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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푸라방의 아침이 밝아온다. 이곳에서 처음 맞는 아침이다 보니 설렘으로 일찍 깼다. 시계를 보니 아직 6시전이다. 옷을 얼른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거리 저편에서 한 아가씨가 급하게 다가온다. 그리고는 양손에 든 바구니를 내게 불쑥 내민다. 영문을 몰라 무엇이냐고 묻자 아가씨는 대답은 하지 않고 바구니만 자꾸 들이댄다. 아마 무엇을 팔러 다니는 아가씨인 모양이다.

스님들이 메고 다니는 발우
▲ 발우 스님들이 메고 다니는 발우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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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매일 아침 동이 트기 전, 집에서 정성껏 마련해온 음식을 스님에게 드리는 특이한 행사가 있다. 일명 탁발이라고 하는 행사다. 탁발은 원래 승려들이 걸식으로 의식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불교에서 출가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규율인 12두타 행 중 걸식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발(鉢)이란 음식을 담는 그릇인 발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따라서 탁발이란 걸식하여 얻은 음식을 담은 발우에 목숨을 기탁한다는 의미이다

시내 중심거리로 나가자, 사람들이 하나 둘  거리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옷을 단정이 입은 많은 여인들이 손에 음식바구니를 들고 와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 돗자리를 깔고 줄지어 앉는다. 대부분 현지인들이며 여행객들은 가끔씩 사이사이에 끼어있다. 새벽에 만난 그 아가씨는 탁발행사에서 스님들에게 드릴 음식을 여행객들에게 팔고 있는 것이었다.

탁발에 참여하고 현지 여인들의 모습
▲ 기도하는 여인들 탁발에 참여하고 현지 여인들의 모습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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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뿌연 안개 속에 스님들이 줄을 서서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다. 스님들은 어깨에 모두 발우(음식을 담는 그릇)를 메고 있었고, 몸엔 감색으로 물들인 승복을 걸쳐 입었다. 인도에 길게 줄지어 앉아있던 여인들은 스님들이 다가오자 밝은 표정으로 발우에 음식을 넣기 시작한다. 무릎을 꿇은 채로 스님들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여인들의 모습은  부처님의 큰 가르침으로  작은 소원을 이루고자  간절히 기도 드리는 모습이다

스님들의 행렬은 끝없이 이어지는데 그들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다. 모두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이 걸어가기만 한다. 날씨가 쌀쌀한 아침에 얇은 승복하나만 걸치고 맨발로 걸어가는 그들의 마음엔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듯했다. 그들이 걸어가는 뒷 모습에서 이 탁발 또한 부처님으로 다가서는 하나의 수행으로 생각이 된다.

스님들에게 음식공양을 하고 있는 모습
▲ 탁발행렬의 모습 스님들에게 음식공양을 하고 있는 모습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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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이 탁발행렬을 보기 위해 나온  많은 여행객들은 모두가 잠을 설치고 나와 부스스한 얼굴들이다. 그들은 이 행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그 모습을 카메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탁발은 30여분 계속 진행되는데 루앙푸라방에 있는  스님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인 듯 긴 행렬이었다

탁발행렬이 끝나자,  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툭툭이 아저씨들만 분주히 오갈 뿐 금세 한산해 진다. 탁발을 보고 박물관 쪽으로 걸어갔다. 박물관 주변에 푸시산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보인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운동삼아 푸시산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따라 얼마 올라갔을까? 생각지 않았던 요금을 받는 매표소가 있다. 아직 8시 이전인 이른 시각인데도 사람들이 나와 돈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지인들에겐 입장료가 없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입장료(8000킵)을 받고 있었다. 이곳 라오스에서는 이런 경우를 흔히 볼 수가 있다.
특히 강을 건너는 허름한 나무 다리를 만들어 놓고 외국인에게만 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시내 중심에 있는 푸시산은 20여분 정도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작은 산이다. 산 정상엔 조그마한 사원이 있고 그 지붕위로 하늘높이 솟은 탑이 있다. 이 탑은 우리나라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푸시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모두 계단으로 되어 있으며 산을 오르는데는 불편함이 전혀 없다. 산 정상에서는 루앙 푸라방의 시내를 한눈에 볼 수가 있으며 여기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은 장관을 이룬다. 오늘은 불행히도 안개가 자욱하여 시내가 잘 보이지 않는다.

