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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작가가 지난 2월 파리에서 열린 '한국만화 유럽특별전' 초청작으로 선정된 <삼신할머니는 아기배달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스튜디오 보물섬 김병수 작가가 김병수 작가가 지난 2월 파리에서 열린 '한국만화 유럽특별전' 초청작으로 선정된 <삼신할머니는 아기배달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임민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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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부천만화산업종합지원센터에 둥지를 틀고 밤낮 작업실에 파묻혀 그림에만 몰두하고 있는 작가들을 차례로 만났다.

이번에는 스튜디오 '보물섬'의 대표이자 어린이만화연구회 '아이처럼'의 회장인 김병수 작가를 만나 그간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만화 관련 일에 손 안댄 게 없을정도"

김병수 작가는 부천만화산업종합지원센터에 입주한 지 올해로 3년째 접어들었다고 한다. 서울, 안양 등에서 작업을 하다가 이곳에 응모하게 됐고, 가족들과 함께 부천 심곡동에 자리를 잡게 된 것.

그가 처음 만화를 시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고향인 영덕의 한 지역신문사에서 그린 '시사만화'였다고 말한다. 이후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96년도에 서울로 상경,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출판만화 전문가 반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본격적으로 만화에 뛰어들게 된다. 그리고 개그만화와 어린이만화를 주로 그려왔다.

김병수 작가는 우리만화연대 사무국장을 지내면서 대학 강의를 나가기 시작했고, 상명대학원에서 만화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전국의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 교수들이 모인 '만화애니메이션학회'에서 총무간사로 2년간 일을 했고, 지금은 조선대, 상명대 등 지방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만화관련 칼럼 쓰고, 책 내고, 잡지 연재하고, 전시회 기획에 어린이만화연구회 활동까지 하루하루 숨 가쁘게 살아가는 김병수 작가에겐 '얼굴 보기 힘든 사람'이라는 도장이 찍힐 정도다. 그는 "만화 관련된 일에는 손을 안 대본 게 없을 정도"라며 너스레를 떤다.

"만화를 보면서도 공부를 해야 하나"

김병수 작가는 2007년 9월 어린이만화연구회 '아이처럼'이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최근 학습만화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만화계에서 순수창작만화를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 아쉬워 마음이 맞는 작가들과 '길을 뚫어보자'는 심정으로 2년째 활동해오고 있다.

김병수 작가는 "지금 만화를 안 보는 성인들도 어릴 때는 만화를 다 좋아하고 많이 봤을 것"이라며 "만화는 어린이들이 커나가는데 중요한 요소다. 유명 작가들의 경우 어릴 때 읽었던 만화의 영향을 받아 글을 쓰는 경우도 있고, 로봇만화나 SF만화를 보면서 과학자의 꿈을 키우고 상상력을 키우기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요즘 나오는 어린이만화는 주로 학습만화에만 포맷이 맞춰져 있어 '만화를 보면서도 공부를 해야 되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어린이들에게 만화를 오락으로서 즐길 수 있는 순수창작만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그는 "학습만화가 범람하는 어린이 만화계를 욕할 것이 아니라 작가들이 먼저 나서서 고민하고 연구해서 좋은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 그래야 할 말이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여 말한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라"

김병수 작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빼먹지 않고 꼭 전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길은 내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할 것, 그리고 내가 만족할만한 정도의 작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작가인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할 것'

그는 "대부분의 만화작가들은 춥고 배고프다. 재능이 뛰어나 처음부터 잘 풀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은 위기와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간다"며 "누구나 한번쯤 겪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간다면 좋은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낼 수 있는 단계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만화계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인기 만화가 허영만, 이현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인물이 아니라는 것.

성공한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100배 더 많은 연습과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야하고, 다양한 내공을 쌓기 위해 다독은 물론 사람의 심리를 연구하고 이야기 짓는 방법에 대한 공부도 끊임없이 해야한다고 전한다.

"이미 한국 만화의 중심은 부천"

부천은 올해 한국만화 100주년과 더불어 오는 9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개원을 앞두고 명실상부한 만화도시의 메카로 도약하기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병수 작가는 부천만화정보센터 설립 초창기부터 근무하며 업계 상황이나 사정을 잘 아는 노하우를 가진 직원들이 많은 것을 부천의 '가장 큰 재산'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부천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건립하면서 만화산업과 문화발전에 도움이 될 밑그림을 잘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화'라는 컨텐츠만을 10여 년간 파고든 결실이 바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한국 만화의 중심은 부천"이라며 "부천국제만화축제를 통해 작가와 작품과 독자가 지면이나 매체가 아닌 현장에서 만나고 있고, 개막식만 해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작가와 출판업계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축제 첫 회 때는 만화가들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작가들이 몰려와 밥값을 고민할 정도라고.

"한국만화계 전체를 아우르는 진흥기관으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말 그대로 '만화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 작가는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산하 기관이 아닌 한국 만화계 전체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대표적인 진흥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부천시와 만화계가 손을 잡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나라살림에서 확실한 지원을 확보해 운영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천시가 과감하게 만화계에 두 팔을 벌리고 끌어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수 작가는 "만화계와 부천시가 지금 당장 진지하게 터놓고 이야기해야한다"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만화산업 정책의 메카로 기능하고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오픈된 마인드가 필수"라고 말했다.

"만화산업 200~300억 예산을 부천으로"

김병수 작가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에 위치하는 것만으로도 정부 예산 중 만화산업과 관련된 200~300억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부천에서 만화진흥기관으로 활성화가 되면 작가·출판사 등이 이사를 들어오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한국 만화작가를 만나려면 부천에 가야 된다'는 공식이 성립된다는 것. 국제교류가 활발해짐은 물론이고 무형의 시너지 효과는 투자한 비용의 열배, 백배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김 작가의 설명이다.

만화계에서는 이미 '한국만화영상진흥법'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전한다. 진흥법이 만들어지고 그 법규에 의해 지원기관으로 지정되면 문광부에서 그동안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 주던 만화관련 예산을 부천으로 줄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는 것이다.

김병수 작가는 "올해 한국만화 100주년과 맞물려 만화계에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앞으로 진흥원 개원까지 남은 6개월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 부천시와 만화계, 문광부가 한자리에 모여 큰 틀을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만화영상진흥원, #김병수, #부천만화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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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랩 이유 대표 협동조합 커뮤니티플랫폼 이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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