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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기온 상승으로 인해 뿌연 운무가 가시거리를 좁히고 있다.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땅의 온기가 따스한 봄을 알린다. 온통 세상이 회색빛이다.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어 신비감마저 든다. 이런 날에는 안개 속에 아스라하게 나타나는 자연의 형체들을 뷰파인더에 담아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과 어우러져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기위해 10월 하순에 날아와 겨울을 나고 이듬해 4월에 되돌아가는 천연기념물 제201호인  고니(백조)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퇴촌에 있는 '경안천 생태습지공원'을 찾았다.

 

고니는 러시아 북부의 툰드라와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한국·일본·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고 한다. 몸 빛깔은 암수가 같은 순백색이고, 부리는 시작 부분에서 콧구멍 뒤쪽까지가 노란색이다. 큰고니보다 노란색 부위가 적다. 아랫부리도 검은색이다. 홍채는 짙은 갈색이고 다리는 검은색이다.

 

먹이는 민물에 사는 수생식물의 뿌리나 육지에 사는 식물의 장과, 작은 동물, 곤충 등이다. 나뭇가지나 이끼류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둥우리를 만든다고 한다. 고니들이 무리를 지어 고니 특유의 소리를 내며 합창을 한다.

 

간간히 푸드덕거리며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날아오르는 모습이 백조의 호수를 보는 듯 착각에 빠진다. 마치 멋진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듯 내 앞을 날아 포즈를 취한 다음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경안천은 갈대, 부들, 다양한 수변식물이 수질을 정화시켜 자연친화적인 생태공원으로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공원으로서 여름에는 연꽃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연꽃을 보기위해서 찾기도 하고 가을에는 바람에 흔들거리는 갈대와 부들을 보기위해 가족단위 또는 사진동아리 회원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5일 그곳을 찾았을 때도 사진동아리 회원들이 얼어붙은 얼음 사이로 보이는 연잎과 아름다운 선율이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모습을 한 물위에 비친 꺾어진 연대를 바라보며 연방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모두들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분들이다. 유모차에 카메라며 삼각대며 사진촬영에 필요한 도구들을 실고 유모차에 의지한 체 밀고 가시는 어르신이 보인다. 적당한곳에 도착하면 유모차를 멈추고 카메라에 피사체를 열심히 담고 있다.

 

 

 

- 열정적인 모습으로 작품을 담으시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습니다. 어디에서 오셨나요?

"아! 네~ 강남에 살고 있고 같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사진을 취미생활로 하는 사람들이지요. 시간이 허락하는 사람들끼리 오늘 출사를 나왔답니다. 날씨가 오늘같이 흐린 날 쾌청한 날씨보다 오히려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거든요."

 

사진작가 권무덕(68)씨가 말을 잇는다.

 

- 회원은 몇 명이나 되며 취미생활을 하신지는 얼마나 되었는지요.

"30여명정도 되는데 오늘은 8명 참석했습니다. 6년째 취미로 사진을 찍고 있답니다. 회원들 나이가 보시다시피 대체적으로 많지요. 활동하는 회원들은 66~83세까지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많은 곳을 다니며 작품을 담으니 건강에도 좋고 아플 겨를이 없습니다. 심지어 저희 회원 중에는 평상시에 늘 아프던 사람도 출사를 나오면 씻은 듯이 낳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이에 비해 훨씬 젊게 사는 비결이지요. 보기에도 젊어 보이죠? 허허허."

 

-작품을 담으면 전시회라든지 특별한 행사 같은 것을 하시나요?

"개인적인 홈페이지나 카페를 운영하면서 작가들과 함께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 동안 찍었던 작품들과 이번 출사에서 특별한 좋은 작품이 나온다면 교회에서 3월쯤 작품전시회를 열 예정인데 출품할까 합니다.

 

전시회에서 나오는 모든 수익금은 장애인을 위해서 쓰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작품을 열심히 담고 있답니다. 천연기념물인 겨울 철새 고니가 이곳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고니의 멋진 춤사위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답니다. 멋지게 춤추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텐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유모차를 멈추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작품을 담으시는 어르신께 다가가자. 함께 온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단한 어르신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유모차인줄 알았는데 노인들을 위한 지지대 역할을 하는 기구였다. 멈추면 의자 모양으로 앉아 있을 수 있는 시설도 되어 있다.

 

올해 80세 되셨다는 임옥화 어르신은 6년째 사진생활을 취미로 하셨고 각종 강좌에도 열심히 참석하고 개인레슨까지 받으시면서 열정적인 삶을 살고 계신다고 한다. 지지대에 의지하며 작품을 담으시는 모습에서 대단한 포스를 느낀다.

 

비록 몸이 이곳저곳 아프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나오면 아픔을 잊고 작품에만 전념하기 때문에 아픔을 잊고 지내신다고 한다. 사진을 취미생활로 하는 나 역시 본받고 싶은 부분이 많은 어르신이었다.

 

고니를 담기위해서는 좀 멀다 싶은 거리였지만 각종 장비를 동원하여 열심히 담고 있는 퇴촌에서 사신다는 장현(61)씨는 이곳은 집에서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운동삼아 자주 들리는데  매번 올 때마다 고니가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오늘이 가장 많이 모여든 것 같다며 즐거워한다.

 

편안한 쉼터에서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고 휴식을 취한다음 돌아가 내년이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멋진 고니를 만날 수 있었던 여행지에서 또 다른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추억을 쌓는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한 축복을 내려준다.

 

한시간정도 산책할 수 있는 '경안천 생태습지공원'을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여인들이 지나간다. 운무 사이로 여인의 모습들이 아스라이 멀어져 간다.


태그:#퇴촌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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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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