푸시산을 넘어서 반대편으로 내려갔다. 산을 내려가는 길엔 여러 가지 불상과 그림들이 있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가는 길옆 담장에는 길를 따라  길게 용 조각을 해 놓았다. 그 용들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의 모습이었다

산을 내려오자 바로 코앞이 어제 묶었던 호텔이다. 호텔에서 빵과 계란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사원을 돌아볼 생각으로 시내 거리로 나갔다. 루앙 푸라방에는 다른 도시에 비해 사원이 많이 있다. 도시의 절반이 사원이라고 해도 될 만큼 사원이 많이 있다. 이것은 국민 90%이상이 불교(소승불교)를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 된다. 그 중 시내에 있는 크고 작은 사원을 몇 군데를 돌아보기로 했다. 오늘 아침 탁발행렬이 있었던 거리로 나가보니 그 주변에 제법 큰 사원들이 있다. 이곳 또한 들어가는데 돈을 받고 있다. 2000킵 정도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는데 제법 이름 있는 사원인지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이미 관람을 하고 있었다.

라오스의 젊은 스님들
▲ 젊은 스님 라오스의 젊은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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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한쪽에서는 17살쯤 가량 되어 보이는 스님 두분이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그들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자. 그들은 아무 주저 없이 흔쾌히 허락을 한다. 사진을 몇 장 찍으면서 서툰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스님들이 영어를 곧 잘 한다. 한 스님은 성격이 쾌활하여 이야기 하기를 매우 좋아하는데, 다른 한 스님은 수줍음이 많아 부끄러운 웃음만 지을 뿐이다. 그들의 말로는  오늘은 몇 일 뒤에 있을 부처님 휴일을 맞아 대청소를 하는 날이란다.

이곳의 사원은  지붕이 아래로 향해 낮게 흐르도록 만들어져 있는 전형적인 루앙프라방 양식의 건물로  지붕은 대부분 적색계통이다. 주요사원으로는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우아하고 장엄한 왕시엥통 사원(Wat Xieng Thong)과 이곳에 소재한 절중에서 가장 오래된  왓 위순나랏이(Wat Wisunalat) 사찰이 있다. 이곳 사원의 입구와 건물내에는 용조각과 그림들이 유난히 많다. 그리고 사원의 건물 지붕위에는 하늘 높이 솟은 뾰족한 구조물이 사원의 상징처럼 언제나 솟아 있다.

왕시에통사원의 본당모습
▲ 라오스 사원 왕시에통사원의 본당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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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마당에서 담소를 나누는 스님들
▲ 스님들 절마당에서 담소를 나누는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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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푸라방  시내에 있는 사원에 들어가면 스님들이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은  모두  노스님에 대한 예우가 깍듯한 듯했으며, 오늘아침 탁발에서 보았던 굳은 표정과는 달리 밝고 편안한 모습들이다.

시내 중심 거리에는 국립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금으로 만든 불상이 모셔져 있었는데, 예전에 크메르공주와 결혼한 라오스 국왕이 크메르왕국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라 한다. 크기는 85cm의 정도 높이로 80%정도가 순금으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이 국립박물관은 공산국가가 되기 이전에는 왕궁이었으며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루앙 푸라방 주변에는 메콩강을 따라 동굴이 많이 발달해 있다. 이 동굴에느 불상들이 많이 있으며 지금도 많은 현지인들이 불공을 드리기 위해 다니고 있었다. 특히 빡우 동굴에는 약 4000여 개의 불상들을 가득 모셔 놓고 있어 불상 동굴 (Budda Cave) 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겐 배를 타고 동굴 탐험을 하는 투어가 인기가 있다.
장닭이 장터에서 홰를 치고 있다
▲ 장닭 장닭이 장터에서 홰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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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가 지나 메콩강 주변으로 나갔다. 식당으로 들어가자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 생선을 굽는 냄새가 제법 입맛을 돋운다. 그래서 생선구이와 닭튀김을 함께 시켜보았다. 닭튀김은 한 번 더 시켜 먹을 만큼 우리나라 후라이드 치킨처럼 맛이 좋다. 하지만  숯불에 구어 온 생선은 생각처럼 고소한 맛도 없고 너무 밋밋하여 비린 냄새가 나는 듯하다.

