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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범 강모씨가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사동 비눌치고개에서 부녀자를 살해한 뒤 곡괭이로 시신을 유기하는 범행을 재연하는 가운데, 강모씨가 피해자를 대신한 마네킹을 내려다보고 있다.
 1일 오후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범 강모씨가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사동 비눌치고개에서 부녀자를 살해한 뒤 곡괭이로 시신을 유기하는 범행을 재연하는 가운데, 강모씨가 피해자를 대신한 마네킹을 내려다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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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얼굴 한 번 보자는 것은 피해자 가족들 마음의 표현입니다. 그 사람들 심경으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요. 누구라도 그 상황이면 그렇지 않겠습니까. 내가 사형제 폐지를 주장한다고 해서, 그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도 가슴이 아파서 많이 울었습니다.

그런데, 뉴스를 보니까 (범죄 재연) 현장에서 '개도 아닌데 어떻게 사람이 이런 짓을 저지르냐'는 말이 나옵니다. (강아무개씨가) 개가 아닌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에게도 재생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

'경기서남부 연쇄살인사건'으로 살인범 인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피의자 강아무개씨의 얼굴을 공개하고, 그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피의자 얼굴 공개, 답 아니다"

이미 대다수 언론에서 실명을 공개했고, 일부 언론은 강씨의 얼굴 사진도 입수해 공개한 상황. 그러나 많은 누리꾼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경찰 현장검증에서 강씨가 모자를 벗고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형수들의 대모'로 유명한 조성애 수녀는 "찬반 양쪽의 마음을 다 헤아린다, 그러나 피의자 얼굴 공개는 답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권보호 측면에서 사형제나 얼굴 공개는 모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조 수녀는 "강아무개씨는 정신적으로 병이 난 것이다, 그걸 치료해야만 범죄를 막을 수 있다"면서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서 다같이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조성애 수녀는 1989년부터 사형수들을 면담하면서 교화 활동을 펼친 사형제 폐지 운동가.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우행시)>에 나오는 모니카 수녀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하다. 지난달 31일 강씨의 얼굴을 공개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역시 <우행시>가 영화로 나오거나 사형제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조 수녀의 인터뷰를 실은 바 있다.

"얼굴 공개된다고 범죄 안 저지를까..."

이번 사건과 관련, 얼굴 공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면 얼굴이 공개된다는 것을 각인시키면 유사범죄가 줄어들 수 있어 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형수를 직접 만나온 조 수녀의 말은 다르다.

그가 만난 사형수들은 "범죄를 저지르면 (사형 당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느냐"는 질문에 "그때는 그런 생각이 안 들더라"고 답했다고 한다. 범죄를 하는 순간에는 사형 처벌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얼굴이 공개된다고 흉악범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조 수녀가 생각하는 범죄 예방책은 '치료'다. 강씨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는 것. 그는 강씨가 '사이코패스'라는 전문가들 진단에 동의했다.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는 자신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는 것이다.

"강씨는 병에 걸린 사이코패스... 치료 필요"

그는 "그런 병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인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병'이고 내가 그 병에 안 걸렸다는 것만으로 감사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감옥에 가둬놓기만 해서는 병이 더 깊어간다, 강씨를 정신과 의사와 만나게 해서 약물치료도 심리상담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형수라 할지라도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사람이 달라진다는 것이, 20년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그의 결론이다.

사형수들을 위해 활동하지만, 살인을 미화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피해자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조 수녀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이런 (사형수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말을 하면 (괴로워서) 죽고 싶을 것이다"면서 "그러나 미움이 마음에 남으면 몸에 독이 끓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 여순반란사건 때 서로 (복수하려고) 사람 목을 잘라서 창에 매단 장면을 직접 보았다, 용서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은 그렇게 잔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강씨를 사형으로 처벌하자는 지금의 여론도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조 수녀는 이 사건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너무 성급하게 말하지 말고 조용하게 지켜보면서 함께 책임감을 느끼자"고 당부했다.


태그:#군포 연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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