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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난 지 10일이 됐지만, 아침 공기는 아직 쌀쌀하기만 했다. 차가운 바람까지 불었다. 그래도 사람들의 옷차림과 발걸음은 가볍게만 보였다. 마라톤대회 참가자들, 그 숫자는 어림잡아 3천명은 넘어 보였다.

<마라톤타임즈>가 주최하고 동북아역사재단이 후원하는 '제5회 2009 아! 고구려 역사 지키기 마라톤 대회'가 14일 한강 잠원지구 트랙경기장에서 열렸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대회에 참가한 동호회 단체만 120여개에 이를 정도로 한강 시민공원은 참가자들로 북적댔다.

오전 9시, 경기장에 집결한 사람들은 민소매 혹은 반소매 티와 반바지로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동호회 사람들은 삼삼오오 경기장을 중심으로 열을 맞춰 뛰었다. 뛰다가 힘들면 경기장 안에 준비된 따뜻한 커피와 순두부로 몸을 녹이곤 했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풀코스(42.195km) 대회 출발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다시 10분 간격으로 32.195km, 하프코스, 10km 코스 참가자들이 차례로 출발했다. 오후 12시가 되기 전 10km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했고 32.195km, 풀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도 경기장에 도착했다.

짧으면 1시간 30분(10km코스), 길면 5~6시간(풀코스)을 뛰고 돌아온 참가자들. 그 중에는 힘들어하기는커녕, 다시 뛰라면 뛸 수 있을 것처럼 기운이 넘쳐났다. 아직 추운 겨울임에도, 마라톤의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힘차게 만들었을까. 대회에 참가한 동호회 회장들로부터 그 이유를 들어봤다.

"마라톤은 '자기완성'을 위해서 하는 운동"

가톨릭마라톤 동호회 조병록 베드로 회장
 가톨릭마라톤 동호회 조병록 베드로 회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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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조병록
나이 : 55세
소속 : 가톨릭마라톤 동호회 회장
직업 : 자영업

"기록 내는 것에 욕심부리지 말자. 마라톤은 '자기완성'을 위해서 하는 운동이다. 각자가 인생 마라톤은 1등이니깐, 자신에게 맞춰서 나이게 맞게 뛰자."

조병록 베드로 회장이 가톨릭마라톤 동호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했던 인사말이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8년이 지났지만, 기록을 위해서 뛴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하는 조 회장. 건강을 되찾기 위해 뛰었던 것이 마라톤을 시작한 계기였고 지금껏 뛰고있는 이유다.

3월 15일(일)에 열릴 예정인 '2009 서울국제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워밍업의 의미로 참가한 이번 대회. 그는 32.195km코스를 3시간 10분 만에 완주했다. 15년 전 하루에 3갑을 피우던 담배를 끊으면서 몸무게가 급격히 불어났던 그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8년 전 마라톤을 시작했다. 과체중에 팔, 다리 아픈 곳이 수두룩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아픈 곳이 없어 오히려 걱정이라고.

2002년 3월 창립된 가톨릭마라톤 동호회에 그해 5월 가입한 조 회장은 "홀로 조깅을 하던 중 '가톨릭마라톤'이라고 쓰인 조끼를 보고 가입하게 됐다"며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취욕이 큰 '마라톤'에 더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마라톤은 나의 '일상생활'"

런조이여의도마라톤클럽 백재현 회장
 런조이여의도마라톤클럽 백재현 회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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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백재현
나이 : 53세
소속 : 런조이여의도마라톤클럽 회장
직업 : 자영업

"시간만 나면 조깅을 하기 위해 연습하는 장소로 나간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마라톤에 중독됐다', '마라톤에 미쳤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마라톤은 '일상생활'이다."

2003년 서울 대표로 출전한 '건설인산악마라톤 대회'에서 개인전 2등을 하면서 마라톤을 시작했다는 백 회장. 우연치 않게 대표로 출전하게 된 대회에서 순위권 안에 들면서 시작하게 된 마라톤은 이제 그에게 일상생활이 되어버렸다.

이후 그는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조깅을 하던 중 런조이마라톤클럽을 보고 가입하게 됐다. 클럽에 가입하기 전, 신체적으로 약한 것을 스스로 느꼈다는 그는 "'내가 42.195km를 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그러나 클럽에 들어와서 참가한 첫 대회에서 3시간 13분이라는 기록을 내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런조이여의도마라톤클럽의 경우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 30분에 연습을 하며, 매주 일요일 오전 7시에는 합동 훈련을 한다. 백 회장은 "날씨가 춥거나 혹은 덥더라도 매주 연습을 한다"며 "마라톤은 남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끈기와 인내를 느낄 수 있는 운동이다"고 말했다.

"힘든 게 없으면 마라톤이 아니다"

용왕산마라톤클럽 김경권 회장
 용왕산마라톤클럽 김경권 회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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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김경권
나이 : 51세
소속 : 용왕산마라톤클럽 회장
직업 : 법무사

"몇 km 코스이던 완주하고 나면 항상 힘들다. 그러나 힘든 게 없으면 마라톤이 아니다. 완주했을 때 느껴지는 '보람'이란 내 마음이 청정해진다는 의미이다. 뛸 때마다 힘들지만 마라톤을 마친 후 느끼는 정신적인 평화는 버리지 못한다."

이번 대회에서 32.195km코스를 3시간 25분 만에 완주하고 돌아온 김 회장에게 '힘들지 않은가'라고 묻자 그는 당연한 듯 "항상 힘들다"며 위와 같이 말했다.

2002년 여름 마라톤을 시작해 7년째 마라톤을 하고 있는 그는 "마라톤을 하기 전에는 고혈압, 고지혈증에 허리까지 아프고 사업 또한 어려움을 겪는 시기였다"며 "내 자신을 이겨야 할 돌파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 돌파구가 바로 마라톤이었던 것. 코스 완주를 하고 집에 돌아갈 때 느껴지는 개운함과 평온함이 지금의 김 회장을 있게 해준 원동력이란다.

용왕산마라톤클럽 또한 '2009 서울국제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훈련의 의미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2000년 8월에 창립된 용왕산마라톤클럽은 서울 목동에 있는 용왕산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모임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양천구를 비롯해 강서구와 영등포구 등의 주민들까지 함께 마라톤을 즐기고 있다.

클럽 활동을 하면서 '지역 사랑'을 하게 됐다는 김 회장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까운 마라톤 동호회를 찾다가 발견한 곳이 용왕산마라톤클럽"이라며 "많은 이웃을 만나면서 삶의 재미와 행복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태그:#마라톤 동호회, #마라톤,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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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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