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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이효순 할머니는 마산의 한 병원에 한달 째 입원해 있다. 사진은 이경희 대표(오른쪽)가 병실에서 이효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위안부 피해자 이효순 할머니는 마산의 한 병원에 한달 째 입원해 있다. 사진은 이경희 대표(오른쪽)가 병실에서 이효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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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뭐할라꼬. … 그래도 찾아와 주니 고맙네."

경남 마산의 한 병원에 한 달째 입원해 있는 이효순(85) 할머니. 여러 가지 병을 앓고 있다. 위장도 나쁘고 혈전증도 있으며, 천식에다 신장병도 있단다.

가느다란 다리의 무릎 아래로 피가 잘 통하지 않아 만져보니, 좀 심하게 말해 얼음처럼 차갑다. 양쪽 팔 여러 군데 멍이 든 것 같은 자국이 나 있다. 링거 주사를 맞은 자국이란다.

이효순 할머니는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있다.
 이효순 할머니는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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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시민모임' 대표와 함께 병실을 찾았다. 눕지 않고 앉아 계셨다. 낮에 자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기에 대개 앉아 계신단다.

병실은 6인실인데 다른 환자들은 이효순 할머니의 아픈 과거를 모르고 있었다. 할머니도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언론에 낸다고 하니 얼굴이 나오면 안 된다며 끝내 고개를 돌리신다. 병원도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조건으로 승낙을 받아냈다.

이효순 할머니는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7살이던 1941년 고향을 떠났다. 이른바 '처녀 공출'. 할머니는 트럭을 타고 부산으로 간 뒤, 그곳에서 배를 타고 다시 일본 시모노세키로 갔다.

곧바로 대만으로 간 할머니는 1년 가량 지낸 뒤, 다시 중국(홍콩)과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위안소 생활을 했다. 베트남에서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잠시 있기도 했다.

할머니가 미군에 의해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나이는 21살이었다. 할머니는 곧바로 고향으로 가지 못하고, 부산과 마산에서 식당 일과 식모살이를 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이후 서울 길음동 등지에서 줄곧 지내다가 2007년 창원으로 이사했다.

할머니가 창원으로 온 이유는 여동생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마산에 살고 있는 조카들이 거의 매일 병실을 찾으면서 돌보고 있다. 창원시민모임의 주선으로 경남도(여성가족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간병인이 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이효순 할머니는 과거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지만 "그거 알아서 뭐하게"라며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셨다. 이 할머니는 한 시민단체에 증언을 통해 "남자라면 정 떨어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또 할머니는 "부모 잘못 만나 내가 시집도 못 가고, 자식도 못 낳고, 혼자서 한탄하고 혼자서 울어요"라며 "결혼하고 사는 사람들 보면 참 부러워요. 나도 결혼도 해보고 싶었고 잔치하고 싶었고, 애도 한번 낳아 봤으면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이경희 대표는 "창원에 살던 할머니 집은 2층 전세였는데, 계단을 오르내리기 불편했다"면서 "어떻게 보면 지금 병원에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드려 마음이 놓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할머니가 외롭지 않도록 마산과 창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당번을 정해 병문안 하는 등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남지역에는 현재 위안부 피해 할머니 11명이 생존해 있다. 마산 5명, 통영·거제 4명, 양산 1명, 창원 1명이 있는데, 통영거제지역 할머니들도 모두 요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태그:#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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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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