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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금융 기관 경영진 연봉 규제 발표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금융 기관 경영진 연봉 규제 발표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 New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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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 연봉을 50만 달러(한화 약  7억 원)로 제한하고 사치품에 대한 구매는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구제안을 발표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구제 금융을 받는 금융기관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기본급을 50만 달러로 제한하고 구체적 금액을 주주들에게 공시하고 이를 주주총회에서 의결 받아야 한다. 

또한 만일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이미 지급된 보너스는 환수된다. 또 그간 큰 비판을 받아왔던 소위 '황금낙하산(골든 패러슈트)' 제도를 구제기간 동안 실행할 수 없으며, 개인 전용기 등 기타 사치성 구매에 대해 보고해야 하는 등 기존 최고경영자들이 누려왔던 특혜들이 구체적으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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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는 경영실패에도 불구하고 상당액의 보수를 챙겼던 월가의 최고경영자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월가 구제금융안을 비판해온 사람들은 월가의 최고경영자들이 자신들의 부를 불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해 왔다. 종국적으로는 구제금융안이 미국경제를 살리기보다 일부 실패한 최고경영자만을 구제할 것이라는 것.

이번 조치는 이러한 비판을 잠재우며, 한편으로는 금융기관의 파산을 막고 미국 경제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구제금융안의 신속한 실행을 위해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최고 경영자들에게 고통을 분담하라는 오바마 정부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 언론은 최고 경영자 보수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구제 금융을 받은 금융기관을 시작으로 점차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 2007년 4월 20일 미 하원은 '경영자 보수에 관한 주주 의결 법안(Shareholder Vote on Executive Compensation Act)'를 통과시켰고 같은 날 당시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에 상응하는 법안을 상원에 제출하였다. 소위 '쎄이온페이(Say-on-Pay)'라 불리는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경영자 보수에 관한 사항을 주주총회를 통해 의결하라는 것이다. 비록 이 의결을 경영자가 따라야 할 법적인 의무로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경영자가 주주의 의결을 무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번 구제금융안에도 역시 위 법안과 같은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상 법안이 통과되기 이전 구제금융 대상 기관을 상대로 이 법안을 실행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법안의 통과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특히 지난해 월가 경영자들에 대한 비판여론과 올 1월 메릴린치 최고경영자였던 존 테인의 보너스 문제가 큰 이슈가 되면서 미국민들의 여론 역시 최고경영자의 보수에 대해 어느 정도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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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구제 금융을 받는 금융기관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기본급을 50만 달러로 제한하고 구체적 금액을 주주들에게 공시하고 이를 주주총회에서 의결 받아야 한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구제 금융을 받는 금융기관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기본급을 50만 달러로 제한하고 구체적 금액을 주주들에게 공시하고 이를 주주총회에서 의결 받아야 한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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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이번 금융위기는 이제 금융위기를 넘어 전면적 경제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의 경우 이러한 경제위기시 개개인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이미 많은 회사들이 상당수의 직원들을 해고했으며, 신규채용도 사실상 거의 없어 실직자들이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경제위기를 불러온 최고경영자들이 치러야할 고통은 없었다. 설사 파산이나 합병을 통해 일자리를 잃는다고 해도 인수합병을 어렵게 하기 위해 도입된 황금낙하산 제도를 통해 엄청난 보너스를 지급받아왔던 것. 오바마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고통은 분담되어야 하고, 특히 많은 보수를 받고 있는 경영자가 더욱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연봉 제한이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한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경영자 보수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자 보수의 총액 및 평균액을 보고하고 승인받지만 실제 연봉액을 승인받는 것이 아니라 총액의 상한을 의결한다.

그러나 상한선이 총액보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연봉 상위 5명의 구체적인 연봉을 공시해야 하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총액만 공개하는데 그쳐 가장 중요한 최고경영자가 어떤 보상을 받고 있고, 실적에 따라 정당한 보수를 받는지 여부를 감시하는데 큰 한계가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정책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기업 경영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고통분담을 요구하기 보다는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만을 강조하여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냐는 것. 지난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금융기관의 국유화를 통해 경영자를 교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특히 제2롯데월드 문제나 건설사 구조조정 문제 등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취임 전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다름 아닌 경영자 친화정책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정부의 역할 중에, 시장의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에 따라 경쟁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감시조정자의 역할이 우선 되어야 함을 오바마 행정부의 조치가 보여주고 있다.


태그:#오바마, #구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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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소재 Augsburg University 경영학과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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