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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이 날 보더니 한마디 한다.
 

"신청해봐."

"뭘요?"

"신문에 났드만. 2억 준다고."

"누가요?"

 

 

이제 하드웨어를 위한 대출보다는 소프트웨어 지원해야

 

어제(2월18일자) 국민일보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기사.

 

"올해 실직 등으로 농촌에 정착하는 도시인들은 연 1~2%대의 저리로 최대 2억원의 자금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다. 또 가구당 1000만원 한도에서 주거비가 지원되며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귀농 희망단계부터 정착까지 1대1 맞춤형 서비스를 받게 된다......(중략)......농림수산식품부는 ‘귀농지원종합대책’을 다음 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연령 제한도 45세에서 55세로 대폭 높여서 수혜자 폭을 넓혔다."

 

이건 대부대출 광고 수준이다. 이런 식이면 곤란해지는 것은 결국 신문에 언급된 대상인 '실패한 자영업자'들이다. 귀농 5년차이고 그동안 많은 농부들을 보아 왔다. 주변에 젊은 농부들이 생존하는 방식도 나름 연구했다. 그네들 중에 다수는 빚에 치어 살고 있다. 농사소득만 가지고 생활하는 이는 거의 없다. 대부분 2~3가지 농외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런 돈으로 보통 기계를 사거나 건물을 짓는다. 이건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농촌이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지금의 지원방식으로는 불가하다.

 

시골에 살아본(?) 사람들에게 들어라

 

귀농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농사만으로 사는 사람은 1%에 불과하고 그네들은 농사소득을 올리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아마 자영업을 하든 사업을 하든 그런 이들은 고소득을 올릴 사람들이다. 나는 그 기사를 접하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에 대한 반박기사를 올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을 하느라 하루가 지나가고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관련 사이트들을 검색했다.

 

그런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정작 농림수산식품부(전 농림부) 사이트에 보니 해명자료가 공지되어 있었다. 이게 뭔가. 살펴보니 기사는 사실무근이며 검토중이지 계획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실소가 났다. 장난하는 건가. 분명히 누군가 소스를 주어서 다음달 발표이전에 ‘특종’을 올렸다고 국민일보 기자는 작성했을 것이다.

 

 

다시 국민일보 사이트를 검색했다. 쿠키뉴스와 국민일보를 나누어 놓았지만 대부분의 뉴스는 공유하고 있었다. [단독]이라는 글자가 유난히 눈에 들어 왔다. 1인당 2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은 누구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것이다. 게다가 저리로 빌려주니 투기나 사기 생각을 해볼 사람도 꽤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는 농업을 무시하고 평생 농사로 살아온 분들에게 상실감을 주는 정책이 분명하다. 이뿐 아니라 이 자금을 받은 젊은 귀농인들에게는 ‘빚쟁이’라는 감투를 안게 해주고 동네 젊은 농부들에게 놀림감이 되게 한다. 자본을 잘 운영하는 것은 전문 경영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경기가 이렇게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사업이든 간에 실패의 위험은 그 만큼 크게 되어 있다.

 

어렵게 생각해야 할 '삶의 전환'

 

귀농은 밝고 희망찬 새로운 삶이 아니다.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생명유지의 기본인 농업 속의 삶이라는 데에서, 완전히 ‘다른 삶’이며 ‘똑같은 삶’이기도 하다. 먼저 내 머릿속에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몸을 낮추고 우주와 자연에 대한 경외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거창한 듯 보이지만 실제 농민들은 그리 살아왔고 우리 조상들은 거의가 그런 삶속에 있었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귀농은 99% 실패한다. 대부분 도시민들이 그렇게 귀농을 선택하지도 않지만, 설사 선택한다 해도 대부분 다시 돌아갔다. 돈으로 지원하는 지원책이 거의 실패했다는 것이 농업정책의 과거라면 오히려 요즈음은 반면교사로 소프트웨어를 키우는 것이 추세이다. 각 마을이 가지고 있는 문화, 예술, 전통을 살려서 자원화하는 일이 활발하고, 이를 위한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성과가 크다고 평가되고 있다. 각 마을사업을 돕고 있는 마을 사무장과 마을 간사제도는 이제 발전기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즈음에 '2억'이 강조되어 보인다. 걱정이다. 더 이상 돈으로 인한 신용불량자와 자살자를 키워서는 안 된다. 이런 지원자금은 좀 더 안정적인 농가에 구체적이며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어야 마땅하다. 물론, 이보다는 공동체에서 여러 사람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주어야 한다. 형식에 맞추어 제출하는 사업계획서를 서면평가하여 자금지원을 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다.

 

 

 

좀 더 연구해서 신중하게 시행해도 늦지 않아

 

'폐업 자영업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고 농촌엔 젊은 피 수혈로 경쟁력'을 갖게 하자는 내용을 홍보하고 있으나 이는 잘못하면 폐업 자영업자에게 빚의 수렁에 빠지게 하고 농촌엔 건달의 수혈로 피폐화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귀농자를 위한 1대 1 맞춤 서비스도 도입된다. 전국에 창업지원센터를 만들어 귀농 희망에서 정착 단계까지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을 알선한다. 농촌에 정착한 이후에도 정부 산하 기술지원센터 직원을 후견인으로 지정에 각종 경영·기술상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로 했다.… 각 지자체별로 지원조건이 상이하고 귀농정보가 분산돼 있는 것을 개선해 정부가 관리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고 복지상담 129센터와 같은 콜 센터도 만들 예정이다."

 

이 또한 처음 시도되는 일은 아니다. 이미 한국농어촌공사(전 한국농촌공사)에서 농어촌종합 정보 웰촌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이에 지자체 홈페이지를 연결해서 운영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활용도 잘 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중평이다(오랜만에 방문한 사이트는 디자인과 구조가 전에 비해 훨씬 퇴보된 느낌이었다).

 

반면 각 포털 사이트 아래 운영되고 있는 카페에 방문과 정보교류가 더 활발하다. 독립되어 있는 사이트를 로그인해서 따로 보는 것보다. 이미 메일, 뉴스, 블로그 등을 함께 할 수 있는 포털 사이트가 훨씬 더 편한 것이다.

 

해당 기관은 좀 더 면밀한 검토를 해서 발표준비를 할 것이며 만약에 계획이 없다면 이를 발표하여 많은 귀농인과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혼란을 준 <국민일보>는 정중한 사과보도를 내야 할 것이다.


태그:#귀농정책, #정부대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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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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