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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4대강살리기 사업 남한강 구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기도 여주군이 주민들은 물론 관내외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도 모르게 이상한 토론회를 열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뭐가 두려운거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주군은 지난 1월22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이기수 군수와 이명환 군의회의장, 한나라당 소속 군의회의원, 도의회의원 및 실과소장, 교수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남한강 정비사업 추진토론회'를 갖고 직접사업 등 36개 사업을 보고했다. 이범관 국회의원(한나라당)을 대신하여 문재웅 비서관이 참석했고 민주당 소속의 박용일, 장학진 두 의원 및 한나라당 권혁산 도의원은 다른 업무로 불참했다.

여주군청 대회의실에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주민들도 모르는 이상한 토론회 여주군청 대회의실에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여주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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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물론 언론, 시민단체도 모르는 토론회

여주군의 일방통행식 토론회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요식행위를 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특히 여주군의 이번 토론회에는 지난 2007년 대선당시 한나라당의 '대운하 자문교수단'에서 적극 활동했던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와 송재우 홍익대 교수 등이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결국 운하를 추진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시민단체의 우려가 현실화 되었다는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주군 관계자는 토론회를 앞두고 10개읍면을 순회하며 각 읍면별 10명 내외의 기관단체장 및 수변구역 주민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주민의견 수렴결과 67건의 의견이 나왔고 이 중 36건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31건은 장기계획의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10개 읍면 순회시 일부 주민들은 "환경과 개발의 접점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남한강 정비를 통해 서울의 한강둔치처럼 개발해야 한다"거나 "불가피한 골재채취를 통해 생겨나는 수익은 여주를 위해 투자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업추진을 기정사실화 한 채 어떤 사업을 했으면 좋겠느냐는 의견을 묻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운하 준비단계' 의혹 사실로 드러나나

여주의 남한강 구간은 강변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트러스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남한강 습지 바위늪구비
 여주의 남한강 구간은 강변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트러스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남한강 습지 바위늪구비
ⓒ 강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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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석순 교수, 송재우 교수 등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진영 대운하 자문교수단의 참석과 토론회 참가자들의 구성을 놓고 운하 준비단계 의혹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언론과 시민단체에 전혀 알리지 않고 추진된 토론회는 지난해 여주군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운하 반대논쟁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운하 반대에 앞장섰던 여주환경연합의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찬성과 반대를 넘어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토론회의 정석"이라며 "여주군의 이번 토론회는 언론에 대한 사전 공표조차 없었던 만큼 내부간담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 관계자 역시 같은 지적을 했다. 홍보조차 없이 찬성론자들이 모여 간담회를 한 것을 사후에 토론회로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박석순 교수 등의 참석은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이 지적해온 "4대강 정비사업은 운하 1단계 사업"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통없는 남한강 정비사업 추진

여주의 남한강 구간은 강변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트러스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남한강 습지 바위늪구비.
 여주의 남한강 구간은 강변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트러스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남한강 습지 바위늪구비.
ⓒ 강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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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군의 남한강 정비사업 몰입은 연초부터 지적되어온 사안이다. 이기수 군수가 10개 읍면을 돌며 가진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여주 도농복합시 승격과 함께 강조해 온 것이 바로 남한강 정비사업이었다. 이 군수는 "여주군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승수 국무총리의 여주군 방문과 7일로 예정된 김문수 도지사 등 경기도 고위 공직자들의 남한강 답사 일정 역시 남한강 정비사업의 적극추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될 예정이다.

하지만 여주군의 이러한 일방통행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전망이다. 여주군이 앞서 나가면서 이미 운하백지화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조직들은 여주군을 주목하고 있고, 관내 시민단체들 역시 지난 2003년 남한강 정비사업 일지를 꺼내 드는 등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준비중이다.

발생할 문제 대책은 전혀 없어

여주의 남한강 구간은 강변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트러스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남한강 습지 바위늪구비
 여주의 남한강 구간은 강변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트러스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남한강 습지 바위늪구비
ⓒ 강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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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당시 여주환경운동연합과 경기환경운동연합등은 "최악의 환경파괴를 가져올 골재채취사업, 남한강 정비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라"며 여주군민들과의 연대를 성사시킨 바 있다. 동상이몽이었지만 당시 여주군의 보수적인 사회단체들 역시 남한강 정비사업이 여주군민들도 모르게 계획되어 1300억 이상의 골재를 팔아먹으려 한다며 사업에 반대했었다.

특히 10년간 15톤 덤프트럭이 하루에 1500여대씩 여주군 곳곳을 질주하게 되는데도 대책조차 없다는 지적과 골재채취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은 경기도와 골재채취업자들에게만 돌아갈 뿐 여주군에는 10원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져 결국 군의회와 여주군민들이 반대하고 나서는 바람에 사업은 계획단계에서 중단되고 말았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은 수없이 많은 문제들을 시한폭탄처럼 안고 있어 추진과 동시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당장 여주군에서는 교통대란과 환경문제, 개발이익의 지역투자 등의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수도권 주민들은 식수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다.

정책실명제 도입 필요성 제기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는 커녕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대운하를 만들겠다고 나선 정부가 큰 반발에 부닥치자 급조해 내놓은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서 지자체가 지역여론을 들어보지도 않고 앞장서 추진을 기정사실화 한 데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었다.

하루 이틀에 결정할 사업이 아닌데도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채 강행하려 한다면 국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규모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는 사업의 특성상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여 우려한 대로 사업이 재앙을 불러올 경우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 관계자는 여주군에서 합의 없이 추진되려 하는 사업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가져다 줄 경우 지역주민들에게 공허한 환상을 심어준 이기수 군수와 여주군청 담당자들은 주민손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정책입안자에 대한 책임 문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업을 적극 추진한 지자체의 장과 담당 국실과소장 등이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대형 국책사업에서 보았듯이 환경파괴와 재앙이 거론되는 대형 사업임에도 실패할 경우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들의 이러한 환상 심어주기가 거듭되고 있다는 지적인데 야당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책실명제의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삽질경제’로 대표되는 이명박식 토건경제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논의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여주군 지역신문인 세종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4대강, #운하, #이명박,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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