 국민 80.7%, 교원 64.3%가 찬성하고 있다.
- 교원평가 결과를 교원의 다른 학교 전근이나 승진 등 인사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 일반국민은 찬성이 64.7%인 것에 반해, 교원은 반대가 73.1%로 상이한 결과를 보였다.
- 평가와 관련하여 이번 조사 결과 일반국민(50.6%)과 교원(52.8%) 모두 매년 실시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 교원 평가제가 실시되면 학생이나 학부모의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것인가에 대하여는 일반국민의 경우 81.3%, 교원의 경우 55.2%가 동의하고 있다. 특히, 학교 경영자인 교장 응답자의 경우에는 92.5%가 동의하고 있다.

현재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원평가제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에서 교과부의 주장을 뒷받침할 목적으로 조사해서 나온 이 결과는 결코 새로울 것이 없지만, 보도자료를 보고 이번에 교과부가 하나 더 보태고 싶었던 것이 '교원들도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교사 사회가 무풍지대?

여론조사라는 것이 늘 그렇고 그렇게 진행되지만, 이번 조사에는 교원평가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만 나와 있을 뿐 '어떻게 이루어지는' 교원평가인가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저는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득이 되는 평가보다 독이 되는 평가를 많이 봐 왔기 때문에 무조건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로 단순하게 여론을 몰아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교사인 저도 교원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반대하기도 하고, 찬성하기도 하니까요.

제가 보기에 교원평가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교과부조차도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교원평가 얘기만 나오면 늘 나오는 말이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사회 전체가 숨막히는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경쟁사회에서 교사들만 아무런 평가를 받지 않고 무풍지대에서 안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교사들이 아무런 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교사들은 늘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오랫동안 교사들 자리에 가장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평가가 해마다 하고 있는 '근무평정제도'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이 제도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다'는 본래 목적보다는 일부 승진점수를 위한 것으로 전락한 지 오랩니다.

대부분 교사들은 교육활동을 열심히 하고 안 하고를 떠나 승진을 앞둔 교사들이 최고점수를 받는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오랜 교원 평가제도인 '근무평정제도'가 승진점수를 따기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 보니 근평에 얽혀 있는 비화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이미 교사 사회는 경쟁 없는 무풍지대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삼국지에 나오는 한 장면보다 치열한 전운이 드리우기도 하고 때로는 할리우드 액션영화 결투장면보다 더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곳이 교사 사회입니다. 그런데 무풍지대라니요? 학교를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장관님, 초중등 교육목표나 제대로 알고 계시나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2월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교과부 업무보고에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의 조작 파문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곤혹스런 표정을 하고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2월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교과부 업무보고에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의 조작 파문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곤혹스런 표정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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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학원 강사보다 실력이 못하다는 말을 들어서야 공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

한국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과부 장관이 했다는 말입니다. 이 말을 듣고 공교육 교사인 저는 '과연 교과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한국 초중등 교육목표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두 부류를 비교할 때는 반드시 비교기준이 같아야 합니다. 학원과 학교는 엄연히 목적이 달라서 단순하게 비교할 수 없는 대상입니다. 학원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평판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목적이지만, 한국 초중등 교육법에 나오는 학교 교육목표는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좋은 대학 가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한 번 한국 초중등교육과정 첫머리에 나오는 교육의 목적을 밝혀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홍익 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이념을 바탕으로, 이 교육 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다음과 같다.

가. 전인적 성장의 기반 위에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
나. 기초 능력을 토대로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
다. 폭넓은 교양을 바탕으로 진로를 개척하는 사람
라.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의 토대 위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
마. 민주 시민 의식을 기초로 공동체의 발전에 공헌하는 사람

이래도 학교가 학원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나요? 한국 초중등교육법과 교육과정을 보면, 공교육 교사가 학원교사들처럼 가르치면 오히려 교원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현재 학교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문제는 '교육 수요자의 요구'라는 말로 학교가 학교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학원을 따라가다가 학교의 역할도 학원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교사들은 같은 교사로서도 쫓아내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하고 있지만 불성실하거나 문제가 있는 경우도 상당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교사 사회에도 문제 있는 교사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교사 망신 다 시키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지 못한 저런 사람은 빨리 학교를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교사들도 있지요. 스스로 그만두지 않으면 교원평가를 제대로 해서 '잘랐으면 좋겠다' 싶은 교사도 있습니다. 

