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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물병이 참 흔한 세상입니다. 생수는 물론, 음료수, 간장, 식용유, 우유, 섬유세제까지 플라스틱 병에 들어가는 것을 따지자면 끝이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당연히 병에 딸린 플라스틱 뚜껑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뚜껑은 아마 병이나 마찬가지로 쓰레기통에 들어가 해마다 쌓여만 가는 매립쓰레기가 되겠지요. 그나마 재활용되면 행운이겠고요.

그런데 어떤 병뚜껑들은 아주 행복하고 예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모자라고 부족한 방과후 특별반이지만...

색깔별로 분류하는 놀이와 색이름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와 문장을 연습하고 있는 남아공 카야만디의 이카야 초등학교 신입생 아봉길레
▲ 병뚜껑 재활용 색깔 교육 색깔별로 분류하는 놀이와 색이름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와 문장을 연습하고 있는 남아공 카야만디의 이카야 초등학교 신입생 아봉길레
ⓒ 심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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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남아공에 위치한 인구 3만5천의 흑인 마을 카야만디 초등학교 1학년 교실입니다. 현재 방과후 보충 수업이 한창인데요, 이 자리에 모인 학생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학습 능력이 떨어지거나, 혹은 유치원 교육을 못 받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자기 이름자와 1에서 10 정도는 배우고 입학하는 도시 지역 타운십이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에는 아직 연필도 잡아보지 못하고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한 반에 두 명 가량이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수업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남아공 국내외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본적인 수와 규칙의 개념, 색과 기본 단어에 관한 영어 등 이미 유치원에서 배웠어야 할 모든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수를 세어 보거나, 빨강, 노랑, 파랑 등의 색깔 이름을 배우거나, 비슷한 종류끼리 묶어 보는 분류개념을 배우거나, 빨강-노랑-노랑-빨강-노랑-노랑 같은 규칙성을 배울 때에도 아이들은 병뚜껑을 이용합니다. 화려하게 인쇄된 교과서나 학습지도 없고, 최고급 무독성 교구도 없지만, 아이들은 이 병뚜껑을 가지고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웁니다.

다재다능한 병뚜껑이 있어 문제없어요

값비싼 블럭도 따로 필요없습니다. 누가 가르칠 필요도 없습니다. 색깔별로 분류하며 수를 세는 놀이학습을 하다가 탑쌓기에 빠져버린 남아공 카야만디의 이카야 초등학교 신입생 아산다.
▲ 병뚜껑 블럭쌓기? 값비싼 블럭도 따로 필요없습니다. 누가 가르칠 필요도 없습니다. 색깔별로 분류하며 수를 세는 놀이학습을 하다가 탑쌓기에 빠져버린 남아공 카야만디의 이카야 초등학교 신입생 아산다.
ⓒ 심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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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그나마 병뚜껑도 없어서 말도 통하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이 가르치기가 참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에 자원봉사자의 한 명인 드니스의 아이디어로 길에 굴러다니는 병뚜껑을 보이는 대로 모두 모으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2리터들이 아이스크림 통 몇 개나 됩니다. 요즘은 몇몇 아이들도 병뚜껑을 보면 학교로 가져 오고, 자원봉사자들도 먹고 난 음료수 병뚜껑은 잘 가지고 있다가 학교로 가지고 옵니다.

쓰레기라는 운명으로 그 짧은 인생(?)을 마무리할 뻔했던 병뚜껑들, 아이들의 고사리 손 안에서 조물조물 사랑을 받으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병뚜껑에 꼬질꼬질하게 끼어가는 저 세월의 때마저 아이들이 그만큼 열심히 가지고 놀며 배웠다는 증거가 되기에 오히려 예뻐보이기만 합니다.
(그래도 월요일엔 모아다가 씻어주려고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다음의 블로거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태그:#남아공, #재활용, #창의적 교육, #병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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