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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에 줄줄이 이어지는 파면 해임

전국학업성취도 평가의 '성적 조작 의혹' 파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 시민사회종교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 폐지, 학업성취도평가 무효, 성적조작 책임자 문책, 파면해임 교사 원상 복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학업성취도 평가의 '성적 조작 의혹' 파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 시민사회종교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 폐지, 학업성취도평가 무효, 성적조작 책임자 문책, 파면해임 교사 원상 복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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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일제고사를 반대하여 체험학습을 안내한 서울 교사 7명을 파면 해임한 것에서 시작된 교사 파면 해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해를 넘겨서는 강원도에서 4명의 교사들이 서울과 똑같은 이유로 파면 해임 되었다.

그리고 대구에서도 도덕 교과서가 아니라 인권 관련 영상 자료 등으로 수업을 했다고 교사를 해고하고, 촛불집회에 참가하여 보고서를 낸 학생들에게 수행평가 점수를 인정하였다고 또 다른 교사가 학교에서 쫓겨났다. 학생들은 이들 교사들을 돌려달라면서 졸업식장에 검은 옷을 입고 참석하고, 학교에서 주는 상장과 졸업장 받기를 거부했다.

곧이어 서울의 사립학교인 세화여중에서 일부 학생들이 백지답안을 낸 것을 이유로 교사를 파면하고, 염광여고에서는 체험학습 안내한 또 다른 교사를 중징계하겠다는 통보가 왔다. 그리고 서울의 또다른 사립학교인 양천고에서도 학교의 비리 혐의를 고발하는 과정에서 또 한명의 교사 파면이 예고되어 있다.

이른바 교육대학살이라고 불리던 89년의 전교조 사태가 재연된 듯한 교사 대량 해고가 2008년 MB 정권의 등장과 함께 자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또 20여명 파면 해임 위기

지난 해 서울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공정택 서울교육감과 주경복 교수, 그리고 30여명의 교사들과 운동원들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교육청에서 현재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현직 교사들을 중징계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 비판 세력에 대한 정치 탄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1심 재판도 끝나지 않은 사안을 가지고 중징계하겠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지나친 처사이다. 이들의 행동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고 이루어진 행동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으며, 특히 현직 교사들이 모두 3월 2일에 개학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를 이유로 이들 교사를 중징계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바로 공정택 교육감이다. 공정택 교육감 자신이 현직 교장과 사설학원측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는 등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고,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상황에서 자신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교사들만 중징계하겠다는 상황이다. 정말 똥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는 꼴이다.

김영승 교사(세화여중, 가운데)를 지난 12월 일제고사 사태로 파면 해임 당했던 교사들이 격려하고 있다.
 김영승 교사(세화여중, 가운데)를 지난 12월 일제고사 사태로 파면 해임 당했던 교사들이 격려하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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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는 사상 초유의 1심 재판 중인 4명 교사들 파면 해임 위기

부산의 소위 '통일학교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교사들 4명이 파면 해임의 위기에 처했다. 설동근 부산교육감은 이들 4명의 교사들에게 징계위원회 출석을 통보하였고 곧 중징계를 한다는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국가보안법은 벌금형이 없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되면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게되어 있어서 국가공무원법 제33조에 의해서 자동면직이 된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무죄를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유죄를 받으면 당연히 자동면직되는데 확실하지도 않은 혐의에 대해서 별도 징계를 통해 해고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이나 교원들이 국가보안법으로 형사 기소되었다는 이유로 파면 해임 등 별도의 징계를 받은 사건은 지금까지 한 경우도 없다.

2001년 서울 E여고의 박모 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까지 되고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고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그 유명한 경상대학교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 역시 최초 문제가 된지 11년만에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수업을 했다. 최근 만경대 필화 사건으로 기소가 된 동국대 강정구 교수 역시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았지만 별도의 징계 대신 확정 판결 때까지 교수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서울의 통일교사 사건으로 무죄를 받은 교사 2명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진행 중인 산청 간디학교의 최모교사, 전북의 김모 교사 역시 별도의 징계를 받지 않았다. 부산교육청만 굳이 선례도 없고, 헌법에도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고 파면 해임을 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일제고사 관련 해임된 김윤주 교사가 13일 오전 담임으로 근무한 서울 청운초등학교 6학년 4반 졸입식에 참석했으나, 김 교사 해임 이후 담임을 맡은 교감이 교단에 서서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다.
▲ 빼앗긴 교단... 가슴 아픈 졸업식 일제고사 관련 해임된 김윤주 교사가 13일 오전 담임으로 근무한 서울 청운초등학교 6학년 4반 졸입식에 참석했으나, 김 교사 해임 이후 담임을 맡은 교감이 교단에 서서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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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교육의 기본은 상생과 인정

민주주의 사회에서 생각이 다른 것을 당연하다. 아니 생각의 서로 다름이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큰 장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교육의 기본은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혹시 합의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있는 차이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민주주의와 교육의 기본 원리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주의 국가라는 대한민국, 특히 교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줄 파면과 해임은 민주적이지도 못하고, 교육적이지도 못하다. 정부의 교육정책에 비판적인 세력이라는 이유로 검찰과 교육청까지 동원하여 교사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

일제고사 때문에 파면 해임 당한 교사들이 소청이나 소송을 통하여 징계가 부당하다고 결정 나면 교과부와 서울교육청은 '복직시키면 되지'라고 할 것인가? 국가보안법 기소를 이유로 해직된 분들이 무죄를 받으면 그 때가서 "나는 몰랐다."라고 할 것인가? 교과부와 교육청들이 상생과 인정이라는 최소한의 민주주의와 교육의 기본에 대해서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태그:#일제고사, #국가보안법, #파면,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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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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