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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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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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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다섯 살 아들 녀석 어린이집 보낼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밥 한술 제 손으로 먹을 줄 모르는 녀석이다. 장난기도 '장난'이 아니다. 이미 우리 집에는 성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장롱 손잡이는 오래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서랍장은 아예 부서져서 '이빨 빠진 총각 새' 모양이다. 

모두 아들 녀석 작품이다. 장롱이 부서지든 서랍장이 박살나든 아들 녀석 철이 들기 전에는 절대 사지 않기로 아내와 합의를 했다. 다시 사 봤댔자 어차피 아들 녀석 극성에 남아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녀석을 어린이집 선생님 손에 맡겨야 한다니 어쩐지 마음이 스산하다.  

아들 녀석이 어린이집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아내 말이 위안이 된다. 아내는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더 놀다 가고 싶다고 생떼를 쓰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아내도 나와 같은 마음인 것이다. 내일이다. 내일이면 아들 녀석은 노란 가방을 메고 어린이집으로 갈 것이다. 들뜨고 긴장된다. 이런 기분 처음이다.

들뜬 아빠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 녀석은 쌔근쌔근 잠을 잔다. 걱정거리 하나 없는 해맑은  표정이다.  -3월 3일 늦은 밤에-

'고민고민' 하다가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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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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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보낼까? 국공립에 보낼까? 고민 고민 하다가 국공립에 보내기로 했다. 교육 프로그램이나 비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이 민간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보다 나았다.

특히, 비용이 많이 달랐다. 민간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한 달 치 보육료만 해도 약 26만 7천원이다. 물론 어린이집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민간 어린이집은 각종 교육 프로그램 마다 별도로 비용이 청구됐다. 수행성 경비(현장학습 등)나 미술 수업 등에 필요한 재료비 등으로. 이런 저런 비용을 모두 합하면 한 달에 약 30만원이 필요했다.

그에 비해 국공립은 일단 보육료가 저렴하다. 한 달에 19만 원 정도고 이 금액에 각종 재료비까지 포함돼 있다. 국공립도 현장 학습비는 별도로 청구한다. 하지만 지불 방식이 달랐다. 민간은 전액 선불을 원했지만 국공립은 후불이었다. 일단 다녀오고 난 후에 소요된 경비를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교육 목표가 정확하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민간 어린이집 교육 안내서에는 가장 중요한 교육 목표가 빠져 있었다.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교육 안내서에는 교육 목표가 정확하게 기재돼 있다.

아들 녀석이 다니게 될 어린이집 교육목표는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고 안전한 생활에 필요한 기초지식 및 상황대처 능력을 기르며 21세기 세계화 정보화 사회를 주도 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인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공립 어린이 집에 들어가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아들 녀석을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아내와 난 며칠을 수소문했다. 마침 집 근처 국공립 어린이집에 빈자리가 있어서 가까스로 보낼 수 있었다.

경기도 안양시에 소재하고 있는 어린이집은 총 410개다. 그 중 국공립 어린이집은 스물다섯 곳(약 6%) 뿐이다. 때문에 국공립 어린 집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렴하고 교육프로그램 우수한 국공립 어린이집이 더 많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3월 4일, 아내와 함께 아들 녀석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뛴다. 어린이집 안에 들어가니 아들 녀석 또래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웃고 떠든다. 숫기가 없어 잠시 뻘쭘하게 서 있던 아들녀석…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웃고 떠들고 뒹군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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