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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철거민 가족들의 절규
▲ 용산 참사현장에서 용산 참사 철거민 가족들의 절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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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었습니다.
차디찬 겨울 아침, 용산의 철거 직전 빌딩 꼭대기에서 죽었습니다.

내 몸에 불이 옮겨 붙은 것을 내 눈으로 보며
내 몸이 익어가는 냄새를 내 코로 맡으며
내 몸이 뚝뚝 녹아떨어지는 것을 내 발등으로 느끼며
나는 그렇게 죽었습니다.
......
<하략>

-용산 철거민 참사현장에 걸린 현수막에서 옮김

요즘 거리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 요즘 거리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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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의 도덕 수준은 사회적인 약자들을 어떻게 배려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우리 주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청년실업자, 철거민, 노숙자,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농민, 비정규직, 실직 가장 등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은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노숙자, 청년실업자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 노숙자 노숙자, 청년실업자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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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라디오를 타고 한 중년 여성의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서울 서대문구 재개발지역에서 살던 여인, 풍족하진 않지만 자기 집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도시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살던 집의 감정평가액이 7천만 원, 이주비용으로 감정평가액의 40%인 2천4백만 원을 받았다. 그 돈으론 서울 하늘 아래서 집을 구할 수가 없었단다. 그 와중에 남편은 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게 되었고, 대학생 두 자녀는 대출을 받아 가까스로 등록금을 마련했지만 거주할 집을 구하지 못해 이전에 살던 집에서 그냥 살아갈 수밖에 없었단다.

그런데 재개발조합측에서는 집을 비워주지 않아 재건축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모든 법적인 비용을 부담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용역업체로부터 위협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요. 살아갈 방법도 없고, 재개발 때문에 우리 가족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렸어요."

달을 낚는 사람들
▲ 혜화동에서 달을 낚는 사람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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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희생자,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누가 가해자이며, 누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것인가? 시대의 양심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자부하는 이들조차도 어쩌면 남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나는 관계가 없어, 가해자가 아니야!'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약간의 적선과 그들을 위로하는 약간의 행동으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고 자위하는 것은 아닐까?

이 시대는 무엇에 사로잡혀 있는가? '맘몬', 그것이 이 시대의 절대신이 되어버렸다. 맘몬의 질서에 순응한 결과가 이런 참사를 몰고 온 것이다. 맘몬은 절대로 추악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언제나 장밋빛 미래의 청사진으로 다가온다. '경제살리기'라는 구호만 걸면 모든 것이 지고의 선이 되어버리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간다.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자본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오로지 물질적인 축복만을 구하는 이들에게 종교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기름때를 제거하는 주민, 이제 그들도 잊혀져 가는가?
▲ 태안 기름때를 제거하는 주민, 이제 그들도 잊혀져 가는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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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의 절규를 너무 쉽게 잊어 버린다. 2007년 12월 태안기름유출사건이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그곳으로 달려갔으며,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그런데 14개월이 조금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가? 태안 주민들의 절규를 여전히 우리는 듣고 있는가? 혹자는 우리가 어찌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듣고 사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들어야 한다',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으로 살아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월간지 1월호에 태안 주민들의 절규가 소개되었다. 그 절규의 일부를 들어보자.

"섬사람들의 터전이 바다 아닙니까. 자연산 홍합, 돌미역, 돌다시마, 톳, 굴, 세모… 이런 것들을 바다에서 1년 내내 뜯고, 봄부터 겨울까지 낚시질해서 우럭도 잡고, 광어도 잡고, 노래미도 잡아요. 노인네들이 그거 잡아다 팔아서 살았어요. 그런데 기름유출사고로 바다가 망가진 거 아니에요? 겨울 동안 굴하고 홍합을 따는데, 하나도 못 한 거죠. 생활 터전을 잃었기 때문에 생계가 막막하죠. 섬사람들 생명이 바다 아닙니까. 바다에 못 나가니 막막하죠. 앞으로 큰 문제가 뭐냐면, 기름유출사고로 생태계가 언제 살아날지 모른다는 거죠. 1년 뒤에 살아날지, 5년 뒤, 10년 뒤가 될지. 바다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여기 사람들은 그냥 죽는 거죠. 아무것도 못하니까. (남, 68세)."

"이게 몇 년이나 갈지. 우리 평생 동안은 회복 안 될 것 같아요. 왜냐면요, 여기 자갈들 다 삶아서 깨끗하게 해놨거든요. 그런데 저번에 바람 한번 불고 나니, 좁쌀 같은 타르가 떠다니고 바다가 (다시) 새까매요. 그래 가지고 물이 이만큼 찼잖아요. 나가고 나니까. 돌에도 새까맣게 붙었어요. 그런 걸 보면 막막하지요. 우리는 평생 깨끗한 바다 못 볼 것 같아요. 옛날에는 수정 같은 맑은 물이었는데. 여기는요. 뻘이 없고 자갈이라 물이 그렇게 맑고 좋았잖아요. 우리는 기름이 온 바다를 덮은 거를 봤거든요. 그걸 배 수십 척이 (약품으로) 가라앉히는 걸 봤기 때문에…. 바다에 가라앉은 게 계속 떠오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평생에는 못 본다고 생각하지요. 앞을 내다보면 막막하지요."(여, 67세)

땀흘린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 농민 땀흘린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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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현장에서 만난 철거민들의 절규, 오열하는 유족들을 보면서 왜 나는 그들이 끝내 벼랑 끝에서 떨어지고 나서야 그들의 소리를 듣는 것일까 자책했다.

이 시대를 제대로 살아간다면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더는 뒤로 물러설 곳이 없는 사람들의 절규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태그:#용산 참사, #노숙자, #청년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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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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