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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검찰총장의 신년사와 비교해본 임채진 검찰총장의 신년사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 되었다. 사회 곳곳에서 한나라당이 말한 ‘잃어버린 10년’이 회복되는 게 아니라, 잊혀져야 할 70~80년대로 되돌아가 버렸다는 비판이 넘쳐날 정도다. 검찰 쪽도 마찬가지다. 지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많은 파동을 겪었지만 조금씩 쌓였던 검찰에 대한 신뢰는 지난 1년 동안 물거품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대체 지난 1년 검찰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는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검찰 1년을 되돌아보는 보고서를 준비 중이고, 오늘(2월 19일)에는 ‘이야기마당 - MB검찰 1년을 말한다’를 연다. 이 이야기마당은 19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오마이뉴스의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지난 1년 검찰을 되돌아보는 한 방편으로 지난 1년 검찰을 이끌었던 임채진 검찰총장의 신년사를 전임자였던 정상명 검찰총장의 신년사와 비교해 보았다. 검찰총장 신년사는 그해 검찰권 행사의 주요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덕담이라 볼 수 없다.

 

정명상 전 검찰총장의 2006년, 2007년 신년사

 

정상명 검찰총장(임기 2005년 11월~2007년 11월)의 2006년의 신년사는, 부패척결과 검찰혁신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2004년부터 2~3년간 지속된 사법개혁과 맞물려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춘 검찰혁신도 주요 내용이었다.

 

2006년 신년사의 주요 내용을 보면 이렇다.

 

“첫째, 검찰 문화를 지금보다 한 단계 높여야 할 것입니다. 권위주의와 집단 조직문화 등 우리 조직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확실한 부패척결과 투명성 확보로 선진국가를 이룩하는 데 기여하여야 하겠습니다.”

“셋째, 앞으로 있을 각종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넷째, 검찰이 앞장서서 수사구조를 개혁해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 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체계 확립은 물론이고 검찰 내부의 지휘감독도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사는 국민의 인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될 수 없습니다.”

“여섯째, 일 잘하는 검찰이 되어야 합니다... 일 줄이기 운동을 통해 국민이 아닌 상급자를 위한 불필요한 일은 과감히 없애버리고 그 몫을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2007년의 경우도 비슷하다.

 

대선을 앞두고, 부정부패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 주목하여 불법정치자금 근절, 지방토착세력의 정치권 유착과 조직폭력배의 발호를 차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인권이 철저하게 보호될 때, 수사활동도 참다운 가치를 가진다”면서 “먼저, 인권 존중의 선진 수사시스템 확립과 부패 척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해 연말에 있는 대선을 감안하여,

“둘째,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공명정대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국민에게 질높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검찰 혁신을 강조하면서, “셋째, 고객과 현장이 중심이 되는 변화를 실천함으로써, 국민들의 가슴에 와 닿는 ‘일 잘하는 검찰 혁신’을 완성합시다.”

법집행 기준이 불분명하여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에 주목하며,

“넷째, 누구나 공감하고 예측할 수 있는 법 집행의 기준을 정립하고, 그에 따라 검찰권을 행사하여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개혁과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 사법개혁의 추진과 관련하여,

“다섯째, 진정 국민이 원하는 형사 사법 체계의 구축을 위한 변화를 적극 주도하여야 합니다.”

2006년에 발생했던 여러 건의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하여,

“여섯째, 절제와 청렴의 조직 문화가 확실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고 했다.

 

검찰의 변신은 무죄? 확 바뀐 신년사

 

그렇다면 현재 검찰총장인 임채진 총장의 신년사는 어떨까?

임 총장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에 임명되었지만,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임명되기 전부터 그해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은 거의 확실시했기 때문이다.

 

임 총장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2008년 1월과 올 1월에 신년사를 발표했다. 올 11월이면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임하는만큼 임 총장의 신년사는 이제 더 없을 것이다.

 

2008년 1월 임채진 총장의 신년사는 이렇다.

 

첫째, 국법질서 확립과 부정부패 척결에 검찰역량을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둘째, ‘절제와 품격의 검찰’에 맞도록 선진화된 검찰수사 시스템을 정립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셋째, 국민 중심의 형사사법 체계가 제대로 구축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 전 정상명 총장 시기까지는 전혀 없던 ‘국법질서’ 확립이 튀어나온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공약 또는 각종 발언에서 가장 앞서 있던 것이 검찰총장 신년사에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임 총장이 취임하면서 내세운 검찰 복무방침인 ‘절제와 품격’이 신년사에도 나왔다. 절제와 품격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임 총장은 “정의와 진실, 인권이 숨쉬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권이 등장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 인권은 2009년 1월 신년사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정책 보조기관이 되자는 임채진 총장의 2009년 신년사

 

 

임 총장의 2009년 신년사는 어떨까?

 

“첫째, 우리 검찰이 어떻게 해야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점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검찰권을 행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국법질서를 굳건히 확립함으로써,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들과 정부의 노력을 적극 뒷받침해 나갑시다.”

“셋째, 부정부패 척결은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검찰 본연의 임무이자 사명이라는 점을 깊이 명심하고, 새해에도 변함없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8년 신년사에 비해 검찰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나서자는 것이 추가된 것이 우선 보인다.

 

그런데 2009년 신년사에서는 수사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자는 대목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인권이라는 단어가 신년사에서 단 두 번 나오지만, 수사과정의 인권문제와는 관련이 없거나 2009년과는 관련이 없는 예전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이다. 인신구속의 남발, 수사과정의 인권침해 등이 2008년 한 해 여러 차례 지적된 것에 비해 검찰총장이 무감각하거나 애써 외면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임 총장의 2009년 신년사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국법질서를 굳건히 확립하겠다는 부분에 담긴 다음의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면서 친북좌익이념을 퍼뜨리고 사회 혼란을 획책하는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합니다. 올해는 경제 정책과 관련된 노사분규나 불법 집단행동이 대폭 증가할 것입니다. 정부 정책이 적기에 집행될 수 있도록 불법과 폭력에 보다 신속하고도 엄정하게 대처합시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후 처벌보다 효율적 사전 대처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검찰에서 말하는 국법질서를 흔드는 것이라 함은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시위나 집회, 인터넷의 글을 의미하는데, 검찰총장은 이것이 ‘친북좌익’, ‘국가정체성 부정세력’의 준동이라 보고 있다. 20~30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버린 검찰의 모습이다.

 

임 총장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손조롭게 집행되는데 걸림돌이 되는 시민사회의 반대활동에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한다. 검찰이 정부 정책의 수행기관, 보조기관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임 총장은 사전대처가 중요하다 했다.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커지기 전에,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단편적이지만, 임채진 현 검찰총장과 그 전임자였던 검찰총장의 신년사를 두 개씩 비교해보는 것만으로 검찰의 변신을 쉽게 볼 수 있다.

 

경찰이 정치에 민감한 조직이라는 말이 있는데, 검찰도 이처럼 정치에 민감한 조직이구나 하는 것을 신년사가 잘 보여준다. 2009년 11월에 임채진 총장이 퇴임하고 새로 임명될 검찰총장은 2010년 1월에 어떤 신년사를 내놓을까?

덧붙이는 글 | 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는 2월 말 검찰의 지난 1년을 돌아보는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태그:#참여연대, #검찰개혁, #임채진, #검찰총장,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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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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