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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위기 여파로 '환경경영'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인다.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탄소 배출 감축, 적극 동참' 의지를 강조하면서 기후변화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던 1년 전과 비교하면 그때와 지금의 온도차는 매우 크다. <오마이뉴스>는 기업들의 다양한 '환경경영'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환경경제'시대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업계에서 환경경영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1995년 12월 항공서비스 전부문에서 BS 7750(영국 환경경영인증)을 획득한 것을 시발점으로, 다음해 9월에는 세계 항공사 최초로 ISO 14001(국제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취득하는 등 일찍부터 환경경영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최근 들어서는 작년 12월 탄소성적 표지 시범인증서를 받은 데 이어, 다시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 인증서를 받았다. 이들 인증서는 기업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공개함은 물론, 이산화탄소 감축계획을 내야 받을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기업이라 볼 수 있는 실적들이다.

 

 

아시아나항공 탄소상쇄 프로그램 = '출장비 에코 정산'

 

다만 이처럼 화려한 '외형'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성과들이 '기업 내부에서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느냐'다. 구체화의 예로 우선 항공기 연료 절감을 통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경제속도 운항, 경제고도 운항, 경제중량 운항 등을 통해 항공기 연료를 절감하는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은 한편 당연한 것이다. 원가 절감을 통해 경영 합리화를 도모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발생시키는 항공산업이 부응해야 할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역시 별도의 연료관리팀을 운영하면서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한 형태의 '에코 운항'에 힘을 쏟고 있다.
 
그래서 먼저 아시아나항공의 '탄소상쇄 프로그램'을 주목하기로 했다. 작년 5월 9일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대한항공 등 여타 항공업계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환경경영 정책'이기 때문이다.
 
항공기를 이용한 출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만큼, 상쇄비용을 적립하는 프로그램으로, 한 마디로 표현하면 '출장비 에코 정산'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이번에 출장 다녀오는 길에 얼마만큼 이산화탄소가 발생했고, 그 배출량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이와 같으니, 이를 회사에서 적립해 주시오'란 식이다. 그리고 적립금을 '친환경'에 돌려쓰는 프로그램이다.

 

"생색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길 가고 있는 것"

 

"무슨 생색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길을 가는 회사가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 아니겠나. 현재 사회 통념상 '탄소 상쇄 프로그램' 도입을 아직까지는 당연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를 당연한 것으로 보는 저변이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환경경영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현창헌 환경시설팀장(44·부장)이 강조한 말이다. 현 팀장은 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년 말 현재 약 4천만원 정도가 적립됐다"면서 "앞으로 국내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환경보호 관련기관 또는 단체 지원금 등으로 활용할 구상"이라고 밝혔다.

 

'항공사 규모에 견줬을 때 그리 많은 적립금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말에 현 팀장은 "아직까지 금액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직원들 스스로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탄소상쇄' 저변 확대를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현 팀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배출권 거래 지역인 EU기준에 따라 상쇄금액을 산출하고 있어, 국내 여타 다른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립금액도 많이 쌓이고 있다"면서 "회사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감축활동을 통해 상쇄하자는 취지로 도입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시아에서는 케세이 퍼시픽 이어 두 번째 도입

 

- 항공기 연료 절감을 통해 탄소 발생을 줄이는 회사 차원의 다양한 노력이 진행 중이란 뉴스를 봤다. 경제속도 운항, 경제고도 운항, 경제중량 운항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탄소 발생 억제를 위한 별도의 시스템이라기 보다 ISO 14001 자체가 규정하고 있는 내용 아니냐는 생각인데.

"ISO 14001은 개별적인 사안이나 구체적인 절차까지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ISO 14001이 제시하는 원칙에 따른 각각의 개별적인 수단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 항공기 연료 절감을 통한 탄소 발생을 줄이는 방법에 있어서는 대한항공과 큰 차이는 없겠다.

"완전한 차별화는 존재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자동차 운전자의 연비 개선을 위한 노력이 방법적으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 그래서 탄소상쇄 프로그램 이야기로 집중하고자 한다. 처음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가.

"우리 그룹 자체가 환경경영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회사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감축활동을 통해 상쇄하자는 취지로 도입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경영진에서 흔쾌히 수용해줬다."

 

- 세계적으로 탄소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한 항공사는?

"영국항공(BA)이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현재 에어캐나다, 에어프랑스, 버진애틀랜틱 항공 등 11개 항공사가 시행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케세이 퍼시픽이 최초로 도입했다. 우리 항공사가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도입했다."

 

"선도적 역할에 의미 부여, 적립금 자체는 아직 큰 의미 없어"

 

- 탄소상쇄 프로그램 시행 형태는 비슷한가.

"그렇다.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거리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는 탄소계산기가 있다. 이것으로 온실가스를 상쇄시키기 위한 금액을 환산하게 된다. 이를 적립했다가 나중에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나 대체 에너지 개발 등에 투자해서 상쇄 효과를 얻는 것이다.

 

현재 우리 회사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당사 항공기를 이용해서 출장할 경우 발생하는 온실가스 상쇄비용을 출장신청서에 기재하면, 회사 출장 예산으로 해당 수준의 금액을 적립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작년 5월 9일부터 시행했는데 작년 말 현재 약 4천만원 정도가 적립됐다. 국내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환경보호 관련기관 또는 단체 지원금 등으로 활용할 구상을 갖고 있다."

 

- 상쇄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산출하는지 궁금하다.

"EU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배출권 거래 지역이다. 따라서 EU 방식을 따르고 있다. 국내 다른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이 산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고 볼 수 있는 EU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적립금액도 많이 쌓이게 된다."

 

- 7개월이란 기간에 4천만원 정도 적립됐다면, 1년 적립금액이 1억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항공사 규모에 견줬을 때 그리 많은 금액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직까지 금액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직원들 스스로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탄소상쇄' 저변 확대를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무슨 생색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길을 가는 회사가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 아니겠나. 현재 사회 통념상 '탄소 상쇄 프로그램' 도입을 아직까지는 당연하게 보지 않는다. 이를 당연한 것으로 보는 저변이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국내 탄소배출권 구매 또는 환경관련 기관 지원"

 

- 적립금은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가.

"국내에는 아직까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배출권 거래에 시범적으로 참여하는 의미에서 에너지관리공단과 연계하여 국내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또한 환경보호 관련기관이나 단체에 지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

 

- 신재생 에너지 등 관련사업에 투자할 계획은?

"투자할만한 대상을 찾기 힘든 것이 현실임은 분명하다. 관련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요즘 너무 환경 문제가 기후변화란 이슈에 맞춰 집중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전통적인 자연보호와 기후변화는 결코 다른 것이 아니지 않나. 전통적인 자연보호 관점에서 시행되던 일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받는 듯 하다. 본질적으로 서로 동떨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무엇을 위한 것이냐는 기본 원칙을 돌아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태그:#아시아나, #대한항공, #기후변화, #이산화탄소, #ISO 1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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