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들어갈 것 다 들어가고도 단돈 2500원, 가격까지 착한 황태국밥이 시원하며 맛도 있다.
 들어갈 것 다 들어가고도 단돈 2500원, 가격까지 착한 황태국밥이 시원하며 맛도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오늘은 또 뭘 먹나. 고물가 시대에 사는 서민들과 학생들은 오늘도 점심 한 끼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 점심 한 끼 가격이 5천원을 훌쩍 넘는 요즘, 착한 가격 단돈 2500원 하는 국밥집이 있다고 하여 그 곳을 찾았다.

"주머니 사정 봐주는 밥집, 보기만 해도 배불러요"

자유시장에 매일 오신다는 윤창(75) 어르신께서는  기다리다 늦게 점심을 드시게 되었다며 노인네들 주머니 사정까지 봐주니 음식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고 하신다.
 자유시장에 매일 오신다는 윤창(75) 어르신께서는 기다리다 늦게 점심을 드시게 되었다며 노인네들 주머니 사정까지 봐주니 음식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고 하신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부천 남부역에서 내려 자유시장 쪽으로 20여 미터만 걸어가면 시장 입구에 국밥집 간판이 보인다. 아직 이른 점심시간이지만 15평 남짓한 비좁은 국밥집은 '아점'(아침과점심)을 해결하려는 젊은이들과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로 붐볐다.

'주문받는 곳, 선불입니다.'

주문을 하고 돈을 지불하면 번호표를 준다. 음식은 2~3분이면 나오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일이 있어 거의 매일 남대문에서 이곳 부천 자유시장에 오신다는 윤창(75) 어르신께서는 오늘 처음 이곳을 찾았다고. 저렴한 가격때문에 한 번 와보고 싶었다는 어르신은 이 가게의 주문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 주문 받기를 기다리다가 나중에 들어온 손님보다 조금 늦은 식사를 하게 되었단다.

"시장 국밥집에서 돈을 내고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몰랐지 뭐여! 마냥 기다리다 쥔장에게 물어보고 이제야 국밥 한 그릇을 먹게 됬네그랴. 싼 가격에 비해 맛도 좋고 양도 푸짐햐.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못한 노인네들이야 가격이 싸니 좋지! 다음에 친구를 데리고 와서 인심한번 써야것구먼."

맛있고 배부르고 돈도 절약하니 '일석삼조'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국밥집은 다시 붐비기 시작한다. 젊은 연인이 다정하게 들어와 음식을 주문하고 자리를 잡는다.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원다희(21) 학생과 군대를 마치고 3학년에 복학했다는 유호준(24) 학생, 다희 학생이 가까운 시흥에 살고 있어 부천 남부역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한 번 와보고 싶었다고.

- 값에 비해서 맛이라든지 양도 적당한가요? 반찬이 달랑 김치 한 가지네요.
"제육덮밥과 닭곰탕을 시켰는데요. 양도 적당하구요. 맛도 있어서 만족해요. 반찬은 메인 메뉴가 맛이 있으면 그리  중요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실 잘 먹지도 않은 반찬을 많이 준비하고 음식 값이 비싸면 적은 용돈으로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은 부담이 크거든요."

- 용돈 얘기가 나와서 하는 얘긴데 등록금과 용돈은 부모님께 타서 쓰나요?
"등록금은 부모님이 내 주시시지만 용돈은 알바를 해서 쓰고 있어요. 데이트할 때 점심을 해결하려면 일단 가격이 싼 음식점을 찾게 되거든요. 용돈을 아끼는 방법은 먹는 것에서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에요. 이곳은 맛도 있으면서 포만감도 느끼고 돈도 절약하니 일석삼조가 되네요. 오늘은 제육덮밥과 닭공탕을 먹었는데 다음에는 국밥을 먹어볼까 해요."

- 남자친구가 굉장히 자상하네요. 음식이 담긴 쟁반을 양손에 들고 가져다주는 걸 보면요.
"그렇죠! 제가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타입이에요. 사윗감으로 단연 1위일 걸요. 하하하."

"나한테도 대학교 3학년인 딸이 있는데 고려해보죠. 농담~호호."

"인터뷰만 하지 말고, 일단 한번 드셔봐!"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김춘식(58)씨 평상시에는 국밥을 먹었지만 오늘은 국수가 먹고 싶어 국수를 주문했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김춘식(58)씨 평상시에는 국밥을 먹었지만 오늘은 국수가 먹고 싶어 국수를 주문했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한참 붐비는 점심시간이 되자 일손을 돕기 위해 국밥집 주인인 박종협(39)씨가 들어온다.

- 장터 국밥집 시작한 지 몇 년 되었어요 ? 그리고 몇 시에 문을 열며, 몇 분이서 일하나요?
"2년 3개월 정도 되었고요.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합니다. 손님들이 많이 오시기 때문에 늘 일손이 부족합니다. 직원 4명과 저까지 5명이 교대로 근무합니다."

- 식자재 값이 올라 상인들도 울상이고 음식을 사먹는 사람들도 부담스러워 하는데, 싼 값에 장사를 해도 타산이 맞나요?
"네, 저희는 박리다매형식으로 가게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윤은 적게 남기고 판매는 많이 하니 큰 문제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2000원으로 시작했는데 물가가 많이 올라 할 수 없이 두 번 정도 올린 가격이 2500원입니다. 값을 싸게 받는 대신 모든 것이 셀프입니다. 인건비 절감을 하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맛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하실 수 있게 합니다."

- 하루에 국밥을 몇 그릇 정도 판매하며 찾아오는 연령층은 어떻게 되나요?
"역 부근이고 시장입구인지라 유동 인구가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200그릇 정도 나가고요. 10대에서부터 80대까지 다양합니다. 70~80%가 단골이지요. 싼 값에 양도 적당하고 맛있게 드셨다며 다음에 또 오겠다며 가시는 손님들을 보면서 몸은 힘들지만 일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부천 심곡동에 사는 김춘식씨(58)는 이곳 단골 손님. 평상시에는 국밥을 먹었지만 오늘은 국수가 먹고 싶어 국수를 주문했다며 "인터뷰만 하지 말고 일단 한번 드셔봐! 먹어보고 말을 해야지" 한다.

거리에 '착한' 가격 식당 늘어났으면...

고등학교에 진학한 승규와 친구들도 국밥을 주문했다. 뒤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며 조금만 더 주세요~ 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승규와 친구들도 국밥을 주문했다. 뒤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며 조금만 더 주세요~ 한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쉴 새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주인과 일하시는 분들의 상냥함이 녹록지 않은 서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것 같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재잘거리며 한 무리가 들어온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이란다. 그중 덩치가 제일 좋은 승규는 이곳을 자주 이용한단다. 친구들이 승규 따라 오게 되었다며 국밥을 맛있게 먹는다. 돌아서면 배가 고플 남학생들이라서인지, 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우더니 그래도 부족한 듯 아쉬워 하며 일어선다.

고물가 시대, 어르신들은 물론 청소년들에게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마음 착한 식당들을 주위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태그:#장터국밥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