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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겨울 여행을 떠나게 된 사연

갑작스럽게 겨울 여행을 떠나게 된 사연부터 먼저 풀어놓겠습니다. 지난달 15일에 내가 사는 빌라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였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기는 하였지만 집을 잘 찾아 들어왔는데, 이튿날 아침에 밖으로 나가다가 발을 헛디뎌 굴러 떨어지고 만 것입니다.

머리와 이마를 계단에 부딪쳐서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누군가가 119에 신고하여 구급대에 의해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분가(分家)한 지 오래인데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살다 보니까 구급환자의 보호자가 있을 턱이 없지요. 그래서 어머니의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어머니가 보호자로 오셨습니다. 한 번 더 불효를 저지른 것이죠.     

이럴 때 적당한 때에 결혼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기는 하지만 내 팔자가 이런 걸 어떡하겠습니까. CT 촬영과 혈액검사 등 각종 검사를 받고 머리를 꿰매는 동안 여섯 시간이 넘게 흘렀습니다.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약을 받고 퇴원을 하였습니다. 그러고 며칠 뒤에 상처가 다소 아물자 차라리 머리를 식히러 공기 좋은 곳에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갑작스런 여행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내가 가기로 한 여행지는 산 좋고 물 좋은 경상남도 산청군의 왕산 기슭에 있는 전통한방휴양관광지와 그 관광지 안에 있는 한의학박물관이었습니다.        

토끼탕과 약초부침개로 저녁을

1월 19일 밤에 함양에 도착해, 그곳까지 산청에서 마중 나온 지인 배익선(산청지리산산지유통영농조합법인 대표)씨를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배익선씨의 차로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까지 가서 약초에 대해서 누구보다 해박하다는 박사문(화계식품 대표)씨를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다친 머리 때문에 술은 당연히 못 마셨고, 맛있게 먹은 저녁 메뉴는 토끼매운탕과 약초 부침개였습니다. 여행지를 산청으로 정하여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사문씨는 모 일간지 기자가 동행취재를 했을 때 왕산을 두 시간 만에 오르내리며 약초 70가지를 채취했다는 전설 같은 일화를 남겨놓았다고 합니다. 내가 머리 다친 이야기를 하자, 박사문씨는 내일 염증에 좋은 농축액을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염증에 좋다는 봉삼 농축액이었습니다. 대학병원 교수님이 처방해 준 항생제를 식후에 하루 세 번 잘 먹지 않고 대신에 봉삼 농축액을 하루에 한 봉씩 꾸준히 먹었는데, 인천으로 온 뒤 머리의 실밥을 아직 완전히 뽑지 않았는데도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님은 상처가 잘 아물었으므로 항생제를 더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좋은 약초의 효능을 체험해 본 셈입니다.)

봉삼 씨앗을 채취하여 농장에서 재배하는 데 성공하기도 한 박사문씨는, 산청 한방약초축제 때 아토피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다섯 가지 한약으로 농축해낸 용액을 2년째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호전되었다고 하므로 수입은 없고 자재비 등 돈이 들어가는 일이기는 하지만 보람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권위 있는 연구기관에서 그 용액을 입수하여 간 뒤, 호전된 사례를 확인하였고 계속 연구중이라는 연락이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왕산이 양팔을 벌리고 껴안고 있는 한의학박물관

전통한방휴양관광지 인근에 있는 류환열씨 전원주택(개량식 한옥)에서 따뜻한 밤을 보낸 이튿날, 나는 배익선씨, 박사문씨의 안내를 받아 산청의 명소인 한의학박물관  관람에 나섰습니다. 멀리 필봉산(848m)과 왕산(923m) 정상이 바라보이고, 왕산 기슭에는 한의학박물관이 의젓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진입로 옆의 공원에는 성의(聖醫)로 불려지는 허준 동상이 세워져 있고, 진입로 옆에는 류의태 동상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멀리 왼쪽으로 필봉산이 서 있고, 오른쪽으로 왕산이 서 있다.
▲ 왕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국내 최초의 한의학박물관 멀리 왼쪽으로 필봉산이 서 있고, 오른쪽으로 왕산이 서 있다.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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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동상 앞에서 봉삼 재배에 성공한 약초의 달인 박사문씨와 산청으로 귀농한 배익선씨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 허준 동상 허준 동상 앞에서 봉삼 재배에 성공한 약초의 달인 박사문씨와 산청으로 귀농한 배익선씨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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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선생이 의성이라 불리고 있다면 스승 류의태 선생은 신의라고 불린다.
▲ 류의태 동상 허준 선생이 의성이라 불리고 있다면 스승 류의태 선생은 신의라고 불린다.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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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은 지리산 천왕봉의 정기 어린 한방 약초의 고장이라고 합니다.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 자락의 청정 자연환경으로 질 높고 효능이 뛰어난 약초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조선 중기 하늘이 내린 명의로 추앙을 받았던 신의(神醫) 류의태 선생과 동양의학의 성서(聖書)로 평가받고 있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저자 허준 선생, <마진편(麻疹篇)> <인서문견록(麟西聞見錄)>을 저술한 유이태 선생, <진양신방(晉陽神方)>을 저술한 초삼·초객 형제 등 명의들이 활동한 지역으로 지리적·역사적 조건이 완벽한 한의학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청군은 이러한 역사와 한방 문화의 향기를 담고 있는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한방·약초 산업 육성을 군정의 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결과 2005년 4월에 재정경제부로부터 ‘지리산 약초연구발전특구’로 지정되었고, 2006년 3월에 보건복지부로부터 ‘우수 한약재 지원사업’ 시범군으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신청한의학박물관은 한방·약초의 고장 산청의 상징적인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의학의 역사적 전통과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지역 특성을 살려 산청군이 건립했다고 하는 산청한의학박물관은 전국 최초의 한의학 관련 박물관이라고 합니다.