정말로 제대로 된 교원 평가를 해서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질 높은 교육과 제대로 된 학생지도를 하게 될 수만 있다면, 저도 교원평가에 적극 찬성합니다. (이 말이 앞 말 자른 채 '거 봐라, 이부영 선생도 교원평가에 적극 찬성한다고 하지 않느냐?'로 둔갑할까 걱정입니다만) 적어도 그동안 제가 학교에서 만난 다음과 같은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사라질 수만 있다면 저도 교원 평가에 찬성하겠습니다.

▲ 수업에 자주 빠지는 교사 ▲수업 시간에 교실에 자주 없는 교사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자습시키고 공문처리 하느라 늘 바쁜 교사 ▲수업 시간에 자기 공부를 하는 교사 ▲수업 시간에 연구대회에 낼 보고서 쓰는 교사 

수업 잘하는 것은 표시 안 나지만, 공문 안 보낸 것은 금방 표시난다고 자습시키고 빨리 공문 처리하라고 하는 관리자 ▲수업 시간에 빨리 공문 처리하라고 교실로 찾아오고 전화하는 관리자 ▲공문 아직 안 들어왔다고 수업시간에 전화하는 장학사

▲승진점수 따는 데 걸림돌이 되는 학급 기초학력부진아 숫자를 0으로 만드는 교사  ▲담당자에게 기초학력부진아 숫자를 0으로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관리자와 장학사 

아이들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고가의 비품과 책을 구입하는 관리자와 교사 ▲아이들을 자신의 비서로 생각하고 온갖 잡심부름(심지어 교사가 먹을 것까지 사오게 하는)을 다 시키는 교사

▲교실 환경 정리를 학부모에게 시키는 교사 ▲시험을 보고 나서 시험지 채점을 학부모에게 시키는 교사 ▲교실 청소를 학부모에게 시키는 교사 ▲교실에 필요한 물건을 이것저것 사 오게 하는 교사

▲아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숙제를 내 주는 교사 ▲가르쳐주지도 않고 치지도 않고 하라는 교사 ▲부모가 해 주거나 학원에서 해 준 것을 상 주는 교사 ▲1년에 자신이 쓴 글이 한 편도 없는 교사

▲공부 못한다고 학부모에게 아이를 학원에 보내라고 말하는 교사 ▲자신의 아이를 교실에 두고, 반 아이를 시켜 숙제 도와주고 돌보게 하는 교사 ▲퇴근 전에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 시장을 돌아다니는 교사 ▲어제 먹은 술이 덜 깬 채 수업에 들어오는 교사

▲1학년 3월초 한글 모르는 아이한테 한글도 모른다고 구박하는 교사 ▲촌지를 바라거나 받는 교사 ▲아이들을 성추행하는 교사 ▲말끝마다 성추행적인 말을 하는 교사 ▲학부모에게 돈을 꾸어달라는 교사

▲교육과정연계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아이들에게 빌려오게 해서 교  실에서 늘 틀어주는 교사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해서, 아이들을 자신의 업적과 실적을 만드는데 이용하는 교사

▲하루 동안 풀어야할 문제지 양을 정해주고, 문제지를 다 풀기 전에는 점심밥을 먹이지 않는 교사 ▲옛날 자신이 배우던 식으로 따라할 것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교사 ▲교실을 쓰레기장같이 방치하는 교사 ▲반장과 임원에게 교사의 권한을 주어 반 아이들을 감독 감시하게 하는 교사 ▲학교에서 인터넷 게임에 열중인 교사와 관리자 ▲못 살고 부족한 아이 편에 서기 보다 살림이 넉넉하고 공부 잘 하는 아이 위주로 학급 운영을 하는 교사 