오후 3시가 넘어  재래 장터의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닭들이 장터 마당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우리나라 읍내의 장터풍경이었다. 거기에서는 서양의 젊은 여행객들이 들마루에  앉아 무엇인가를 맛있게 먹고 있다. 닭들은 그들 앞에서 떨어진 먹이를 주워 먹느라 정신이 없다. 이곳은 주로 옷과 먹 거리를 팔고 있었는데 어릴 적에 어머니를 따라 장터에 온 기분처럼 너무 편안하다.

장터에서 놀고 있는 닭들
▲ 장터 장터에서 놀고 있는 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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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는 주로 우리나라의 국밥대신에 서양의 여행객들을 상대로 한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주로 팔고 있었다. 얼큰한 국밥이라도 팔면 얼른 들어가 걸죽한 막걸리 한잔을 비우고 싶지만 아쉽게도 국밥 같은 것을 파는 데는 없고 순대를 파는 곳은 있었다. 검붉은 빛이 도는 순대는 우리나라 것과 너무 흡사하였다. 장터주변을 돌아보다가  아주머니가 길에서 호떡을 팔듯 무엇인가를 팔고 있는 것을 아내가 보았다. 네모난 풀빵같이 생긴 그것을 사서 먹어보았다. 그러나 한입을 떼는 순간 그냥 내뱉고 말았다. 어찌나 음식이 짜고 맛이 없는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김이 모락모락 나며 맛있는 풀빵 같았는데 막상 먹어보니 뻣뻣하고 짜기만 하였다.

채소전으로 가보았다. 그곳에서 팔고 있는 물건을 보니 배추며 호박 딸기 오이등 마치 우리나라의 채소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손수레를 끌고 가는 아줌마 그리고 좌판에  쭈그리고 앉아 과일을 팔고 있는 할머니,  모두가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어린 여자아이들도 채소전에 앉아 물건을 팔고 있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어느새 해가 저물어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장바구니를 들고 온 사람들로 시장은 금세 활기가 넘친다. 이곳도 먹자골목이 있었는데 다른 곳 보다 먹거리도 다양하고 특히 가격이 저렴하여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최고였다. 이곳에서 한국인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는데 주로 쌀로 만든 칼국수를 먹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퍼주는 쌀 칼국수는 푸짐하지는 않지만 국물은 맛이 일품이었다.

어린아이들이 물건을 팔고 있다
▲ 재래시장 어린아이들이 물건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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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디서 묵을까?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자 고민이 된다. 어제 묵은 숙소가 너무 좁고 생각보다 불편하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숙소를 찾기 위해 강변의 반대편으로 걸어 가 보았다. 예상외로 주변에 깨끗해 보이는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이 있다.

마음에 드는 어느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가 방을 살펴보니 방은 꽤 넓고 어제 숙소 보다 잘 정돈된 집이 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이틀을 묵을 예정이라며 방값을 싸게 해달라고 하자, 마음씨 좋은 아줌마는 방값(30달러)을 어제보다 5달러나 싸게 해준다. 이곳 루앙 푸라방의 숙소는 메콩강에서 조금 떨어진 뒤쪽으로 들어가면 값도 저렴하고 깨끗한 숙소들이 많이 있다. 시내를 걸어가는데 20분도 채 안 되기 때문에 여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내일은 시내를 벗어나서 교외로 나가볼 생각이다

라오스는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관광 인프라가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소 여행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관계로 도시를 벗어나 라오스 특유의 사원과 원시적인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조용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여행지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sbs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탁발, #배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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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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