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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철쭉
 한라산 철쭉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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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렇게 힘든 산행에 카메라가 한 짐이네요, 무겁지 않으세요?"
"네, 산을 좋아해서 좋은 사진을 찍으려다보니…. 정말 너무 무겁네요."
3월 11일 전남 광양에 있는 백운산에 올랐을 때였다. 산세가 그리 험하진 않았지만 산은 높고 한없이 이어진 능선길은 멀기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든 산행길 중간의 한 봉우리에서 낯선 풍경을 만났다. 먼저 오른 듯한 등산객 한 사람이 굵직한 카메라 다리 위에 올려놓은 카메라와 렌즈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메라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배낭에도 또 한 개의 중형 카메라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언뜻 보기에도 그는 보통 산꾼이 아니었다. 나도 그렇지만 대개의 등산객들은 산을 오를 때면 짐이 되지 않을 정도의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휴대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그의 카메라는 너무 컸고, 카메라 다리는 정말 굵고 튼튼한 것이었다.

백두대간 함백산의 가을
 백두대간 함백산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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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백록담의 눈바람
 한라산 백록담의 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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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기념으로 몇 장 찍는 그런 수준이 아닌 것 같았다. 힘든 산행에 아름다운 산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그만한 장비를 짊어지고 오른다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전문사진작가냐고 물었지만 본인은 아니라고 잡아뗐다.

그러나 그는 산이 좋아서 산에 오르는데 한 번 보고 내려가면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고 한다. 그래서 산 사진을 찍다보니 무거운 사진장비까지 짊어지고 산을 오르게 됐다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몇 개나 가지고 있느냐고 물으니 전문가용 카메라부터 디지털 콤팩트 카메라까지 여섯 대나 된다고 한다. 본인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이만하면 진짜 전문 사진작가 수준이다.

천의봉 운해
 천의봉 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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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장구목
 한라산 장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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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환(36)씨는 그렇게 힘든 산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름다운 산에 미쳐 산사진만 찍는 그의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언제 사진전시회 할 계획 없느냐고 물었는데 바로 내일 사진전을 갖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도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하철 4호선 길음역 대합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인 12일 종로에서 있은 점심모임에 다녀오는 길에 길음역을 찾았다. 장지환씨는 마침 사진을 진열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사진들을 둘러보노라니 산을 좋아하는 산사나이의 힘들지만 즐거운 발걸음이 사진마다 묻어날 것 같은 모습이다.

그의 컴퓨터에는 전국의 아름다운 산들이 많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산을 찾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산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틈틈이 산을 찾은 그는 전국의 유명한 산을 두루 섭렵했는데 산에 오를 때마다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이 1만 여점, 그 많은 사진들 중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사진 60여 점 중에서 일부를 이번 전시회에 내놓았다고 한다.

계방산의 가을풍경
 계방산의 가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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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의 산오이풀
 덕유산의 산오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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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한다. 2년 전에도 충무로에 있는 갤러리에서 20여점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 내놓은 작품은 제주도 한라산을 비롯하여 태백산과 계방산 등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산들이었다.

전시된 그의 작품들 속에는 산이 피워내는 곱고 아름다운 풍경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눈 덮인 산꼭대기 위에서 하얀 구름사이로 드러난 파란 하늘이며 산골짜기에 내려앉은 구름바다 속에 드러난 산세가 새색시처럼 청초한 모습도 있었다.

따뜻한 봄철에 지천으로 피어난 꽃들이 산자락을 온통 꽃밭으로 뒤덮은 모습도 황홀한 풍경이었다. 산사진전에 나온 작품들 속에는 산이라는 특정한 자연환경이 빚어놓은 아름다움이 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잡혀 있었다.

한라산 윗세오름
 한라산 윗세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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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화구벽
 한라산 화구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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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대상이요? 글쎄요, 저처럼 산을 좋아하여 함께 산에 오르고 제 취미인 사진을 이해하여 주는 사람이면 좋겠지요."

그가 아직 미혼이라고 하여 어떤 결혼상대자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산이 좋아 산에 오르고 산사진에 빠져 결혼할 겨를도 없었다는 장지환씨는 어느새 노총각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한다.

"사진들이 너무 멋있네요, 산에 올라 직접 보는 것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한 달에 서너 번씩 산에 오르지만 저 사진처럼 아름다운 풍경은 아직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

계방산의 노을과 백운산에서 만난 장지환씨
 계방산의 노을과 백운산에서 만난 장지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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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되어 있는 사진을 둘러보던 40대 아주머니와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의 말이었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 대합실 중간 부분에 전시되어 있는 장지환씨의 산사진전은 3월 18일까지 1주일동안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산 , #산사진, #이승철, #한라산, #산에 미친,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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