불량 교사들에게 좋은 명분 될 수 있는 '차등 성과급'

교실을 쓰레기장처럼 방치하는 교사도 아이들 지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교사도, 그 어떤 새로운 교원 평가제도를 만든다고 해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합니다.
▲ 쓰레기장보다 더한 한 교실 모습 교실을 쓰레기장처럼 방치하는 교사도 아이들 지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교사도, 그 어떤 새로운 교원 평가제도를 만든다고 해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합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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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동안 위에 적을 수조차 없는 성실하지 못한 교사, 부적격 교사를 수없이 많이 만났습니다. 1년이 되도록 아이들 이름도 못 외우면서, 교실 안에 빈소주병을 가득히 채운 알콜중독자 교사도 봤고, 아이들 앞에서 수시로 거품을 물고 쓰러지던 간질병 환자 교사도 봤고, 수업 시간에 까닭없이 자주 사라지던 교사도 봤고, 학교보다는 증권사 객장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던 교사도 봤습니다.

또 돈을 주고 산 것이나 다른 사람이 쓴 것으로 연구대회에서 높은 상을 받아 승진한 교사도 봤습니다. 근무를 교장실보다 동네 다방에서 더 많이 하던 관리자도 봤고, 학교 돈을 자신의 쌈지돈처럼 여기던 관리자도 봤습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화풀이를 아이들에게 하던 교사도 봤습니다. 학부모들에게 받은 촌지를 자랑하거나 겨우 이거라고 불평하는 교사도 봤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이런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 어떤 새로운 평가도 결코 그들을 학교 밖으로 내보낼 수 없었습니다.

불성실교사와 부적격교사는 학교 밖에 있는 사람들보다 학교 안에 있는 교사들이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겪어본 바로는 그동안에 해온 교원평가제도는 교사들이 보기에도 빨리 그만두어야 할 불성실하고 부적격인 교사를 걸러내지 못합니다. 이런 교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학교에서 잘 버텨냅니다.

많아야 100만 원도 안 되는 성과급 차이에 절대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래 너희들은 수업수 많은 힘든 고학년 담임 하고 학교 일 많이 해서 A등급 받아라. 나는 성과금 C 받고 수업시간 적고 편한 학년담임하고 학교일은 절대 하지 않을 테니까'라고 합니다. 성과급 차등지급제도가 이들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명분을 만들어 준 셈이지요.

교원 평가 강화, 수업 소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교원 평가는 교사들에게 성과급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도 아니고, 일부 교사를 승진시키기 위해서도 아닌 아이들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해 왔던 교사에 대한 모든 평가는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근무평정제도는 이미 교원 평가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있고, 그밖에 현재 하고 있는 교사를 위한 모든 평가는 눈에 보이는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업적, 실적 위주이기 때문에, 누구나 정해진 시간 안에 업적과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 수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수업 연구는 더욱더 할 시간이 없을 수밖에요. 교실 수업과 아이들에게 소홀하면서 학교 업무와 학교 밖 연구실적 올리는데 열심인 교사들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것과 가르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표시가 나지 않아 평가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상태에서 교사 평가가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교실에서 이뤄지는 수업과 아이들과 맺는 관계는 점점 소홀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래도 무조건 교원 평가를 찬성하시렵니까?

덧붙이는 글 | 학교 현장에서 보면 교원평가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밖에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교원 평가를 강화한다고 해서 교사들이 수업과 아이들에게 충실하게 되느냐하면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작 변해야할 교사들은 오히려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현장 교사인 제가 보기에 가장 쉽고 빠르게 교사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교원 평가가 아닌, '아닌 일'을 당했을 때 학부모들이 교사를 봐 주지 않는 것입니다.



태그:#교원평가, #교육과학기술부, #여론조사, #부적격교사, #초등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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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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