안내 리플릿에는 이렇게 의미심장하게 적혀져 있습니다.

‘산청한의학박물관은 단군 이래 우리 민족의 곁에서 수천 년 건강을 지켜주고 있는 우리 의학 한의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한의학박물관은 웅장하면서도 날렵한 풍채를 과시하고 있다. 멀리 바라보이는 것이 해발 848m의 필봉산.
▲ 한의학박물관 한의학박물관은 웅장하면서도 날렵한 풍채를 과시하고 있다. 멀리 바라보이는 것이 해발 848m의 필봉산.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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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실, 영상실, 뮤지엄샵 등이 있는 1층의 전통의학실(제1전시실)

산청한의학박물관 입구에서는 친절한 여성이 밝고 건강한 미소로 맞아줍니다.

1층에는 1전시실이 있고, 2층에는 2전시실이 있다고 합니다. 먼저 1층에 있는 1전시실로 들어가 봅니다. 1공간은 우리 의학과 한의학의 공간인데, 우수한 우리 의학과 한의학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한의학의 기원에서 현재 세계의 의학으로 발전하기까지의 역사와 인물, 학파, 사료 등을 소개하고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류의태 선생의 가르침을 받는 소년 허준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비교적 큰 화면으로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스승 류의태가 제자 허준에게 한의학을 가르치고 있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재현되고 있다.
▲ 류의태와 허준 스승 류의태가 제자 허준에게 한의학을 가르치고 있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재현되고 있다.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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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 관한 사료가 잘 전시되어 있다.
▲ 한의학 사료 한의학에 관한 사료가 잘 전시되어 있다.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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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공간에서는 우리 한의학의 전통요법을 디오라마(diorama : 배경을 그린 길고 큰 막 앞에 여러 가지 물건을 배치하고, 그것을 잘 조명하여 실물처럼 보이게 한 장치)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잘 만들어 놓아, 여기저기에 자리 잡고 있는 인형들이 실물인 줄 알고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조선시대 한의원에서의 사람의 모습처럼 디오라마로 재현되어 있다.
▲ 한의사가 약을 처방하여 분류하고 있다 조선시대 한의원에서의 사람의 모습처럼 디오라마로 재현되어 있다.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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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설치한 디오라마는 옛날 우리네 어머니가 한약을 달이던 실제 모습처럼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 한약 달이는 모습 정성껏 설치한 디오라마는 옛날 우리네 어머니가 한약을 달이던 실제 모습처럼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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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공간에서는 전통의학에서 미래의학으로 가는 세계 속의 한의학, 종합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서양의학과의 비교도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4공간은 한방체험실로 흥미로운 공간이었습니다. 박물관 관람객이 직접 자신의 건강을 한방요법으로 점검하고 진료해 볼 수 있는 체험 현장인데, 호기심은 생겼지만 5월 한방약초축제 때 다시 올 걸 생각하고 그때로 미루었습니다. 말초혈액순환측정, 나의 건강 나이 측정, 전신반응측정 등을 해볼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한의학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 내 건강 상태는 어디로 가고 있나? 한의학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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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알 수 있는 2층의 약초전시실(제2전시실)

1층 전통의학실에서 나온 우리 세 사람은 2층 약초전시실로 이동했습니다. 5공간에는 인류가 시작되면서부터 쓰여지기 시작한 약초 활용의 역사와 사료, 그리고 약초를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6공간에서는 약초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약초의 용도, 체질별로 유익한 약초와 해로운 약초, 약초 옛날이야기 등 약초에 관한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머무른다면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설명만 기억해 두어도 약초에 관한 상당한 지식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 약초가 채집되어 반듯하게 전시되어 있다.
▲ 다양한 약초들 실제 약초가 채집되어 반듯하게 전시되어 있다.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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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공간에서는 약초의 본향(本鄕) 산청에 관해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1, 2층에 걸쳐 7공간까지 두루 관람하고 나온 우리는 관망대에서 멀리 황매산까지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았습니다. 가까이에서는 전통한방휴양관광지가 조성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거대한 호랑이상과 곰상도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산청한의학박물관 소개 리플릿에 나와 있는 표어 같은 문구가 기억에 남습니다. ‘인류의 미래의학 세계 속의 한의학’. 문득, 이곳은 신혼여행지로도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식장에 가보면 멀리 무더운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자주 가던데, 그곳에서 특별히 남을 추억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공간 안에도 정보를 몰라서 미처 가보지 못한 좋은 곳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산 좋고 물 맑은 산청의 전통한방휴양관광지 같은 데 말입니다.

약초의 향기를 맡으며 산책하는 건강한 신혼여행 어떨까?

숙박시설만 확보된다면, 올라가는 길에 가야의 마지막 임금인 구형왕의 돌무덤 답사까지 가능한 왕산 등산도 할 수 있고, 자연 속에서 약초 전문 음식점과 전통 차의 향기, 그리고 류의태 약수터까지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소중한 관광지가 아니겠습니까. 좀 더 짜릿한 코스를 덧붙여 잊지 못할 신혼여행의 추억을 남겨두고 싶다면, 경호강의 래프팅까지 체험하고 가면 딱이겠죠. 내가 중년의 나이에 늦은 결혼을 할 수 있다면, 그때 맞이할 신부에게 한 가지 꼬드겨 볼 참입니다. 경남 산청으로 신혼여행을 가자고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청한의학박물관, #허준, #류의태, #한의학, #약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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