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한국사람들이 극히 줄어 썰렁한 분위기다
▲ 베이징의 코리아타운 왕징 최근 한국사람들이 극히 줄어 썰렁한 분위기다
ⓒ 조창완

관련사진보기


인천공항에 일본인과 중국인 등이 가득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26일 출장을 위해 인천공항에 들렀다. 출국하는 유학생들과 겨울의 막바지를 즐기려는 여행객들로 공항이 분주했지만 유독 눈에 띈 것은 일본인과 중국인 등 외국인의 증가였다.

출국심사장에는 한국말보다 일본어나 중국어가 더 많이 들렸다. 면세점으로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다. 주문한 면세품을 받는 면세품 인도장에 줄을 선 것은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반 면세품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승객들도 상당수가 중국인들이었다. 평상시 같으면 귀국하는 유학생들로 분주할 시간이지만 유학생들보다는 중국 여행객들이 더 눈에 띄었다.

베이징공항에 도착해 시내로 들어가는 차에서 기사에게 베이징의 코리아타운인 왕징의 분위기를 물었다. "아마 2/3는 들어간 것 같다. 한국인이 귀국해서 왕징의 경기가 말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이 문제인데, 왕징에 분양중이던 베이웨이40(北緯)은 분양을 멈췄다"고 말했다.

왕징에서 만난 교포의 말을 통해서도 지금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간(肝) 등 장기를 이식하러 오는 분들을 보조하는 일을 합니다. 이전에 병동을 채웠던 환자들이 이제는 거의 없습니다. 지금 한 명이 있습니다. 같이 일하던 교포 친구들도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밤에는 베이징 지사에 있는 팀원들과 같이 맥주를 한잔했다. 방송팀을 책임지는 서 팀장은 "2/3는 과장인 것 같고 많게는 절반 가량이 빠진 것 같다. 때문에 부동산 임대료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에서 관리를 맡고 있는 아내도 학생수가 갑자기 줄어들어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여행팀을 책임지는 최 팀장은 할 말을 잃은 상태다. "공항에서 한국 단체 여행객 보기가 힘들다. 가이드를 하던 친구들도 대부분 고향으로 갔거나 억지로 한국으로 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 물론 한국에 계신 부모님도 그냥 버틴다는 말밖에 하지 않는다."

이곳 입장료는 50위안인데 한국 돈으로 치면 1만2천원 가량이다
▲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 니아오차오 이곳 입장료는 50위안인데 한국 돈으로 치면 1만2천원 가량이다
ⓒ 조창완

관련사진보기


그런 와중에도 베이징 물가는 변함이 없었다. 올림픽 주경기장 입장료는 1인당 50위안이다. 일년 전만 해도 우리 돈으로 6천원(1위안에 125원)이었지만, 지금 환율로 치면 1만2천원(1위안에 245원. 2월 26일 인천공항에서 1위안 매입가)인데, 1년만에 꼭 두 배로 원화 가치가 하락한 셈이다.

다음날 점심에 왕징에 있는 북한 식당인 옥류궁에서 식사를 했다. 북한과 교포가 합작한 이 식당은 1~2층 합치면 5백명은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식당이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그 식당에는 우리를 제외하고 3팀 정도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앞 쪽에 있는 원형 테이블에는 보통 여행 온 단체들이 식사를 하는데 한 팀도 보이지 않았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중국 내 북한식당의 고객은 대부분 한국사람들이었는데 한국 여행객이나 중국 거주자가 급격히 줄면서 이들의 경기도 좋을 리 만무했다.

공항으로 이동해 충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베이징에서 충칭까지는 3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다. 정상가격으로 하면 베이징과 충칭 간 일반석이 1560위안이고, 비즈니스석이 2340위안이다. 우리돈 38만원과 57만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할인 항공권이 있지만 정상 항공료라면 우리와 같은 배낭여행자들이 중국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실감할 수 있게 한다.

중국 내 북한식당, 한국 고객 없어 분위기 썰렁

멀리 보이는 것이 충칭시내 중심인 유중구다
▲ 충칭의 상징중 하나인 창지앙 케이블카 멀리 보이는 것이 충칭시내 중심인 유중구다
ⓒ 조창완

관련사진보기


안개의 도시(雾都)라는 별칭에 맞게 충칭은 안개와 이슬비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지역은 끊임없는 부동산 개발로 2년 전 방문했을 때와는 완전히 딴 모습으로 변했다. 창지앙(長江)과 지아링지앙(嘉陵江)의 강변에는 고층빌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었다.

