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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대전 중부경찰서장.
 황운하 대전 중부경찰서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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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4개월 만에 황운하(47) 대전 중부경찰서장을 다시 만났다.

지난해 3월 대전중부경찰서장으로 현장에 복귀해 벌인 대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해체작업 결과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자진사퇴 여론 등 경찰조직과 관련된 쟁점을 '쓴 소리꾼'으로 알려진 황 서장의 입을 통해 듣고 싶었다. 

선전포고 2개월 만에 성매매업주들의 백기투항을 이끌어낸 이후 4개월 동안 홍등가의 불은 꺼져 있다. 그는 최근 성매매에 활용된 건물 자체에 대해 법원에 몰수보전을 신청, 성매매집결지 해체작업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황 서장은 "이제 불 꺼진 유천동이 건강한 도시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며 "중부경찰서가 주축이 돼 (가칭)'유천동발전협의회'와 같은 민관-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전시청과 관할 중구청을 향해 "향후 도시발전 대안 모색은 경찰보다는 시청이나 구청이 좀 더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청과 구청이 손을 놓고 있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성매매집결지 해체과정에서 주변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 위협에 대한 뾰족한 해결점이 없다는 것이 마음을 힘들게 했다"며 "지금이라도 행정기관이 나서 새로운 유천동 건설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거듭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지난 1월 30일 오후 중부경찰서 집무실에서 황 서장을 만나 불 꺼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의 현황과 이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경찰의 본격적인 단속이후 4개월 째 영업이 정지된 대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경찰의 본격적인 단속이후 4개월 째 영업이 정지된 대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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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여성 종업원 12명 구조... 5∼6명 자립자활시설 이용"

- 대전 중부경찰서장으로 부임해 일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공직자로서 고향인 대전 중구에 와서 주민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지역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보람이다. 고향을 위해 사심 없이 목민관적인 자세로 일한 시간이었고 오랜 공직 생활 중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 같다. 아마 고향에서 이렇게 서장직을 맡아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구체적 사례를 꼽자면 유천동 성매매집결지를 해체하는 성과를 거뒀다. 성매매집결지 해체는 중구 지역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일로 대전 시민 전체의 염원이었다. 아직 완벽하게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성매매집결지가 해체된 것은 매우 값진 성과로 자부심을 느낀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은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을 좀 더 신뢰하고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지역 주민들이 경찰의 존재의 이유를 느끼도록 해 경찰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고 본다."

-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해체작업의 성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설명해 달라.
"본격적인 단속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모두 67개의 성매매업소에서 약 300∼400명의 성매매 여성종업원들이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중순경부터 일제히 문을 닫아서 현재까지 4개월째 영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오랜 성매매 영업이 완전히 척결된 것이다. 그동안 성매매 업주 13명이 구속됐고, 13개 업소의 건물주에 대해서도 형사 처분이 진행 중이다. 건물주 1명에 대해서는 현재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또 건물에 대한 몰수보전이 추진 중에 있다. 이를 통해 구조적으로 존재해 왔던 성매매 여성 종업원들의 인권유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황운하 대전 중부경찰서장.
 황운하 대전 중부경찰서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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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매매에 활용된 건물 자체에 대한 몰수보전 신청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신청은 했나?
"지난주에 신청했다.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이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매매에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건물주가 업소를 임대했다면 건물 자체를 범죄수익으로 규정해 몰수할 수 있다."

