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의 미디어 관련법 기습상정으로 국회가 파행을 겪는 가운데,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을 집중 공격했다.

정세균 대표는 27일 오전  민주당이 점거중인 문방위 회의실 의총에서 "옛날에 형님은 동생들을 잘 돌보는 좋은 이미지인데, 지금 대한민국의 형님이미지가 공포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번 국회 파행사태는 대통령이 주문하고, 형님이 독려하고, 한나라당이 실천한 잘못된 국회운영으로 인해 파생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파행의 책임이 이 대통령과 이 의원에게 있다는 것이다.

"국회 파행 책임은 이 대통령과 형님에 있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강력한 주문에, 이 의원이 "이번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경드라이브를 걸면서 미디어관련법과 한미FTA 등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가 급격하게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에 총재제도가 만들어졌다"고 정 대표를 거들었다. 이상득 의원을 한나라당의 총재라고 표현한 것이다.

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총재가 군림하고 있어 조만간 전당대회를 거쳐서 총재직을 신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과거 한나라당의 원조 정당들은 대통령이 총재를 겸했는데, 이번에는 대통령은 따로있고 총재직이 따로 있는 총재제도가 조만간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 의원에 대한 집중공격은 이번 국회에서의 전술로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형님정치'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다

한편,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는 본회의는 취소됐다. 국회의장실은 "오늘 오후 본회의는 열지 않기로 했다"며 "한나라당이 각 상임위와 법사위가 법안심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더 중요하다며 취소요청을 해왔고, 오늘 본회의 처리 안건도 많지 않아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약속했던 본회의 개최를 미룬 것은 사실상 민주당이 이날 본회의 뒤에 자연스럽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오늘 본회의를 열면 민주당이 이번 국회가 끝나는 3월 3일까지 본회의장을 점거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회의 취소, 3월 2일에 직권상정 날치기 선전포고"

이에 대해 서갑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은 여야가 합의한 본회의를 무산시켰다"면서 "3월 2일 본회의에서 직권상정을 통해 MB악법을 일괄 날치기 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 본회의에서는 법사위에 계류중인 97건과 본회의에 부의된 27건을 정상적으로 처리할 예정이었고, 특히 본회의에 부의된 법들은 '임차인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임대주택법 개정안' 등 정부가 시급한 민생경제법안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요구한 것들이었다"면서 "이 법안들은 여야 사이에 이견이 없는 법안이고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이 평소 강조한 민생경제법들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에 국회본청 로텐더홀에서 '합의된 본회의 일정 파기 규탄및 직권상정 포기' 촉구를 위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처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직권상정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의장실에 여야의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직권상정을, 민주당은 직권상정 불가와 오늘 본회의 개최를 의장에게 요구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이날 오전 의장실을 방문하려다가, 한나라당 정무위원들이 먼저 와 있자 방문시간을 미루기도 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오전에는 의장실을 비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