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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동안 자그마치 14조원이라는 예산이 예정되어있는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 정부는 '4대강 살리기'라며 치수와 이수, 생태복원을 사업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치수는 제쳐두고라도, 4대강 정비사업이 정말로 생태를 복원하고 강을 살릴 수 있을까? 그리고 강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이수, 친수의 기능 강화가 강의 생태복원과 문제없이 함께 추진될 수 있는 것일까? 지난 3월 17일, 생명의 강 연구단의 물의 날 기념 토론회에서 나온 연구자들의 발제를 통해 4대강 정비사업의 환경적 문제점과 바람직한 강 살리기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4대강 준설로 수질을 개선할 수 없다

 

4대강 정비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된 사업은 '하도정비'다. 하도정비는 강바닥을 준설하겠다는 것이며, 정부는 오염된 퇴적토를 걷어냄으로써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오염된 퇴적토를 걷어내면 수질이 개설될 수 있다는 가설은 맞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강에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구간이 많지 않다는데 있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상수원에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준설이 계획된 적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실시된 사례는 없다. 그 이유는 준설 과정에서 오히려 수질오염이 발생할 수 있고, 오염원의 차단 없이는 오염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과 단기간 내 재 퇴적이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퍼 올린 퇴적토의 고비용이 드는 처리과정 때문이었다.

 

얼마 전 운하백지화국민행동과 민주당 김상희 의원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2008 환경부의 '하천·호소 퇴적물 모니터링 시범사업 최종보고서'는 우리나라 4대강을 포함한 주요 하천과 호소의 퇴적물 오염도를 종합적으로 조사·분석한 최초의 보고서로서, COD와 총인, 총질소 그리고 각종 중금속 등의 측정 결과가 담겨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총인, 총질소, 카드뮴을 제외하고 엄격한 미해양대기청의 퇴적물관리기준을 초과하는 지점은 209개 조사 지점 중 단 한군데도 없다. 그만큼 우리 강의 퇴적물 상태가 양호하다는 뜻이며, 4대강 정비사업의 준설로 인한 수질 개선이 명분을 잃는 것이다.

 

준설은 강 생태의 파괴를 일으켜

 

  현재 우리 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준설은 사실 오염의 개선보다는 골재채취가 목적인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영국, 독일 등 유럽국가와 미국 대다수의 주에서는 상업적 준설을 대부분 금지하고 있고 준설의 타당성에 대해 엄격한 사전 평가를 한다. 그 이유는 준설이 강 생태계의 기본이 되는 강바닥 모래와 자갈 등을 훼손하여 생태 파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준설은 강 생명체의 집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 준설이 이뤄지면 서식지가 변화하고 수심과 형태의 다양성이 줄어들며, 지하수위가 변화하는 등의 물리적인 영향을 주고, 이는 생물의 서식지와 산란지, 양육지의 감소를 불러일으킨다. 준설 후 저서생물 군집의 회복기간을 연구한 한 자료에 따르면, 준설 후 회복까지 최대 10년이 걸린 경우도 있고, 수로변형 후 어로군집의 회복양상을 연구한 자료에서는 최대 86년 동안 회복이 진행되었지만 17%는 회복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로 준설은 장시간에 걸쳐 생태에 영향을 준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4대강 본류 250~300km가 준설 대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수질 개선이 목적이라는 명목은 타당성이 없고, 오히려 준설로 인해 수질과 생태가 악화될 우려가 크다. 정말 강의 수질을 개선하고자한다면, 오염원을 파악하여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레저로서의 자전거이용은 정책의 실패

 

 

  한반도대운하가 추진되던 때 경부운하 구간을 몸소 자전거로 답사했던 이재오 전 의원의 바람이 4대강 정비사업에도 반영된 듯하다. 4대강 정비사업 계획에 따르면 4대강 둔치를 따라 1,297km의 자전거길이 조성되고, 올 추경 예산에 374억원이 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하천변 자전거길 조성은 생태적인 문제와 함께 자전거 활용에 대한 발전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세계적으로 자전거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으로서 정책적인 독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5년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제정 이후 자전거 정책이 생활 속 교통수단이 아닌 레저의 방향으로 흘렀다. 이에 따라 하천과 공원을 중심으로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었고, 시내의 도로는 대부분의 구간에서 보행자 도로와 겹치며 실제 자전거 전용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형태가 되었다. 이러한 내용은 정부에서도 정책의 잘못이라고 시인하고 있으나, 4대강 정비사업의 자전거길 건설 사업은 또다시 과거 정책실패를 반복하는 계획이다.

 

  정부는 4대강 자전거길이 서울에서 대전, 서울에서 부산으로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고도 얘기한다. 그러나 자전거는 5km 이내에서 가장 효율이 높다.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도 통학, 출퇴근, 장보기 등 생활 교통으로서의 이용이다. 물론 특별한 사람들은 장거리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겠지만, 이는 기존 국도, 지방도, 농로 등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

 

하천변 자전거길, 강 생태계 단절 일으켜

 

  무엇보다 하천변 자전거길 건설의 문제는 강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둔치에 콘크리트 포장길이 조성되면 강은 주변 생태계와 단절된다. 생태통로도 끊겨, 봄과 여름에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양서류에게 큰 장애물이 된다. 실제로 비오는 날 자전거 길에는 바퀴에 밟힌 '개구리 로드킬'을 무수히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자전거길 조성으로만 발생하지 않는다. 산책로나 운동시설 등 과도한 둔치의 개발도 하천의 생태를 훼손한다.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이 강 살리기라고 하면서 강에 대한 이용을 극대화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수, 친수공간으로서의 과도한 개발은 강의 복원, 그리고 강 살리기와 상당부분 배치될 수밖에 없다.

 

정말로 강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강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될까. 서울시립대 한봉호 교수는 직접 발로 뛰어 조사한 낙동강을 예시로, 강을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과 고유생태계유지지역, 경관 가치가 높은 지역, 수질 보전 지역 등 4가지로 분류하고 그에 따른 대상지를 8가지로 구분하여 대상지의 특성에 맞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 하구지역과 지천이 본류로 합류되는 합수부 등은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하여 과밀 토지이용을 제한하고 논경작지는 유지하며, 오폐수 유입을 차단해야하고, 취수지역은 수질 보전지역으로 분류하여 보전·복원·이용 권역을 구분하고, 수질개선을 위한 저지대 생태복원지를 지속적으로 조성할 것을 주장한다.

 

 

  4대강은 각각의 상황이 다르고 특성도 다르다. 또한 같은 강과 같은 강으로 합류하는 지천이라도 구간별로, 지천별로 특징이 모두 똑같지 않다. 정부는 4대강에 대해 일괄적인 대안과 잣대를 들이대지만, 각 강은 그 특징에 따라 보존·복원 대책이 수립되어야 하고, 이수·친수의 기능 역시 각 강의 특성을 고려하여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로 강을 살리고자 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의 강들이 가지고 있는 수질, 수량의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분석·판단하여 이를 개선하는 방법들을 제시하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이 상식적인 해법일 것이다. 더 이상 강이 토목·정치논리에 휘둘려 개발의 대상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강의친구들 블로그(riverfriend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살리기, #4대강정비사업, #자전거길, #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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