- 성매매여성 종업원들에 대한 인권유린 문제가 해결됐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도움을 받은 여성들이 있나?
"성매매 여성 종업원 12명이 구조됐다. 이들에 대해서는 성매매 피해자로 규정해 선불금을 갚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자립 자활시설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실제 5∼6명의 여성들이 자립자활시설의 도움을 받았다. 다만 나머지 여성들의 경우 어떻게 됐는지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다. 추정하기로는 업주와 함께 제3의 장소로 이동하거나 또는 뿔뿔이 흩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대전권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건강한 도시 만들기 논의 본격화해야"

-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일대가 향후 어떻게 변화돼야 한다고 보나?
"현재는 영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이지만 이것으로 유천동 대책이 완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현재 이 지역은 도시기능이 죽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홍등가'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죽은 도심'라는 또 다른 부정적 요소가 있다. 따라서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해당 지역을 어떻게 변모시킬 것인가'는 본래 경찰의 영역은 아니다. 하지만 다시는 성매매업소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해당 지역이 건강한 도시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이 일에 경찰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경찰은 불법만 단속하면 된다는 생각은 편협하다."

- 유천동 성매매집결지가 건강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중부경찰서 차원의 계획은 무엇인가?
"2월부터 중부경찰서가 주축이 돼 '뉴 유천동 대책위' 또는 '유천동발전협의회'와 같은 민관-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유천동 개발방안이 활발히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지난 해 7ㅜ얼, 전국 93개 단체로 구성된 '대전 유천동성매매집결지 인권유린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 관계자들이 대전중부경찰서 앞에서 성매매업소에 대한 강도높은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해 7ㅜ얼, 전국 93개 단체로 구성된 '대전 유천동성매매집결지 인권유린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 관계자들이 대전중부경찰서 앞에서 성매매업소에 대한 강도높은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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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방향 등에 대한 논의나 대안 마련은 시청이나 중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주동적으로 나서야 되는 일 아닌가?
"사실 향후 도시발전 대안 모색은 경찰보다는 시청이나 구청이 좀 더 적극성을 띠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정기관이 유천동 성매매업소의 불이 꺼진 후 한두 달 동안은 지켜보고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불이 꺼진 상태가 장기화된 이후에는 건강한 도시기능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어야만 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청도, 구청도 나서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매우 아쉽다. 그렇다고 시청과 구청만 쳐다보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경찰이라도 나서야겠다고 판단했다."

-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해체 과정에서 제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
"성매매집결지 해체로 여성 종업원 등을 상대로 운영하던 세탁소, 식당, 미장원 등의 영세업소 상인들이 생계가 막막해졌다. 성매매 업주들의 경우 인권을 유린하는 불법영업인데다 그동안 막대한 이득을 취해 왔기 때문에 생존권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다. 반면 주변 영세 상인들의 경우 생존권 위협에 대한 뾰족한 해결점이 없다는 것이 마음을 힘들게 했다. 참 마음이 아팠다. 이 같은 지역 상인들의 문제들에 대해 자치단체가 발 빠르게 움직였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행정기관이 지역민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고 들어가서 해결책을 적극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묻지 마 저작권 고소' 남발에 즉결심판 묘책... 곧 전국에 확대 시행될 것"

- '묻지 마 저작권 고소'에 대해 즉결심판 회부라는 묘안을 짜냈다. 하지만 아직 대전 중부경찰서에서만 통용되는 묘안인 것 같다. 전국화할 묘책은 없나?
"인터넷에 떠도는 음악파일을 임의로 자신의 블로그에 업로드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법무법인에 의해 매년 10만 명 가까이가(지난해 약 7만 명) 고소당해 전과자로 전락하고 있다.

즉결심판 회부는 법무법인들의 무차별적인 고소 남발을 억제하고 피고소인들에 대한 과중한 처벌·경제적 부담을 경감해 주기 위한 것으로 아주 적절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중부경찰서에서만 활용된다고 했는데 최근 언론보도 후 전국 경찰서에서 문의가 많이 왔고, 실제 많은 경찰서에서 그렇게 한다고 들었다. 대전권에서도 여러 개 경찰서가 우리 서에 문의해서 실무적 절차를 알아본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청에서 전국 경찰서에 시달하면 전면적인 확대시행이 가능할 것이다. 아직까지 일선 서에 지시하지 않은 것은 경찰청 차원에서 대검과 함께 '각하' 제도 활용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 인터뷰 이어집니다.)


태그:#황운하, #대전 중부경찰서장,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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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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