가지고 온 옷이 부족해서 초저녁에 호텔 인근에 있는 충칭 최고의 상업거리인 지에팡뻬이(解放碑)의 옷 가게들을 들렀다. 괜찮은 옷들은 2~3백위안이 보통이었다. 2백위안이면 우리 돈으로 5만원에 호가한다. 한국보다 비싼 셈이다. 그런데도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다음날 점심에는 퇴직한 간부들의 식사자리에 손님으로 초대 돼서 같이 했다. 60세 전후인 이들은 후배들의 초대로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술도 마시고, 오락을 즐기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퇴직 후 정처없이 시간을 보내는 우리 선배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저녁에는 충칭시가 한국에 만든 산업개발단지를 관리하는 현직 인사가 자리를 같이 했다. 물가 이야기를 하다가 그가 열을 내서 한 쇼핑을 이야기했다. "산업단지에 가기 위해서는 용산에서 기차를 타는데 전자상가에서 니콘 D300을 140만원에 샀다. 이 카메라, 중국에서는 1만위안이다. 1만위안이면 250만원이다. 정말 횡재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기자는 2007년 12월 3일에 '니콘 D300, 중국보다 30만원 비싼 까닭'이라는 기사를 썼기에 기분이 더 씁쓸했다. 당시에는 이 카메라의 한국 가격은 200만원이었고, 중국 내 가격은 1만2600위안(당시 환율대비 160만원)이어서 한국이 40만원 가량 비쌌다.

하지만 1년반여 만에 이 위치는 완전히 역전됐다. 양국 모두 2~30%가량 가격이 떨어졌는데, 원화가치가 위안화의 절반으로 추락하면서 이제는 한국이 110만원이나 싼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상황을 놓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가 난감하지만 어차피 그 가격을 유지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크게 나쁠 것도 없는 형편이다.

사정이 생겨 며칠 앞당겨 한국으로 들어왔다. 한국으로 오는 길에 모시고 갔던 분이 한 신문에 난 칼럼을 보여주며 읽었냐고 물었다. '우리가 중국인의 발마사지를 하는 날'의 이 칼럼에는 10년 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 사람의 발마사지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취지의 기사였다.

그런데 사실은 머잖아 아니라 이미 이런 날이 왔다. 한국의 병원에는 이미 중국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기자 역시 이 시장을 바라보고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신문에는 세계 금융위기는 똑같이 겪는데 우리나라의 삶만 이렇게 힘들어졌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1년반여 만에 원화-위안화 가치는 완전히 역전

제주도 5일 반자유여행에 3980위안, 자유여행에 2878위안, 서울 3박4일에 3199위안 등이다
▲ 중국 여행 포털 씨트립의 한국여행 상품 제주도 5일 반자유여행에 3980위안, 자유여행에 2878위안, 서울 3박4일에 3199위안 등이다
ⓒ 조창완

관련사진보기


싼야 5일에 4700위안, 산야 야롱완 4466위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씨트립의 하이난다오 여행 상품 구성 싼야 5일에 4700위안, 산야 야롱완 4466위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조창완

관련사진보기


실제로 중국 최대의 여행포탈인 시에청(携程 www.ctrip.com)의 여행상품 코너에서 서울 3박4일 자유여행(항공/호텔/보험 포함)은 3199위안이고, 제주 4박5일 여행은 2878위안이다. 이 코너의 하이난다오(해남도) 여행이 보통 4천위안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국의 하이난다오보다 한국 여행의 값이 덜드는 상황인 셈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제 해외여행은 엄두도 내기 어려워졌다. 가장 가까운 여행지인 중국의 경우 원화평가절하로 인해 여행 경비가 최하 50% 이상 올랐다. 물론 여전히 저가 패키지는 있다. 하지만 이 상품들은 한 달 걸러서 여행경비 지불로 인한 협박사건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더 지속되기 힘들다. 일본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최근 원화에 대한 엔화가치의 상승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여행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반면에 일본인의 한국행은 늘어 비행기표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항공가격이 올라가 옛날처럼 실속형 여행상품도 찾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은 전년 동기에 비해 단순 관광과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한 대외지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정부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은 철저하게 막는 정책을 펴는 반면, 외국 여행객들이 한국으로 오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


태그:#여행, #중국, #일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