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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우리의 '거짓말쟁이' 경찰은 국민들에게 또다시 웃기지도 않는 해프닝을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시민 곁으로 다가가는 친근한 경찰상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경기 일산의 '자전거 순찰대'가 출범한 지 1년도 안 돼 운영을 중단-해체해 전시행정의 모범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2007년 5월 자전거 순찰대 발대식을 갖고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자전거(대당 34만원)와 순찰대 유니폼, 안전모, 고글 등 각종 장비도 시민들의 혈세로 구입(총 834만원)했는데, 인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경찰서 자투리 공간에 자전거를 방치해 뿌연 먼지가 쌓이고 일부 자전거는 녹이 슬 정도로 만들어 놓아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자전거 이용자 편의와 배려 없는 전시행정과 세금 낭비 늘어

 

경찰뿐만 아니라 환경부도 지난해 11월 직원 출퇴근용으로 무료 이용 자전거 20대를 과천 정부종합청사 주차장에 비치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출퇴근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취지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부르짖는 정부 부처 처음으로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환경부가 도입한 자전거를 이용하는 직원은 총 17명에 그쳤고, 3회 이상 자전거로 출근한 직원 또한 5명에 불과해 전시행정이란 비판을 받았습니다. 날도 추워지는데 누가 자전거를 타고 다닐까란 상식적인 고려나 생각을 하지 못했을 뿐더러, 환경부가 도입한 유명무실한 최첨단 자전거 시스템은 총 5900만원(1대당 300만원)이나 되는 예산이 들었다 합니다.

 

 

경찰과 환경부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들도 경쟁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빌미로 자전거를 구입해 놓고 방치해 전시행정이란 비판을 곳곳에서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목포시는 고유가시대에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전거를 구입해 시장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차 없는 날을 운영하겠다 했지만, 총 200대의 자전거를 구입하는 예산(1890만원)과 자전거 보관대 설치비용(640만원), 이에 따른 관리비용이 문제가 되어 예산낭비와 전시행정의 우려를 낳았습니다.

 

무엇보다 시에서 설치한 자전거를 민원인들이 어떤 방법으로 이용할지 논란이 일었고, 제대로 관리-활용도 하지도 못하면서 분실에 따른 세금낭비를 초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시민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실제 지난 2007년 신안군은 증도면에 3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357대의 자전거를 배치했지만, 1개월도 채 되지 않아 일부 자전거는 도난을 당하고 일부는 개인 소유물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탄소 녹색성장', '녹새뉴딜', '에너지절약'을 입으로만 부르짖는 정부와 관련 부처, 지자체 등은 하나같이 자전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자전거 정책을 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일상 생활 곳곳의 자전거 편의시설은 엉망인데, 광역 자전거도로를 건설하겠다는 황당한 개발계획까지 늘어놓고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자전거 이용자들의 편의와 제안들은 무시한 채 정부와 여당, 토건족들은 자전거를 정략적-정치적으로 이용해 '녹슨 뉴딜'을 '녹색성장'으로 덧칠하고 있는 겁니다.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모습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시 이 대통령이 탄 고가의 자전거는 이후 바로 경매에서 팔려나갔습니다.

 

 

전시용 자전거를 시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로!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14일 오마이뉴스 자전거모임(청계광장-북악산)을 끝내고 용산참사 4차범국민추모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성북동에서 대학로를 지나 용산역으로 달려갈 때, 미대사관을 지나치다 우연히 발견한 종로구청의 자전거 '전시' 현장을 고발합니다.

 

종로구청도 일산 경찰서나 환경부처럼 각 부서별로 공무원들이 이용할 수 있게 자전거를 구입해 보관소까지 만들어 비치해 놓았는데 참 말이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자전거를 안 타고 돌보지 않았으면 자전거 바구니에는 쓰레기들이 담겨 있었고 안장과 핸들에는 묵은 먼지가 수북했습니다. 자전거 포장도 채 뜯지 않고 그대로 자물쇠가 채워진 것들도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자전거를 전시하려고 산 건지, 탈려고 산 건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럴 바에야 유럽이나 일본처럼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영자전거로 이용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고민들은 하고 있는 건지요?

 

아니면 정말 자전거를 필요로 하는 시민들에게 그냥 무상으로 나눠주든지요.

 

저렇게 자전거를 썩힐 바에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 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 #전시행정, #예산낭비, #종로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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