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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잘 들이면 집안이 흥하고, 그렇지 않으면 망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뜬금없는 소립니다. 이런 소리 싫어하는 아내가 스스로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물 캘 땝니다.

 

"왜냐면 현명한 며느리는 옛날 배고프던 보리 고개 시절에도 식구들 배를 굶기지 않았대요. 봄나물을 아는 며느리는 산야에 널린 먹을거리를 손으로 캐기만 하면 됐으니까. 봐요, 먹을 게 지천으로 널렸죠?" 

 

그러고 보니 맞는 소립니다. 쑥 캐러 갔는데 덩달아 '냉이'와 '광대나물'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쑥만 있을 턱이 없는데도 왜 쑥만 생각하고 갔는지 모르겠군요.

 

보리 고개 넘던 봄나물 냉이, 쑥, 광대나물

 

'냉이'를 우리 토종으로 혼동하곤 하는데, 냉이 원산지는 지중해네요. 이른 봄에 흰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봄나물입니다. 꽃은 줄기 끝에 무리지어 피는데 4장의 작은 꽃잎으로 되어 있습니다. 줄기 아래 쪽에는 잎이 달리는데, 잎은 작고 화살처럼 생겨 줄기를 감쌉니다. 이른 봄에 캐 나물, 국거리, 김치 등에 쓰고 어린잎은 죽을 쓰기도 합니다.

 

'광대나물'은 줄기 밑에서 많은 가지가 나오고, 가지가 누워 자라기도 합니다. 꽃은 붉은 자주색으로 피지요. 잎자루 없는 잎들이 줄기를 감싸는 잎겨드랑이에서 여러 송이 꽃이 모여 핍니다. 3월에 어린순을 캐서 나물로 먹기도 하며, 식물 전체를 여름에 캐서 피를 토하거나 코피가 날 때 쓰기도 합니다.

 

'쑥'은 너무 잘 아시죠? 쑥은 '쑥쑥 너무 잘 큰다' 하여 쑥이지요. 7~9월 피는 연분홍 꽃은 줄기 끝에 무리지어 핍니다. 이른 봄에 나오는 어린순으로 국을 끓여 먹어 봄을 느끼기도 하며, 떡(쑥떡)을 만들어 먹지요. 말린 쑥을 화롯불에 태워 여름에 날아드는 모기를 쫓고, 집에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단오에 말린 쑥을 걸기도 했지요.

 

"영식님, 일식씨, 이식이, 삼식놈 중 뭐예요?"

 

"당신은 영식'님', 일식'씨', 이식'이', 삼식'놈' 중 뭐예요?"

 

아내는 봄나물을 캐다 말고 피식피식 웃으며 요상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영식님은 하루에 집에서 한 끼도 안 먹는 남편. 일식씨는 집에서 한 끼 먹는 남편. 이식이는 두 끼, 삼식놈은 세 끼 꼬박꼬박 다 집에서 먹는 남편이래요. 남편이 집에서 밥 먹으면 아내가 고생한다고 붙인 명칭이래요."

 

집에서 한 끼도 안 먹으면 돈만 벌어 갖다 주는 사람이지, 남편이랄 수 있겠습니까. 배를 곯던 옛날 보리 고개시절 같아서야, 밖에서 밥을 먹고 오면 양식이 남아 좋아했다지만, 요즘 같이 먹거리가 넘쳐나는 판에 집에서 밥 먹는 걸 구박하면 되겠습니까?

 

그래도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보다, 일찍 들어와 가족과 같이 밥 먹는 남편이 더 좋겠지요? 봄나물 '팍팍' 무쳐 기다리면 더 좋겠지요?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냉이, #광대나물, #쑥, #봄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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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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